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영화로 간 PD들, 무엇이 문제인가 [2] - 김종학 PD 인터뷰
2000-04-11
글 : 백은하 ( <매거진t> 편집장)

“영화와 드라마, 전혀 다르더라”

지난 3일 (주)시네마 서비스의 강우석 감독과 (주)김종학 프로덕션의 김종학 PD는 방송과 영화간의 긴밀한 교류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시네마 서비스가 자본을 유치, 투자해서 김종학 프로덕션과 영화뿐 아니라 TV 프로그램도 함께 제작해 나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김종학 PD는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굵직굵직한 대작들을 연출해 내면서 충무로가 탐내는 ‘1순위’ TV PD로 꼽혔지만 제이콤으로 독립하면서 기획한 창립작 <인샬라>가 모로코 올 로케이션과 15억원의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하면서 준비중이던 시나리오 <쿠테타>도 무기한 보류되었다. 또한 이어지는 TV 시리즈 <백야 3.98>과 <고스트> 등도 러시아 촬영과 특수효과 촬영이라는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방송사의 품을 떠난 뒤 이어졌던 실패는 거액의 수업료를 지불한 훌륭한 ‘레슨’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시네마 서비스와의 제휴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부터 나왔나.

=쭉 되어오던 이야기였지만 구체적으로 논의한 건 내가 중국에서 돌아온 지난 3월28일 뒤다.

-어떤 면에서 제휴의 필요성을 느꼈나.

=비록 내가 직접 연출하진 않았지만, 사실 직접 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인샬라>가 망하고 주변에 드라마 찍던 동료들이 번번이 영화판만 오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가장 먼저 느꼈던 패인은 아무래도 시스템적인 데 있었다. 메이저와의 연결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던 중 강우석 감독, 장윤현 감독은 반대로 TV 제작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매체간의 인력이동이 수월하게 되면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손을 잡게 되었다.

-영화판으로 온 TV PD의 패인이 단순히 시스템 문제에만 있을까.

=그렇진 않다. 솔직히 나도 그렇고 TV연출을 해오던 감독들은 영화를 쉽게 생각했던 바가 없지 않았다. 하루에 60분 나가는 드라마 2편이면 영화 시간인데 그러면 우리는 몇편의 영화를 찍었냐 식의 오만이 있었다. 그러니 무턱대고 방송에서보다 더 크게 벌일 생각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충무로에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영화와 드라마는 발상에서 마케팅까지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매체임을 알았다. 시나리오의 완성도 또한 TV의 극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느꼈고.

-어떤 사업을 진행할 예정인가.

=함께 있는 이장수, 최윤석, 이승렬 PD들이 영화를 제작할 때에 시네마서비스가 모든 지원에서부터 배급까지 맡아 진행시킬 것이고 장윤현 감독 외의 영화감독들이 참여해 ‘TV용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35mm 촬영뿐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 키네코하는 하는 식의 방식이 될 것이다. 편당 제작비는 5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편당 5천만원에서 1억원 사이의 TV 제작비를 생각한다면 상당한 액수다.

=그렇다. 하지만 선제작을 해서 1차 방영권만 방송사쪽에 넘기고 2차적인 비디오 판권이나 해외판매 등의 수익은 우리쪽에 있을 것이다. 중국·일본·동남아시장에서의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은 날로 상승하고 있는 중이니까 투자만큼의 가치가 있으리라 본다.

-직접 영화 연출을 할 예정인가.

=아마도 올해 후반쯤이 될 것 같다. 몇개의 이야기를 놓고 고민중인데 조만간 발표할 것이다.

-두렵지 않나.

=사실 두렵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나. 뭔가 조금 아는 것 같으니 더 두렵다. 집에서 비디오테이프로 영화볼 때면 자신감이 생기다가도 거대한 스크린 앞에만 가면 압도당할 듯한 공포감을 느낀다.

-TV PD 출신 감독들의 이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보는 이들의 반응에 대한 동물적 감각이 있다. 그 주에 만들어 그 주에 반응이 나오는 데 익숙하다. 물론 그 감각이 양날의 칼일 수 있지만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단기간에 많은 편수의 드라마를 연출해 오면서 터득한 촬영의 노하우들이 있다. 경험은 돈을 주고도 못사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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