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커플. 중소기업 사장 카스텔라(장 피에르 바크리)는 사업과 먹는 것 외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다. 당연히 예술에는 문외한이다. 집안은 예쁜 것만 추구하는 `공주'과의 아내가 꾸며놓은 꽃무늬 가구와 벽지로 둘러싸여 있다. 어느날 아내에게 이끌려 할 수 없이 보러간 연극의 여주인공 클라라(안 알바로)를 보고 반한다. 노처녀 클라라는 이지적인 데 더해 “사랑 없이 남자와 잘 수 없다”는 `반듯한' 사랑관을 갖고 있다. 카스텔라는 클라라의 예술인 친구 그룹을 쫓아다니며 술값도 내고 그들이 그린 그림도 사주지만 결국 클라라에게 딱지를 맞는다.
두번째 커플. 전직 경찰관인 프랑크(제라르 랑뱅)는 1년에 10여명씩 25년간 300명의 여자와 잤지만 대부분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다. 떠돌기만 하는 그에겐, 세상에 비관적일 수밖에 없게 된 사건이 있다.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쫓고 있었는데 수사가 외압으로 중단됐다. 그래서 경찰직을 그만두고 카스텔라의 사설 보디가드를 맡았다. 마니는 클라라의 친구로, 술집의 바텐더이다. 성생활이 자유분방하지만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둘은 만나자 이내 사귀지만 전직 경찰인 프랑크가 마니의 마리화나 판매를 용인하지 못하고 자존심 강한 마니는 프랑크의 간섭을 허락치 않는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타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그래야 사랑도 얻을 수 있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렇게 볼만한 인과관계의 공식이 있다. 하지만 메세지보다 캐릭터들을 눈여겨 불 때 재미가 쏠쏠하다. 인물 설정과 대사가 흥미롭고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다. 그들이 무슨 유별한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맞아, 저런 유형의 인간은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할 거야”라는 식의 공감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렇게 웃기도 하고 안쓰러워 하기도 하면서 영화를 보다보면 카스텔라와 클라라가 맺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레 억지스러워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묘한 지점에 있다. 공식을 먼저 떠올리고 캐릭터를 설정했는지, 아니면 캐릭터에 살을 붙여가다 보니까 그런 공식에 이르렀는지 쉽게 분간이 안된다. 상업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점이지대에 있는 듯한 <타인의 취향>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택시2>에 이어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감독 아녜스 자우이(37)는 카스텔라 역을 맡은 장 피에르 바크리(50)의 부인으로, 둘이 함께 팀을 이뤄 알렝 레네 감독의 <스모킹/ 노스모킹> 등의 시나리오를 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