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모은영의 오리엔트 특급 <서바이브 스타일 5+>
2005-04-18
글 : 모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 그 이상

옛말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했건만 여기 세간의 상식이나 논리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과격부부가 있다. 암매장, 방화, 토막 살인에 이르기까지 온갖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아내를 죽이는 남편과 그 때마다 되살아나 되로 받고 말로 갚는 불사신 아내.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혈전인지 도를 넘어선 애정행각인지 헷갈리는 경지에까지 이르는 이들 기이한 부부의 이야기는 그러나 그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돼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고, 내친 김에 관객상까지 수상했던 <서바이브 스타일 5+>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람들이 벌이는 각기 다른 다섯 가지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영화다.

이들 못 말리는 폭력부부에 이어 잘난 척 대왕 최면술사와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그를 죽이려 계획 중인 광고기획자 요코의 이야기.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좀도둑 삼총사가 벌이는 우정과 애정 사이, 분홍색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영국인 킬러와 괴상한 일본인 코디네이터, 그리고 최면술사가 살해당하는 바람에 최면에서 풀리지 못하고 새가 되어버린 가장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상상만으로도 기이한 이들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의 연속 속에 잔뜩 얽혀버린 실처럼 하나로 꼬여들게 된다.

그 자체로 뮤직 비디오나 CF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영상과 원색의 세련된 세트, 비현실을 넘어 초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 필름으로 된 만화를 보듯 과장된 화면에서는 CF계의 천재로 불리는 원작자 타다 다쿠와 감독 세키구치 겐의 공력을 느낄 수 있다. 요코의 상상 속에서 등장하는 기상천외한 광고도 물론 그들의 솜씨다.

하지만 감독은 이러한 기이한 이야기를 통해 결국 소통하지 못하고 자꾸만 어긋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일본인들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계속해서 죽고 죽이며 점점 정도를 더해가는 남편과 아내의 모습은, 조금의 양보도 없이 상대에게 이해하고 받아만 달라 강요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영어와 일본어로 떠드는 킬러와 코디네이터, 새가 되어 아내와 딸이 보는 앞에서 통구이가 되는 공포에 떠는 가장 역시 대화하지만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 점점 작아지고 있는 우리 시대 가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기발한 상상력과 부조리한 상황의 연속에서 폭소가 끊이지 않지만 어느 순간 씁쓸한 웃음이 베어 나오는 것 역시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 만나는 희망의 메시지는 자꾸만 어긋나고 통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은 계속해서 살아갈만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제목의 끝에 붙은 +는 아마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DVD는 원색의 감각적인 영상으로 가득한 영화의 색감을 마음껏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정판과 일반판으로 발매됐으며 한정판에는 스토리보드집과 브로마이드, 스카프 등의 ‘특전’을 더했다. 부록 중 타다 다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양복을 입은 아사노 타다노부가 욕실, 링 같은 난감한 장소에 난입하는 칼라 프린터 광고시리즈가 눈길을 끈다. 특히, 부산영화제 상영 장면은 국내 팬에게는 조금 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제작 과정
촬영 현장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