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TV 애니메이션 오딧세이 [2]
2005-05-27
글 : 황보현 (뉴타입 기자)

천하무적 아줌마

<아따맘마>

백화점 세일 상품에 눈에 불을 켜고 무섭게 달려드는 아줌마, 지하철에서 철판 까는 아줌마, 뒤늦게 몸매 관리한다고 주책 떠는 아줌마,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사춘기 아들의 숨기고 싶은 사정까지 시시콜콜 이야기해버리는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흔히 아줌마만큼 무서운 존재가 없다고들 하지만, 세상에는 ‘귀여운 아줌마’도 있다. 귀여운 아줌마라니 믿을 수 없다고? 그야말로 판타지가 아니냐고?! 무슨 말씀을. 이만큼 리얼한 ‘아줌마’가 등장하는 이야기도 없다.

깔끔한 화면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이야기를 10분 단위의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로 묶어놓은 <아따맘마>는 온 가족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즐겁게 볼 수 있는 그야말로 건강한 엽기 가족 애니메이션이다. 엄마와 아빠, 아리(누나), 동동(남동생)이라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인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저도 몰래 “맞아! 맞아!”라고 박수치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작 만화도 같은 제목으로 국내에 출간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만화책쪽도 추천한다.

덤으로, ‘아따맘마’의 뜻이 궁금해서 밤잠 못 이룰 사람들에게 한마디. 이 의미불명 제목은 사실 일본 원제인 ‘아따신치’(우리집)와 발음이 되도록 비슷했으면 좋겠다는 일본쪽의 희망에 따라 완성된 산물이라고 하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

텔레토비는 가라!

<뽀롱뽀롱 뽀로로>

“노는 게 제일 좋아∼♬”로 시작되는 오프닝 주제가는 한번 들으면 자꾸만 따라 부르게 되는 중독성이 뛰어나다. 그 파워는 나도 모르는 새 휴대폰 벨소리로 등록을 하게 될 정도!

‘남북한 합작 3D애니메이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기도 한 <뽀롱뽀롱 뽀로로>는 호기심 많은 꼬마 펭귄 뽀로로와 그의 친구들이 벌이는 크고 작은 소동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둘리의 뒤를 잇는 제2의 국민 캐릭터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얼음 나라 작은 숲속 마을에∼”로 시작하는 내레이션은 이전 유아 대상용 프로그램이었음에도 어른들을 더욱 열광하게(?) 만들었던 <꼬꼬마 텔레토비>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의미에서 엽기 코드로 화제가 되었던 <…텔레토비>와는 달리 개성있고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여 펼치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이야기의 작품으로 정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작품이다.

덧붙여, <뽀롱뽀롱 뽀로로>의 ‘전설적인’ 오프닝과 엔딩 동영상은 <뽀롱뽀롱 뽀로로> 공식 홈페이지(http://www.pororo.net/)에서도 맛볼 수 있으니, 꼭 한번 찾아보고 그들의 귀여움에 마음껏 빠져보기 바란다.

예외를 허락한 인기!

<이누야샤>

최근 애니메이션 채널을 틀면 희고 긴 머리카락에 각막을 자극하는 선명한 빨간색 옷을 입고, 자기 키만큼 큰 칼을 들고 화면을 누비는 강아지… 가 아니라 인간… 도 아닌 녀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주인공은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태어난 ‘반요’(半妖)라는 설정의 이누야샤.

<이누야샤>는 <란마 1/2>로 유명한 다카하시 루미코가 그린 동명의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들마다 모두 장기간 황금시간대에 이 작품을 편성하고 있다는 것에서 그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애니 방송계에서 많은 인기와 반응을 얻고 있다.

평범한 여중생 가영이 어쩌다 일본의 전국 시대로 떨어지고, 그곳에서 이누야샤와 함께 조각조각 깨져 흩어진 사혼의 조각을 모으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기본 스토리 맥락은 정통적인 모험 판타지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이 국내 방영되기 전부터 국내의 만화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얻고 있었던 작품인 만큼 국내 TV 방영이 결정되고는 팬들의 투표에 따라 성우진을 결정하고, 일본과 국내에서 V6, 하마사키 아유미, BoA, 신화 등 쟁쟁한 인기 가수들이 주제가를 부른 한편, 일본 전통 의상을 비롯해 일본색이 강한 작품임에도 이례적으로 거의 수정을 거치지 않은 방영이 이루어지는 등 여러 가지 화제를 낳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듯 기존 애니메이션 팬들을 신경 쓰면서도 일반 시청자들의 눈을 잡는 데에도 성공한 <이누야샤>의 마지막 6기(파이널) 시리즈는 올 7월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깐따삐야 별의 배은망덕 족제비?!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

이야기는 조금 무뚝뚝하지만 평범한 대학생 용준의 집에 족제비 한 마리가 뛰쳐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용준은 그 족제비를 키우기로 하고 ‘제삐’라는 이름까지 붙여준다.

제삐의 정확한 학술 명칭은 흰족제비, 족제빗과에서 가장 작은 종으로 애기족제비라고도 불리는 종이다. 하지만 이들 종족은 귀여운 외모와 달리 육식에다 성격이 포악하다. 그래서인지 제삐도 용준의 집에 들어와 사는 식객 주제에 야생의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난폭하게 굴며 집 안에서 대장 행세를 하려든다.

우리는 이런 주객전도의 건방진 녀석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바로 투덜대면서도 사람 좋게(?) 거둬준 길동이 아저씨를 애완동물 취급하던 깐따삐야 별 출신 우주인 도우너가 그러하다. 하지만 자신을 거둬들여준 고마운 은인에게 오만방자, 기고만장한 태도를 취하는 도우너 같은 제삐의 말은 인간들에게 “샤- 샤-”라는 소리 이상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의사소통의 문제로 인한 인간과 제삐간의 오해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볼거리다. 상황을 멋대로 판단, 해석하는 제삐 이하 동물 캐릭터들의 입담과 그들의 돌발적인 행동에 영문을 몰라 하면서도 동요하는 일이 없는 포커 페이스 용준 역시 만만치는 않다. 신선한 웃음을 선사해줄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는 현재 국내에 <춤추는 족제비>라는 제목으로 원작 만화도 소개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만화책쪽도 체크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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