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이상한 동화나라의 팀 버튼 [3] - 팀 버튼 인터뷰
2000-01-25
정리 : 이유란 (객원기자)

“바보 같다는 게 나만의 고유함이 아닐까”

-<슬리피 할로우>의 시나리오에 끌렸던 이유는. 이야기 자체가 좋아서인가, 아니면 비주얼의 가능성 때문인가.

=둘 다다. 디즈니의 58년작 만화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을 봐서 그런지 이 이야기가 낯익다. 사실 시나리오를 보기 전까지는 워싱톤 어빙의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다. 대부분의 미국 아이들이 그렇다. 그렇지만 목없는 호스맨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안다. 시나리오가 해머프로덕션의 공포 영화를 연상시키는 것도 맘에 들었다. 난 동화나 상징성을 띤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시나리오에는 내가 좋아하는 전래동화의 감동이 있었다. 이 카보드 크레인이란 사내는 자기 머리 속에서만 살지만 호스맨은 머리가 없다는, 대조적인 설정이 특히 좋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봤을 것 같은데.

=맞다. 물론, 비주얼로만 영화에 접근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캐스팅이나 세트 제작 등 고려할 게 많으니까.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무엇보다 비주얼을 먼저 생각하게 만든다. 내게 개인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이야기를 만나면 난 저절로 거기에 빠져든다.

-혹시 회화나 조각에서 힌트를 얻진 않았나.

=그런 형식의 예술작품에서 뭔가를 찾아내려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창조하기보다 모방하려 했다. 해머프로덕션의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할 때, 그 의미는 이미지를 복사하는 게 아니라 그 영화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옛날 영화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지만 영화를 그대로 베끼고 싶지는 않았다. 해머 프로덕션 영화는 리얼리티와는 거리가 멀다. 딱히 기술적으로 훌륭하지도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영화들을 좋아한다. 우리의 기억 속에 들어와서는 영화의 본래 가치를 넘어서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거다.

-처음엔 뉴욕 북부 현지 촬영을 고려했다가 스튜디오와 런던 교외에 세트를 짓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그런 결정을 내린 동기는.

=리베스덴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기로 한 건 주로 제작비 때문이었다. 그곳의 시설은 우리가 필요한 공간을 제공해주었다. 다만 천장이 너무 낮은 게 흠이긴 했지만. 난 <배트맨>도 런던에서 촬영했는데, 런던의 영화산업은 훌륭한 스탭들과 장인을 비롯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했다. 이렇게 고도로 시각적인 영화를 만드는 데 적절한 장소는 LA와 런던뿐이다. 심지어 뉴욕에도 그 정도의 시설이 없다.

-스튜디오와 야외세트 촬영을 비교하면 어떤가.

=한참 동안 같은 곳에 있으면 다른 곳을 그리워하게 된다. 스튜디오에 있으면 밖으로 나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지만 막상 야외로 가면 ‘제길, 추워죽겠군’ 하는 거다.(웃음) 스튜디오 장면과 야외세트 촬영분의 이음새를 없애는 건 커다란 도전이었다. 옛날 해머프로덕션 영화를 보면 스튜디오 촬영분과 야외 촬영분을 금세 구별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차이를 지우려고 최선을 다했다. 야외 촬영 장면을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 몹시 어렵다. 스튜디오에서 숲 속 장면을 많이 찍었는데, 하늘이 진짜처럼 보인다. 치보(촬영감독의 애칭)가 참 큰 일을 했다.

-디지털효과와 비교적 전통적인 특수효과 중에서 어디에 더 의존했나.

=가능한 생생한 효과를 얻고 싶었다. 디지털효과는 최소화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세트를 많이 짓고, 스모크를 뿜어댄 거다. 내 생각엔 기술적으로 모든 게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항상 영화를 풍요롭게 하는 건 아니다. 디지털기술은 매우 흥미롭고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블랙 선데이> 같은 영화를 볼 때 우리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좀더 인간적인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값싼 미니어처 모델로 마을 전체 풍경을 찍더라도 영화의 전체 문맥에서는 리얼하게 보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실제가 아니더라도 리얼리티를 느끼게 할 수 있는 거다. 우리는 <슬리피 할로우>에서 그런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했다.

-조니 뎁이 세 번째로 당신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는데.

=나는 조니 뎁을 좋아한다. 그는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 심지어 진흙 속에서 구르는 것조차 싫어하지 않는 배우가 좋다. 특히 이렇게 기술적인 영화를 찍을 때는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지 않고, 완전하게 다른 캐릭터로 변신할 줄 아는 배우와 함께 일하는 게 맘 편하다. <가위손> <에드 우드> <슬리피 할로우>에서 그의 캐릭터는 다 다르다. 크레인은 한편으로 시대에 뒤떨어졌고 한편으로는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다. 그렇게 모순된 인간이라서 크레인에게 흥미를 느꼈다.

-조니 뎁처럼 오랫동안 당신과 함께 작업해온 작곡가 대니 엘프먼이 이 영화에 참여했는데.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이번에도 큰 기여를 했다. 영화에서 그의 음악은 캐릭터와 마찬가지다. 영화의 맛과 감성, 캐릭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당신이 만드는 영화들은 애니메이션에 큰 빚을 지고 있다. 당신은 ‘버튼적인’ 행동패턴이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그건 그저 평론가들의 얘기일 뿐인가.

