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1월29일(토) 밤 11시
거리의 아이를 다룬 영화들은 처참하다.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그리고 사회적 폭력 속에서 그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현실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폭력과 무관심의 폭풍. 아마도 <내 친구 알리>를 단순한 성장영화로 보기 어려운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친구 알리>는 거리의 아이들을 인터뷰하는 듯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헐벗은 아이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영화 속 장면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기 이를 데 없다.
카사블랑카에는 상대적으로 나이도 많고 키도 큰 두목 디브가 이끄는 어린 갱들의 조직이 있다. 조직은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가는 집없는 거리의 아이들에게 집과 같은 공간이다. 알리, 위타, 오마르, 붑커, 이렇게 네 친구는 지나치게 그들을 착취하는 디브에 반기를 들고 조직을 뛰쳐나와 카사블랑카를 떠난다. 디브의 단원들은 그들을 강제로 다시 돌아오게 하려고 하고 이 와중에 어떤 이는 죽임을 당한다. 하지만 누구나 짐작하듯, 아이들의 여행은 그리 쉽지 끝나지는 않는다. <내 친구 알리>에서 영화를 보는 이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영화 속 죽음이 기다리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이다. 세 친구는 시체를 몰래 숨긴 채 그에게 어울리는 장례식을 치러주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된다. 항해사가 되어 세계를 여행하고 싶어했던 친구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다.
<내 친구 알리>는 어떤 아이들의 고단한 삶에 대해 리얼리즘적 시선을 고집한다. 영화를 보면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흔적을 되새기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전문 배우들의 출연, 다큐멘터리식의 촬영 기법, 그리고 이야기의 적지 않은 부분이 거리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내 친구 알리>는 리얼리즘의 적자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소년들은 누군가의 죽음 이후 고통을 간직하는 대신 그것을 뛰어넘기를 택한다. 과거에 그들 중 어떤 친구는 바다로 가서 항해사가 되고 싶어했고 사랑스런 여인을 만나고 싶어했다.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의 틈바구니 사이로, 영화는 가끔씩 소년들 내면의 여린 꿈을 들춰 보인다. 작고 소박한 판타지지만 거기엔 설명하기 힘든 감동의 순간이 있는 것이다.
나빌 아우크 감독은 모로코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성장했다. 연극계에서 수년간 활동하다 1992년부터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영화계에 입문했는데, 몇편의 단편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장편영화 <멕툽>이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다큐멘터리적 기법으로 완성된 <내 친구 알리>는 그에겐 두 번째 장편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