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엽기`마저 사랑스러운 그대,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2001-07-25
글 : 최수임

전지현, 그녀가 더 예뻐졌다. “죽을래?” 윽박지르기의 고수인 `그녀`가 “견우야, 미안해!”하고 멀리 봉우리를 행햐 소리칠 때, 그녀는 웃음과 울음을 견우와 직녀처럼 만나게 합니다. `그녀`의 주먹에 눈물이 어려 가볍지만은 않은 감성의 결들이 일어난다고나 할까요. 세 번째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개봉을 앞둔 배우 전지현, 그녀의 이야기 세 토막입니다.

전반전 어렸을 때 제가 더 예뻤다고들 하세요.” 아직도 아기피부가 남아 있는 듯한 전지현. 그녀의 첫 영화는 양윤호 감독의 <화이트 발렌타인>였다. 하지만 그녀를 스타로 만든 건, 뭐니뭐니해도 열정적인 춤을 선보였던 2년 전의 한 프린터 광고. 후 공부 잘하는 중국집 딸로 나온 <내 마음을 뺏어봐>, 이복5남매의 막내로 나온 <해피 투게더> 등의 방송 드라마를 찍은 그녀는 지난해 두 번째 영화 <시월애>를 내놨다. 하지만 제 나이를 앞지르는 배역에 갇혀 어딘지 제 생기를 다 발하지 못하고 맴도는 듯했다. “세 번째 작품이라는 거 인터뷰 도중에 알았어요.” 그리고 다음 영화가 <엽기적인 그녀>다.

후반전 비슷하고, 그녀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여자들이 하고 싶어하는 걸 몸소 실천하는 그녀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엽기까지 사랑스럽죠.” 삼세판에 들어맞은 것일까. <엽기적인 그녀>에서 비로소 전지현은 제 또래의 `끼`를 맘껏 발산한다. 소리치고 춤추고 울고 달리는 모든 몸짓이 그래서 이번엔 자연스롭고, 또 사랑스럽다. 어리광아이기도 하고 본래의 에너지이기도 한, `그녀`의 매력은 전지현의 것이기도. “한번은 감독님이 촬영장에 오셔서 그러시는 거예요. `펀집실에 있을 때 니가 너무 보고 싶더라`고. 그런데 `필름 속에서 내가 본 너는 지금 내가 보는 니가 아니라고`.” 순간, 찡! 전지현을 감동시킨 이 일화처럼, 전지현은 필름 속에서 정말 `그녀`였다. 나이트클럽장면에서도 `춤 잘 추는 전지현`이 아니라 `엽기적으로 옛날에 입던 교복을 입고 춤추는 그녀`가 되어 춤을 췄다니.

연장전 “미래에 대해 많이 상상해요. 5년 뒤쯤,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면 그게 행복이겠죠.” `그녀`처럼 타임캡슐을 묻는다면, 그 안에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의 대본과 비디오 테이프를 넣고 싶다는 전지현. 멜로의 여주인공도 되고 싶고, <입으로 가는 길>같은 영화도 하고 싶고, <툼 레이더>의 졸리 같은 배역도 맡고 싶단다. 시나리오작가 지망생인 `그녀`의 상식과 더불어, 터미네이터도 되고, 무사도 되고, 심지어 <소나기>의 소녀도 되었던 것처럼. 다음 작품을 아직 결정하지 않은 그녀는, 당분간은 <엽기적인 그녀>와 함께 극장 안에 있을 테고, 조금 지나면 TV에서 사극을 할지도 모르겠단다. <엽기적인 그녀>의 보너스트랙이라 할만한 상상장면들에서처럼, 이제 전지현은 어떤 모습을 하고 나와도 제법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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