=바보같다는 게 나만의 고유한 행동방식이 아닐까. 난 움직임을 좋아한다. 우리는 <슬리피 할로우>를 무성 영화라고 가정해보았다. 옛날 괴물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움직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거기에는 만화적인 발상이 있다. 그런 영화의 캐릭터에는 표정에서 움직임까지 모든 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영화에는 해머 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깔려 있다. 당신은 버뱅크에서 해머의 스튜디오를 보고 자랐다. 해머 영화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해머 영화를 보면서 공포 영화의 섬짓한 아름다움을 알았다. <블랙 선데이>는 20번 넘게 봤다. 줄거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미지는 잊혀지지 않는다. 훌륭한 공포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들이 그 영화에 있었다. 그런 영화들은 이미지가 너무 기이하고 강렬해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꼭 꿈을 꾸는 것같다. 최고의 공포 영화는 이미지와 주제가 잘 배합되어 있으며, 곧장 우리의 무의식을 파고든다. 그런 영화들은 이미지로 말을 건넨다.

-당신은 <버튼이 버튼을 말한다>에서 이야기 중심이 아닌 영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당신은 이미지야말로 영화만의 고유한 경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당신 영화는 이야기체가 아니라 비주얼 중심의 영화라고 생각하는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렇다. 그런 평가를 칭찬으로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저 멋지게 보인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라면 동의하기 어렵다. 나는 멋있는 영화를 만드는 방법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영화에 접근해서도 안 된다. 다만 장소나 분위기나 느낌이나 모두 게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것들을 영화의 캐릭터처럼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관객이 이미지를 보면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 속으로 빨려들어가길 바란다.

-당신 영화들은 애니메이션과 실제의 삶 사이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있다. 당신은 만화적인 캐릭터는 현실의 인물처럼 다루고, 진중한 배우는 만화 캐릭터처럼 연출하는데.

=영화학교에 간 것보다 만화적 배경을 가진 게 나에겐 더 큰 도움이 된다. 만화를 그리다보면 세트도 구상하고 사운드 편집도 한다. 영화학교의 교육과정처럼 모든 걸 직접 경험할 수가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은 좀더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만든다.

-당신은 항상 아웃사이더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슬리피 할로우>만 해도 원작에는 크레인이 마을 출신으로 되어 있지만, 영화에서는 뉴욕에서 들어온 것으로 바꾸었다. <배트맨> <가위손> <에드 우드> 등 당신 영화는 아웃사이더, 이상한 사람, 정상적인 세계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연대기였다. 이런 인물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의식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심지어 그걸 문제 삼고 싶지도 않다. 분석하지 않아도 난 그냥 그 캐릭터들이 이해된다. 그들과 나를 동일시하는 거다. 나는 로맨틱한 드라마를 만들지 못한다. 그런 건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난 기이한 캐릭터들이 좋다. 누구보다 그런 인물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게 쉽다. 더 재미있기도 하고.

-아웃사이더를 그리는 게 재미있다고.

=기이한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들과 똑같은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오직 그들에게만 가능한, 그렇지만 기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자유가 있다. 그런 주제는 정말 매력적이다. 리얼리티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무엇이 사실적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이면서 어떻게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터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나도 출근하기 시작해서 한달 내내 궁금해 했다. (웃음) 또한 그 사람들도 그랬을 거다. 나 같은 칼아츠 학생에게 디즈니 입사는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거기에는 창조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일은 맘에 들지 않았다. 정말로 새롭고 튀는 프로젝트는 수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나는 절대로 사람 얼굴에 눈을 그리지 않는데 디즈니는 커다란 눈을 좋아한다. 그래서 결국 난 디즈니를 떠났다.

-<가위손>은 대단히 개인적인 영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 영화를 당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생각하는데, 정말 그런가.

=그 영화는 매우 개인적이고 친근하지만 자전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에드워드는 내가 10대 때 그린 그림에서 시작됐다. 난 매우 멜로드라마틱한 10대 소년이었다.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곤 했으며, 세계를 과장된 방식으로 혹은 멜로드라마처럼 이해했다. 그 캐릭터의 이미지는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서 생겨났다. 나는 매우 소심하고 폐쇄적이었다. 나에게 친구가 있는지, 여자친구는 생길지, 세상과 소통은 할 수 있을지, 모든 게 의심스러웠다.

-당신 영화에서 일관된 주제는 무엇인가.

=오도된 열정이라고나 할까? 나는 열정과 독창성 그리고 그런 것들이 어떻게 이 사회에서 배척당하는가 하는, 그런 주제에 빠져든다. 가장 순수하고 속깊은 의도가 왜곡되고 잘못 이해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당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장르가 있나.

=난 동화를 좋아한다. 언제나 가장 순수한 형식으로 동화를 만들고 싶다. 보통 동화가 스크린 위에 번역될 때는 유치하거나 과장된 방법으로 그려지거나, 비웃음을 사고, 농담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면서 신화로서의 가치는 지워진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창작의 원천은.

=내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내 마음 안에 있다. 거기서 모든 게 시작한다. 난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고통받는다. 아마도 유전적으로 그렇게 타고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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