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배꼽빠지는 우리들의 일상
2005-08-09
글 : ibuti

필자 집의 CD플레이어에서 오랫동안 터줏대감 행세를 하던 ‘The Arcade Fire’가 얼마 전 물러났다. 그들을 쫓아낸 건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Art Brut’라는 녀석들이다. 짧은 펑크에 실린 가사가 꾸밈없고 소박하다. 노래를 듣다 궁금해졌다. 왜 영화는 이제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걸까? 음반 제작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선 영화보다 음반을 만드는 게 훨씬 자유로울 것이라고, 영화 제작이 번잡스러워지는 만큼 영화의 자유가 목을 맨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영화가 없어 심심하던 차에 올해 초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를 만났다.

<롤링 스톤>의 피터 트래버스가 ‘웃다 죽을 작품’이라고 평한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는 우선 웃긴다. 제대로 된 사건 하나 없는 이 영화는 대신 소소한 재미로 일관하는데, 그런 잔재미들은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아이다호의 시골 도시 프레스턴에 사는 등장인물들은 사실 영화 속 캐릭터라 하기도 쑥스러운 수준이다. 오죽하면 그들의 일상을 여기 적는 게 민망할 정도일까.

그러나 그들은 친근한 이웃처럼 느껴지고, 무엇보다 사랑스럽다. 그건 감독이 영화의 내용과 캐릭터를 실제의 경험에서 따와 솔직하게 기록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이 하던 짓거리가 그대로 보여지고, 지인은 물론 심지어 키우던 애완동물까지 등장하며, 소도구도 주변에서 구해 만든 작은 영화니 수많은 단점이 보이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그런 것조차 영화에 대한 애정을 더하게 만든다.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는 비슷한 시기에 소개된 또 다른 인디영화인 <스테이션 에이전트>와 함께 소외된 인물에 대한 사려 깊은 이해를 보여준 숨은 보석과도 같은 영화다. 제레드 헤스 감독이 단편 <펠루카>를 바탕으로 만든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는 선댄스영화제의 호평 뒤 메이저사에 의해 배급되면서 수많은 골수팬을 거느리게 됐으며, 얼마 전 열린 MTV 영화상에선 최우수 영화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성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 출시가 지연되는 바람에 안타까움을 샀던 DVD다. 출시사가 어려운 상황 속에 내린 출시 결정이 고마워서 그런지 DVD를 꺼내기 전부터 미소가 나온다. 아이다호의 맑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The White Stripes’ 등이 참여한 음악이 깔끔하게 담긴 DVD다. 감독과 배우, 제작자가 진행하는 음성해설은 친한 사람끼리의 대화인 만큼 정감 넘치면서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외, 부록으론 메이킹 필름, 삭제장면이 있는데, 미국판 DVD에 담겼던 <펠루카> 등 일부 부록이 빠진 건 아쉽다.

메이킹 필름
삭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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