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돌아온 탕아 미키 루크 [2] - 인터뷰
2005-07-06
글 : 박혜명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칸에서 만난 미키 루크, 그가 말하는 나의 인생

“도대체 그 빌어먹을 섹스 심벌은 뭐하는 직업인가?”

인터뷰 시간은 낮 12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기자들은 마제스틱호텔 8층 스위트룸 야외 테라스에 모여 “10분만”, “20분만” 하는 영화사 직원 말에 “그럼 그렇지” 하며 기다렸다. 미키 루크는 1시30분에 나타났다. 전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미안하다고 그가 말했다. 술냄새가 풍겼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담배를 꺼내며 “햇볕을 쬐고 싶은데 파라솔을 걷어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이미 햇빛을 1시간이나 쬐고 벌겋게 익은 기자들의 얼굴색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리라. 새카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으니까. 그가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그의 얼굴을 기자들도 다 보지는 못했다.

-연기를 그만두고 복싱을 했던 것은, 어떻게 보면 당신 스스로를 망가뜨린 것 아닌가.

=맞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도 했던 일이지만 그때의 선택은 그랬을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 전의 내 행동들에 대한 벌이었을 수도 있다. 5년 만에 다시 돌아왔을 때 아무도 나를 쓰려고 하지 않았다. 예상은 했었다. 그리고 운동은 그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의사가 더이상 경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제발, 한 경기만 더” 하고 사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미키 루크는 타이틀전을 3경기 남겨놓고 복싱을 그만뒀다. 자율신경계 반응 테스트와 기억력 테스트 결과, 그의 건강 상태는 복싱을 계속해도 좋을 수준이 아니었다).

-복싱을 그만두고 돌아왔을 때 상황이 어땠는지.

=큰 집, 자동차, 오토바이, 사람들을 다 잃었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복싱을 그만두고 6개월 동안 집에만 있었다. 사람들이 날 쓰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그 시간이 6년 같았다.

-영화계 사람들이 당신을 외면하는 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 당신 자신이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는가.

=물론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수치심이 나중에는 분노로 바뀌었다. 어떤 것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다는 건 별로 멋진 일은 아니지 않나. 화내는 게 낫지. (웃음)

-후회는 없었는가.

=만날 후회하면서 살았다. 그때 좀더 내가 많은 걸 알았더라면. 잘못된 것을 고칠 수 있는 지혜가 있었더라면. 그러나 난 그렇지 못했다. 모든 것을 다 잃을 때까지도 그 방법을 몰랐다.

-지금의 에이전트를 만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잘 알려주는 사람이다. 나는 착실해져야(consistent) 한다. 아내(두 번째 아내인 캐리 오티스)가 날 떠날 때 그랬다. “당신은 착실하지가 않아. 언젠간 날 죽이고 말 거야.” 그녀가 그 말을 했을 때는 무슨 뜻으로 착실해져야 한다고 말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난 별로 착실하게 사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웃음), 그건 원래의 내 모습도 아니다.

-배우로 돌아온 것이 좋다고 생각했나.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잘해볼 마음도 있었고, 연기를 다시 좋아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엔젤 하트>를 찍을 때만 해도 연기하는 것, 동료들, 영화 자체가 싫었다. 내가 뉴욕의 리 스트라스버그 인스티튜트(뉴욕 액터스 스튜디오)를 다니다 뛰쳐나온 이유가 선생들이 학생들에게 너무 완벽한 연기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나만의 연기를 하고 싶어서 배우가 됐는데, 사람들은 영화를 갖고 비즈니스 얘기만 했다. 정말 싫었다.

-영화계에서는 당신을 ‘배우’라기보다 ‘무비스타’로 만들려고 했던 것 아닌가.

=그런 셈이다. 섹스 심벌이 되기를 요구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도대체 그 빌어먹을 섹스 심벌은 뭐하는 직업인가.

-연기와 복싱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택할 것 같은가.

=복싱을 택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해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복싱은 내 맘 깊은 곳에 있는 것이다. 난 연기 이전에 먼저 복싱을 했던 사람이다. 다른 스포츠에도 능했고, 또 좋아했고, 어릴 때부터 운동선수들을 좋아했다. 내겐 운동이 고향 같은 것이다.

-복싱을 그만둘 무렵 한동안 돈이 없었을 텐데, 다시 연기에만 집중하면서 큰돈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무엇을 샀는가.

=돈은 아직도 없다. (웃음) 돈은 한번도 내 편인 적이 없다.

-연기를 그만두기 전에, 그러니까 전성기 시절에 당신과 어울렸던 영화계 인사들 중에 현재까지도 친구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없다. 단 한명도 없다. 전부 등을 돌렸다. (손가락 끝으로 테라스 한쪽에서 대화 중인 한 남자를 가리키며) 흰 셔츠를 입은 저 친구만 빼고. 이름은 핑키(Finky)다. (영화계와 관련없는) 저 친구가 여기 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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