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공포영화들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지난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라고 알고 있다. 이 정도 흥행을 예상했나.
=<인크레더블>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이번주(미국 시간 11월4일)에도 1700만달러 정도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첫주 4천만달러, 둘쨋주 2240만달러, 그리고 이번 주중에는 600만달러 해서, 토털 7600만달러를 넘을 것 같다. 참고로 <그러지>는 820만달러짜리 영화다. 인디필름이지만, 메이저 필름처럼 포장해서 만들었다.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허름한 인디필름이라고 소문날까봐 걱정했는데, 할로윈에 개봉해서인지, 관객이 많이 무서워했다.
-프로듀서로서 <그러지>가 성공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사라 미셸 겔러의 팬층이 생각보다 상당히 두꺼웠다는 것이다. 초반 극장 관객의 연령대를 보면 그녀가 <미녀와 뱀파이어>에서 인기있을 때 그 영화를 즐겨보던 청소년층이 많다. 두 번째는 감독이 일본 호러를 미국식으로 탁월하게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요즘 일본의 공포영화가 할리우드에서 각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시아 공포영화들은 대체로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또 미국의 공포영화는 권선징악이 있다. 나쁜 짓을 하는 인물은 죽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아시아, 특히 일본 공포영화는 선하고 착한 인물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희생의 대상이 되도록 한다. 미국 관객이 예상할 수 없는 플롯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폰>의 리메이크도 똑같은 이유로 비슷한 흥행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에게 다시 연출을 맡기게 된 사연은 무엇인가? 어떤 장점이 생겨났나.
=처음에 샘 레이미와 나는 자막이 없는 원작을 봤다. 그래서 옆에서 조금씩 내가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때문에, 샘 레이미가 영화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질 못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분위기에서 많은 걸 그가 느꼈다. 컨셉만 갖고 와서 미국에서 재현을 하면 그 분위기를 잃을까봐 아예 처음부터 시미즈 감독을 데려와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리고 장점이라면, 노조가 없기 때문에 사라 미셸 겔러가 몇 시간을 쉬어야 한다든지 하는 조항에 매달리지 않고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그걸 따르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생긴 이득이다. 그 덕에 굉장히 싼 예산으로 찍었다. 만약 미국에서 찍었다면 이 예산으로는 어림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사가 일본 시스템으로 만든 영화라는 말이 되나.
=그렇다. 덧붙여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미국 영화들은 점프 스케어(Jump Scare)라는 깜짝 놀라는 장면들로 많은 영화를 만든다. 그러나 감독이 주장하는 스타일은 달랐다. 사실 그것 때문에 많이 다퉜다. 샘 레이미는 냉장고 문을 닫으면 거기에 귀신이 있다든지, 거울에 살짝 비친다든지 하는 점프 스케어를 원했는데, 감독은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시키는 그런 스타일을 주장했다. 결국 감독의 뜻을 존중했고, 미국 관객이 내용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서운 그런 영화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시아영화의 리메이크 프로듀서로서 할리우드가 아시아영화를 리메이크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로이 리가 아시아영화 리메이크 유행을 시작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원래 시나리오를 파는 매니저였다. 시나리오를 사서 팔다보니, 리메이크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다. 이미 다 되어 있는 영화를 보여주면 이해하기도 쉽고, 결과물을 모두 보여줄 수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긴 싫지만, 할리우드가 좀더 쉬운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의 6∼7개 되는 스튜디오 영화사에서 매년 10∼12개 정도의 영화가 나오는데, 자세히 보면 60∼70%가 실화에 기반을 두거나, 책에서 가져오거나, 리메이크거나, 속편이다. 이렇게 많이 하는 이유는 결국 이미 고정된 관객에게 호소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