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홈런을 때릴 수 있을지 불안했다”
브래드 버드 감독은 3살 때부터 만화를 그렸다.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그는 동년배들처럼 토요일 오전 TV만화를 빼놓지 않았으며, 14살 때는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이어서 픽사의 창조력을 이끄는 존 래스터, 팀 버튼 등과 함께 칼아츠에서 캐릭터애니메이션을 전공했으며, 졸업 뒤에는 <인어공주> 이전 ‘암흑기’의 디즈니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가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었던 TV시리즈 <어메이징 스토리>에서 <패밀리 도그>라는 에피소드를 만들면서였다. 강아지의 시점에서 가족들을 바라보는 이 작품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의 다음 행보는 <심슨 가족>이었다. 그는 이 시리즈의 컨설턴트 역할을 하면서 에피소드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마이크 저지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 <킹 오브 더 힐>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뒤 그는 장편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에 착수했다. 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은 비록 흥행에 대실패했지만, <슈렉2>의 앤드루 애덤스 감독 등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픽사의 부름을 받아 ‘외부인’으로선 처음으로 픽사 영화 <인크레더블>의 감독을 맡게 됐다.
-어떻게 픽사에 합류하게 됐나.
=존 래스터와는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다. 픽사는 <벅’스 라이프>를 만든 이후 내게 픽사로 들어올 것을 얘기해왔다. 하지만 나는 다른 곳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이야기만 진행했다. <아이언 자이언트>를 끝낸 직후 나는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그들에게 선보였고, 그들은 바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내게 “당신의 이야기에 집어넣어야 할 10개가 있다. 여기 공식이 있다”고 말하는 대신 “우리는 한 가지를 두려워하는데 그건 우리가 점점 자만해진다는 것이다. 우린 언제나 우리 자신을 다 바쳐 할 일을 원하고 있는데, 그건 그럴 때 계속 커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종류의 영화를 만들기 원하고 다른 일을 하길 원한다”라고 말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외부인으로 픽사에서 감독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픽사로 들어가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미증유의 성공작을 잇따라 내고 있었기 때문에, 내 처지는 앞 타석의 타자들이 5개의 홈런을 연속으로 때린 뒤에 타석에 들어서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몸을 웅크리고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지곤 했다.
-<인크레더블>은 어떻게 떠올렸나.
=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이언 자이언트>를 하기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건 내가 어릴 적 봤던 모험영화와 스파이영화, 코미디, TV쇼, 만화책을 뒤섞은 스튜인 셈이다. 거기에 내 가족 이야기를 섞었다. 어릴 적 함께했던 가족과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지금의 가족 말이다.
-전통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됐는데.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문제에 너무 신경 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 할지라도 성패를 결정하는 건 실사영화와 똑같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는가? 그들에 동감할 수 있는가? 그들을 따라갈 수 있나? 플롯은 놀라우며 논리적인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테크놀로지에 상관없이 우리는 좋은 영화를 건질 수 없을 것이다.
-캐릭터들의 모습을 디자인할 때 얼마나 리얼하기를 원했나.
=CG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진처럼 리얼하게끔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들도 있다. 그런 것은 실제 배우들과 스크린을 공유하는 골룸을 디자인한다면 올바른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리얼하게 보이기보다는 사람들이 리얼하도록 느끼게 스타일화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디자인적이고 관객으로 하여금 친숙하게끔 하는 거와 저게 진짜 남자이고 여자이고 꼬마라고 느끼도록 하는 것과 당신이 축약된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잊도록, 그들이 관객 정서적으로 관계를 맺게끔 하는 거였다.
-당신은 <인크레더블>에서 에드나 모드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나는 에드나 연기를 했냐는 질문을 받지 않기 위해 가공의 여배우를 만들어 이름도 만들고 가짜 경력과 가짜 사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내가 에드나 연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올랐다. 이 영화에는 몇명의 픽사 직원이 목소리 출연을 했는데, 이런 스튜디오의 전통에 동참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에드나 연기는 꽤 재미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영화 후반부에 디즈니의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두명이 등장한다.
=올리 존스턴과 프랭크 토머스다. 불행히도 프랭크는 9월4일 사망했다. <아이언 자이언트>에 이어 나는 운좋게도 그들에게 목소리 연기를 시킬 수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순간들에 대해 경의를 바칠 수 있는 작은 순간이었다.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데.
=나는 디즈니가 핸드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더이상 만들지 않을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 기술로 지금도 DVD용 영화를 만들고 있다. 만약 디즈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이 컴퓨터를 사는 것이라면 얘기는 간단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문제가 컴퓨터를 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문제는 컴퓨터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 인터뷰는 각종 해외 매체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