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모은영의 오리엔트 특급 <스윙 걸즈 SE>
2005-06-21
글 : 모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소녀들, 재즈를 만나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스윙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드럼 등의 화려한 앙상블과 ‘오프 비트’ 박자가 만들어내는 경쾌한 율동감에 흔들흔들, 저절로 온 몸을 들썩이게 하는 스윙재즈. 관객들의 열띤 환호를 받으며 무대 한 복판에서 신들린 듯 연주하는 이들이 여느 빅밴드보다 조금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들이 16명의 소녀들(과 1명의 소년으)로 구성된 빅 밴드 ‘Swing Girls (and boy)'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중발레단에 도전하는 남학생들의 좌충우돌로 포복절도하는 웃음을 선사했던 <워터 보이즈>의 감독 야구치 시노부는 신작 <스윙 걸즈>에서 재즈로 종목을 바꿔 다시 한번 웃음 바이러스 전파에 나섰다.

무덥고 지루한 여름 방학, 도호쿠(東北) 지방의 한 시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지루한 보충 수업 대신 얼떨결에 ‘Swing Girls'라는 빅 밴드를 결성하게 되는 소녀, 소년들의 이야기, <스윙 걸즈>는 <워터 보이즈>의 여고생판이라 할 정도로 컨셉에서 캐릭터, 구조 등 모든 면에서 전작과 유사하다. 하지만 만화적인 상상력과 개성적인 캐릭터 창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야구치 시노부의 솜씨는 여전히 시종일관 터지는 폭소와 흐뭇한 감동의 순간을 선사한다. 특히 중고 악기를 마련하기 위해 버섯을 따다 돌연 멧돼지에 쫒기는 장면은 그 자체로 만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 내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단연 영화 내내 흐르는 신명나는 재즈 선율일 것이다. 건강하고 발랄한 여고생 밴드들이 신나게 연주하는 'In The Mood' 'Moonlight Serenade' 'Sing Sing Sing' 같은 빅 밴드 시대의 주옥같은 명곡들은 굳이 노래 제목을 알지 못하더라도 영화 내내 신나게 다리를 흔들고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일련번호가 매겨진 프리미엄 에디션과 특별판, 일반판 세 종류로 출시된 DVD는 듣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영화의 재미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DVD 시작에 등장하는 ‘젖소 THX’ 인증은 물론, 스톰프의 연주로 듣는 돌비 디지털 로고부터 한껏 부풀어 오른 사운드에 대한 기대는 DTS와 DD 5.1 사운드를 지원하는 영화 본편에서 100% 이상의 만족함을 느낄 수 있다. 항목이 바뀔 때마다 화면이 바뀌는 랜덤 형식의 메뉴부터 ‘Swing Girls' 밴드의 각 파트 연주자들에 대한 소개를 담은 항목, 영화 속 흥겨운 연주 장면만을 모아 놓은 ’악곡 소개‘ 등 영화만큼 귀엽고 아기자기한 부록은 ’보너스‘ 이상의 역할을 한다.

특히 특별판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단편 모음집 ’사이드 스토리‘는 놓치지 말 것. 극중 등장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번외편이다. 사실 영화 속 모든 소동은 늦게 도착한 때문에 발생한 것일 터, 도시락이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던 비밀도 여기서 밝혀진다. 이 밖에 버트 바카락의 'love'에 맞춰 등장인물 전원이 출연하는 유쾌한 엔딩 크레딧의 다양한 버전을 만날 수 있는 미공개 영상집, 관악기 연주 방법 등 아기자기한 부록들로 가득하다.

영화의 초반부 소녀들이 빅 밴드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기 전 교실 바닥으로 재즈 레코드판이 데구르르 굴러가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는 CD처럼 세련된 분위기라거나 잘 짜여진 구성이 돋보인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어딘가 엉성하고 얼렁뚱땅 넘어가지만 모든 것을 떠나 영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끊이지 않게 하는 영화, 이것이 바로 <스윙 걸즈>의 매력일 것이다.

사이드 스토리
악기 다루는 법
야구치 시노부 감독 인터뷰
토모코 역의 우에노 주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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