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종래의 DVD 뒷담화 - 때론 '심의'가 '영화'보다 더 웃기다?!
2005-05-27
글 : 김종래 (파파DVD 대표)

6월에 나올 DVD 타이틀 중에 꼭 보고픈 영화가 하나 있었다. 바로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욕쟁이 악동들이 나오는 <사우스 파크>로 유명한 트레이 파커와 매트 스톤 감독의 최신작 <팀 아메리카 : 세계 경찰>이었다. 종이를 오려 만든 캐릭터의 <사우스 파크>와 달리 이 영화는 무려 3,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자본을 들여 얼굴과 팔, 다리까지 움직이는 로봇 인형들을 만들어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DVD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것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당으로 본격 등장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발바닥을 핥아라"라는 주제가를 부르며 전 세계 테러리스트 소탕에 나선 팀 아메리카 대원들과 김정일 위원장의 맞짱 승부를 다룬 탓에 미국 개봉 당시에도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인형 캐릭터로 등장한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

김정일뿐만 아니라 숀 펜, 팀 로빈스, 수잔 서랜든, 알렉 볼드윈 등 할리우드 스타까지 본 딴 인형들도 대거 등장한다. 할리우드까지 마구 비판해 도대체 뭘 비판하려는 지조차 헷갈릴 만큼 초절정의 풍자를 일삼는(?) 이 영화는 폭력과 성 묘사의 수위조차 만만치 않다.

눈치가 빠른 분들이라면 필자가 맨 위 문장에서부터 '있었다' 류의 과거형을 썼다는 것을 의아해했을 것이다. 예상대로 이 DVD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심의보류 판정을 받아 국내 DVD 발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도대체 보류 판정을 받은 이유가 뭘까. 야해서? 과격해서? 실제 이유는 엉뚱하게도 '특정 국가원수를 희화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허걱?! 최근 들어 무삭제판 DVD가 버젓하게 나오는 이 놀라운 시대에 이 얼마나 해괴망측한 사건인가.

그동안 대통령이나 야당 당수를 특정 영화 포스터 등으로 패러디했다고 해서 여러 번 논란도 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패러디를 제대로 표현하고 보기가 너무 어렵다. <팀 아메리카…> DVD의 심의 보류를 지켜보면서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영화의 표현이 현실의 복잡한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생각하면 씁쓸하고 참담한 기분이 든다. 영화의 구성이나 주장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간에 일단 보고 판단할 문제 아닌가. 패러디를 패러디라, 풍자를 풍자라 부르지 못하니 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가.

<사이드웨이>는 비디오로 봐야한다?

차마 웃지 못 할 일 하나 더! 얼마 전 비디오와 DVD로 발매된 영화 <사이드웨이>의 비디오 광고에 '비디오만의 특별한 즐거움! 무암전 원본 그대로 출시!'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남성의 성기노출장면이 일부 있는데 DVD는 더 선명한 화질 탓에 심의에 걸려 암전 처리됐고 비디오는 무사 통과됐다는 것이다. 때론 영화보다 심의 그 자체가 더 코믹하고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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