[스페셜1]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 미리보기 [2]
2004-11-24
글 : 박은영
올리버 스톤 감독, 콜린 파렐 인터뷰

“이 영화는 조지 부시와 무관하다!”

<알렉산더> 촬영현장에서 주연배우 콜린 파렐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는 올리버 스톤(왼쪽) 감독

오랜 영화작업과 막바지 홍보에 지친 듯, 올리버 스톤 감독은 무척이나 느긋한 분위기로 질문에 임했다. 그러나, 영화의 서구 중심적인 역사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민감하고 장황하게 반응해, 현재의 국제정세와의 예상치 않은 연관성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비교적 비판적이라고 알려진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입장이 과연 그러한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영화에 단 두번 등장하는 남녀 사이의 러브신이 모두 폭력적이다.

=알렉산더와 록산느의 경우, 그들의 관계가 그처럼 강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립스와 올림피아스의 경우는 알렉산더와 부모와의 갈등을 상징적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 장면이 필요했다. 필립왕이 올림피아스 왕비를 죽이려고 했다는 직접적인 역사적 증거는 없지만 충분히 추론할 수는 있다. 필립왕이나 올림피아스 왕비나 역사적 자료로 볼 때, 알렉산더에게는 둘 다 너무 강하고 폭력적인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그 당시 남자들은 훨씬 폭력적이었다고 상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알렉산더의 친구이자 애인인 헤파이스티온과의 러브신은 직접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둘이 키스하는데. (웃음) 그 정도만 해도 현재 미국이나 아마 다른 나라의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획기적인 묘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알렉산더에게는 헤파이스티온이 연인으로서뿐 아니라, 일생을 통들어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록에 의하면, 그의 장례식에 알렉산더가 5층짜리 영구차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예산문제로 찍지 못한 게 아쉽다.

-알렉산더의 위대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용기와 관용이라고 생각한다. 두려움은 시간낭비다. 독약이 들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와인잔을 비우고 웃을 수 있는, 전쟁터에서 언제나 앞장설 수 있는, 젊음의 용기.

-영화의 서구 중심적인 정복사가 지금의 미국 국제정세를 우연찮게도 상기시킨다는 비판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을 때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이였으므로, 완전히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관심있었던 것은 오직 캐릭터였다.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다면, 조지 부시가 30년쯤 지나 연구되고 영화로 만들어질지 누가 아는가. 그리고 서양 중심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영화가 동양의 관점을 고려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집트나 페르시아 같은 피정복지에서 알렉산더를 싫어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알렉산더는 많은 문화적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사랑을 받았다고 기록에 남아 있다. 지금도 아프가니스탄 땅을 파면 그리스 조각상들이 쏟아져 나온다. 인도 경우가 특이한데, 인도는 알레산더를 반기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인도인들은 전투에서 서로들 잔인하게 죽였다고 하는데, 알렉산더는 그러지 않았다. 알렉산더는 인도인들을 멸망시키려고 정복한 것이 아니라, 그저 “계속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전투를 했을 뿐이다. 만약에 이걸 서양 중심적이라 부른다면, 일본인들이 일본의 관점에서 알렉산더를 영화화하면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여전히 “아시안 국가들을 해방시킨다”와 같은 표현들은 미국의 중동 정책과 맞물려 뿌리 깊은 서구 역사관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데.

=그건, 현대적 맥락이지 않은가. 문제는 그 용어가 현대에 잘못 쓰여져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그리스가 초기 형태의 민주주의 제도를 가진 자유국가였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나. 당시 페르시아는 노예제를 바탕으로 한 독재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과가멜라 전투신에서 보듯이, 왕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없었으며, 왕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알렉산더는 그에 비하면, 휠씬 융통성이 있는 전술을 썼다. 그리고 알렉산더는 다른 나라들을 정복해감에 따라 변해갔다. 그건 분명히 인생에 대해 다른 태도이다. 알렉산더는 무엇보다 자유를 숭상했다. 그 당시 어떤 아시안 국가도(중국의 경우, 잘 모르겠지만) 그리스 수준의 자유와 신뢰를 표현하지 않았다. 영화가 이야기하는 ‘해방’이라는 표현을 조지 부시의 수사학과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카스트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특별히 지도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지도자들은 각각 다르긴 하지만, 모두 특별한 정신과 태도들을 가지고 있다. 알렉산더 말고도 넬슨 만델라, 피델 카스트로 등을 존경하는데 강한 국가가 항상 강한 지도자를 가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강한 국가일수록 평화로운 지도자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말하고 싶은 것은, 인류는 때때로 세계를 재편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세상에 와서 세계를 재편성했다. 한번 뒤집어엎었다. 그걸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알렉산더는 위대한 이상가였다”

당신에게 알렉산더의 의미는 무엇인가.

알렉산더는 위대한 이상가였다고 생각한다. 보통 답보다는 질문이 많을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루어낸 용기를 보여줬다.

-양성애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주저는 없었나.

=아니, 당시에는 그런 용어조차 없었다. 그리고 헤파이스티온과의 관계도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았다. 그는 형제이자 친구고, 유일하게 알렉산더가 신뢰했던 인물이다. 성적인 관계를 부각시켜 표현했더라면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두 사람의 ‘절대적인 우정’이 알렉산더의 인생에 중요했다는 점만 부각시켰다.

-금발머리 가발을 쓰고 알렉산더를 연기하는 것은 어땠나.

=사실 염색한 건데… 대부분의 역사서는 알렉산더가 밝은 갈색머리를 가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후대의 기록에 나타난 “마케도니아의 골든 보이”라는 표현을 볼 때, 금발머리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 당대에도 알렉산더가 필립왕의 친자식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고 한다. 극중 올림피아스 왕비가 계속 알렉산더가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런 암시로 읽힐 수도 있겠다.

-알렉산더 역을 위해 군사훈련도 받고 체력단련도 했다고 들었는데, 신체적으로 알렉산더를 연기하는 것이 큰 도전이었나.

=물론 멍도 들도 상처도 입고 힘들었다. 군사훈련 받는 중에 우리 모두 엎어버리고 싶은 순간들도 물론 있었지만(웃음), 훈련이나 촬영이나 하루 일과가 끝나고 쉴 때쯤이면 견딜 만했다. 오히려 어려웠던 것은 불복종한 장군과 신하들을 처형하고, 정서적으로 피폐해진 것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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