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종래의 DVD 뒷담화 - '슈퍼맨' DVD 놀이 해보셨나요?
2005-08-31
글 : 김종래 (파파DVD 대표)

DVD를 모으고 보다 보면 문득 우울해질 때가 있다. 한정판이다 뭐다 해서 시간을 다퉈 예약해서 비싼 돈을 들여 DVD를 샀건만 그리 오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헐값 덤핑 행사품으로 마구 쏟아져 나왔을 때도 그랬다. 마누라가 앰프나 스피커 프로젝터 같은 AV를 허락 받지 않고 샀다고 바가지를 긁을 때도 그렇다. 기껏 모은 DVD가 산화가 되어 재생되지 않을 때도 그렇다. 아이들이 손으로 DVD 디스크를 마구 만져 스크래치가 날 때일 수도 있다. <댄서의 순정> 일반판을 사고 나니까 감독판 특별판이 나온다는 발표를 듣고서도 그랬던 것 같다. 기껏 산 DVD가 다음 달 DVD 월간지 부록으로 나왔을 때도 정말 슬프다. 이런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마냥 DVD를 보고 있다고 하면 우리 처지가 너무 처량하고 불쌍하다. 이럴 땐 획기적인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그 비법을 감히 공개한다. 우선 스크래치가 많이 났거나 산화가 되어 재생 불가능한 DVD타이틀, 리콜로 교환을 앞둔 디스크를 골라낸다. 그게 <슈퍼맨>이어도 좋고 <배트맨>이나 <인디아나 존스>라도 상관없다. 인기 있는 유명 영화이거나 유명 감독 작품일수록 그 재미는 더 쏠쏠하다. 아이들이나 친구와 공터에 나가 이 DVD를 갖고 원반 던지기를 하는 것이다. <슈퍼맨>이 하늘로 휑하고 날아올라 바람을 타는 모습을 감상하고 그걸 던지고 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구슬땀과 신바람이 절로 난다. 간혹 맞바람을 잘 타면 DVD가 부메랑처럼 돌아오기도 한다. 꽤 신기한 풍경이다. 영화가 날아다닌다고 상상해봐라.

마땅히 뛰어다닐 곳이 없는 집이나 실내에서라면 DVD 던지고 놀기보다는 DVD를 팽이처럼 돌리기 놀이를 권한다. 디스크를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잡고 세워 팽이처럼 돌리는 것이다. 누가 오래, 더 멋지게 돌아가는지 내기를 하면 더 재밌다. 물론 <원더우먼> DVD라고 해서 더 잘 도는 것은 아니다. 고도의 손재주가 있다면 볼펜이나 연필을 세워놓고 DVD를 던져 가운데 구멍으로 넣는 놀이도 꽤 흥미진진하다. 역시 DVD가 공CD보다는 더 묵직해 손맛이 더 좋다.

결국 출시가 취소된 <댄서의 순정> 감독 특별판

DVD는 이렇게 즐거워야 한다. DVD안의 영화를 보면서도 즐겁고 DVD를 모으면서도 즐거워야 한다. DVD와 DVD마니아는 제작사의 얄팍한 상술이나 리콜 화학실험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그럴 바에는 아예 DVD를 던지고 돌리고 꽂는 놀이를 하는 게 더 즐거울 것이다. 요새처럼 값싸게 나오는 DVD라면 무더기로 던지고 논다해도 오히려 덜 가슴이 아프지 않을까. 제발 우리나라 DVD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