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0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7] - <쿨> 外
2000-01-11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쿨>

이런 영화

영화제작소 청년 출신으로 95년 제2회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그랜드파더>, 영화쪽에 들어와 있던 대우와 당시 씨네2000에서 공모한 사전제작지원 당선작으로 뽑혀 만든 <저스트 두 잇> 등 단편으로 주목받은 김용균 감독의 데뷔작. <쿨>(Cool)은 ‘쿨한 감성의 잔잔한 사랑영화’로 순정만화풍의 사랑이야기다.

6년 경력의 동화부 애니메이터인 스물다섯살난 여자는 시나리오 작가 데뷔를 준비하는, 한살 많은 남자와 동거중이다. 말수가 적은 여자는 얼핏보면 차가워보이지만 귀여우면서도 속깊은 면을 가지고 있다. 또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남자는 친절하고 따뜻한 성격에 활달하지만 다소 엉뚱한 점이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자기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약간은 신비롭게 그린다.

<해피엔드>를 만든 정지우 감독에 이어 청년필름의 ‘2번 타자’로 나선 김용균 감독은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에서 디지털비디오 촬영을 담당한 경력도 있다. 청년필름의 잠재력에 기대를 거는 국민기술금융이 개발비 지원과 함께 제작비를 댄다.

감독 한마디

“영화에서 이야기하려는 ‘쿨’한 감성이란 20대 초중반 젊은 세대들에게서 보이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정서적인 특징 중에서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어떤 감성’이다. 이전 세대들보다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며 당당하고, 남들의 시선보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과 느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 이전 세대의 매력을 ‘Hot’ 단어가 어울리는 뜨겁고 열정적인 면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에 비해 지금의 20대 초중반 세대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태도는 ‘Cool’에 가깝다. 그것이 내가 이 영화에 담고 싶은 정서이자 그들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잘 구현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전력을 쏟고, 좋은 화면을 뽑아내도록 공을 들여 찍을 것이다. 촬영할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는데, 그가 많은 것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단편할 때도 촬영 전날은 두렵기도 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갖는 게 좋았던 느낌이다. 장편작업이라는 게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긴장감이 오히려 좋다.”

<해변으로 가다>

이런 영화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여름의 해변. 그 해변에서 선명한 햇살은 모래알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듯하지만, 아이들 사이에 잠복한 죽음의 그림자는 잡아내지 못한다. 바닷가 별장에 모인 컴퓨터통신 동호회 회원들은 한 아이의 죽음을 방조했거나 부추겼던 것. 그리고 그 아이 새먼필이 죽은 지 석달 후, 죽음은 근원으로 돌아오려 한다. 해변에는 동호회 회원 8명뿐이다. 8명 중 누가 아이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것일까? 새먼필은 어떻게 죽어갔으며, 살인자는 왜 그의 죽음에 복수를 하려는 것일까? 어떤 의문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 세명이 남았다.

해변이라는 눈부신 공간과 어두운 죽음의 비밀이 대조되면서 진행되는 <해변으로 가다>는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스플래터 호러 영화다. 20대의 젊은 시나리오 작가 다섯명이 경쾌하게 이끌어갈 이 영화는 얼핏 <스크림>을 뒤따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통신’이라는 키워드가 하나 더 끼어든다. 서로 용납하지 못하면서도 맞물리는 통신과 현실.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돌아와 데뷔하는 김인수 감독은 통신문화의 이면을 폭로하면서 연쇄살인극에 무게를 더하고자 한다. 시나리오가 완성단계에 있으며, 20대 초반 배우들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감독 한마디

“<해변으로 가다>는 스플래터 호러 영화지만 그저 잔인하기만 하지는 않다. 육체의 분절과 변형을 모티브로 삼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화처럼, 공포영화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육체에의 강박이 드러나는 장르이다. 그러므로 해변에 쌓여가는 참혹한 시체는 장르적 재미와 함께 <전설의 고향>류의 한서린 공포영화와 다른 느낌을 전해줄 것이다. 다른 특성도 있다. 시나리오에서 가장 끌리는 점이기도 한데, 이 영화의 소재는 컴퓨터통신이다. 한국에서는 유독 채팅이 발달해 있다. 억압적인 현실에서 해방되기 위해 가상공간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통신에는 현실과의 동일성, 현실을 수용할 수 없는 차이가 모두 존재한다. <해변으로 간다>는 그렇게 같으면서 또다른 가상공간과 현실이 만나고 충돌하는 지점을 풀어가는 영화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런영화

지난해 단편영화계의 ‘스타’로 떠오른 류승완 감독의 ‘야심작’. 국내 최초로 단편 4편을 하나의 장편으로 만드는 ‘릴레이’영화이다. 98년에 제작한 제작비 380만원짜리 <패싸움>으로 제4회 부산단편영화제에서 우수작품상을 받은 류승완 감독은 99년 인디포럼 영화제에서 영화마을의 차기작 지원 감독으로 뽑혀 <현대인>을 만들수 있게 됐다. <현대인>은 제25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이때 류승완 감독은 신생 영화사 CNP엔터테인먼트와 장편 프로젝트를 계약했다. 각각의 단편은 액션, 호러, 세미 다큐멘터리, 갱스터 등 다른 장르지만 4편을 잇는 일관된 정서는 하드보일드 액션. ‘인간사,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시니컬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열등감에 찌든 공고 졸업반인 석환, 성빈과 예술고에 다니는 현수 일행의 싸움을 그린 <패싸움>(1부), 석환은 강력계 형사가 되어 있고 감옥에 갔다온 성빈이 죽은 현수의 악령과 싸우는 <악몽>(2부), 경찰인 석환이 조직 폭력배 중간 보스를 검거하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경찰의 폭력이나 깡패들 폭력이나 다를 바 없음을 깨닫는다는 <현대인>(3부), 고등학생인 석환의 동생은 조직 폭력배를 동경하다 우발적으로 담임 선생님을 구타하게 되고 성빈을 따라 폭력배가 되려하자 석환이 결투까지 벌이며 막으려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4부)로 구성된다. 1부, 3부는 이미 완성되었으며 2부, 4부는 지금 찍고 있다. 류승완 감독이 직접 고난도 액션을 구사하는 주연 연기를 맡은 것도 흥미롭다.

감독 한마디

“저예산 제작방식에 입각한 ‘싸구려 장르영화’다. 순제작비 6천만원짜리 싸구려 영화도 극장까지 가면 ‘한예술’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장르인 코미디, 호러, 액션이 같이 있고, 형사, 깡패, 자본가 등이 뒤섞인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단편 4편을 묶는 방법을 택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한편 안에 아우르는 방법이자 이야기를 분절시킴으로써 장르를 넘나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또 영화 외적으로는 촬영하기 수월한 방법이라는 이유도 컸다. 영화는 자기 의지를 벗어난 삶,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 에피소드는 각각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내용은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구 사이의 우정, 싸우는 감정, 왜 싸우는가에 대한 관심과 10대, 20대, 30대에 따라 싸우는 이유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들여다보는 영화다. 영화의 주제는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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