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아시아 영화 기행: 인도 [5] - 발리우드의 스타시스템
2005-08-30
글·사진 : 오정연

샤룩 칸은 1992년부터 56편 출연, 아이쉬와라 라이는 8년 동안 33편 출연

아이쉬와라야 라이

“발리우드 배우들은 완전히 이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확신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봐도 신기하고 이상한 걸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게 그들의 자질이기도 하다. 이는 말론 브랜도나 알 파치노처럼 아무리 훌륭한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들도 가지지 못한 능력이다.” 300편의 발리우드영화에 출연했고, 스스로 액팅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아누팜 케르는, 감정의 극과 극을 순식간에 오가거나 우스꽝스럽지만 설득력 있는 코믹연기를 선보이는 발리우드 배우의 능력을 찬양한다. 발리우드의 배우라면, 눈물을 글썽이며 웃고, 거기에 춤과 노래까지 덧붙이는 것쯤은 기본이다. 온갖 종류의 춤을 소화할 수 있는 운동 실력도 필수. 플레이백 싱어 덕분에 가창실력까지는 필요없지만, 녹음된 노래에 맞춰 입을 뻐끔거리면서 고도의 춤을 선보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홍콩과 중국, 할리우드의 액션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액션장면이, 발리우드영화에 종종 응용되는 통에 무술 실력까지 요구되는 요즘이다.

발리우드영화를 한편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1994년 미스 월드 출신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통하는 아이쉬와라 라이는 알고 있다. 물론 라이는 지금도 발리우드 내에서도 손꼽히는 스타지만, 누가 뭐래도 3대 칸을 제외하고 발리우드의 스타를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흔살 동갑내기인 세 명의 칸을 인기도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샤루 칸, 살만 칸, 아미르 칸(<라간>). 80년대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타브 바흐찬의 뒤를 이어 발리우드를 주름잡고 있다. <쿠치 쿠치 호타 해> <깔호나호> <메후나> <까삐 꾸시 까삐 깜> <스와데스> <비르자라> 등 최근 발리우드의 화제작만을 챙겨보다보면 발리우드의 남자배우는 이 사람들밖에 없나, 궁금해질 정도. <딜왈레 둘하니아 레 자엥게> 이후 웬만한 발리우드의 대표작에 얼굴을 비춘 샤룩 칸은 장난기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야쉬 초프라가 “샤룩 칸이 눈물을 흘리면, 모든 사람들이 따라 운다”고 말할 정도로, 거의 모든 출연작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왔던 그는 유난히 성실한 사생활로도 유명하다. 70, 80년대의 영웅 아미타브 바흐찬의 뒤를 잇고 있는 그는, 신과 동격이다.

<메후나>의 샤루 칸

발리우드의 스타들은 전세계에 수십억의 관객을 거느리고 있다. 팬의 숫자만으로 따지면 할리우드의 웬만한 배우가 부럽지 않다. 팬의 숫자뿐 아니라 애정의 정도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배우에게 바쳐진 절이 있고, 좋아하는 배우가 병에 걸리면 단식을 불사하는 팬들도 있다. 그러나 샤룩 칸의 경우 1992년부터 56편에 출연했고, 살만 칸은 1988년부터 6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아이쉬와라 라이는 8년 동안 33편을 찍었다. 우정출연을 위해 얼굴을 비친 정도에 그친 작품도 있겠지만, 1년에 5, 6편은 기본인 셈이다. 생전처음 춤과 노래가 없는 영화 <나는 간디를 죽이지 않았다>에 출연하고 있는 우르밀라 만통드커는 “발리우드는 전통이 매우 공고하고 서로 너무 비슷하다. 거기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배우들은 너무 빨리 녹슬게 된다. 의도적으로 클리셰를 깨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의지를 다진다. 실제로 화려한 철옹성에 안주한 듯 보이는 발리우드 스타 중 많은 이들이, 새로운 도전에 몸을 맡긴다. 아이쉬와라 라이 역시 콜카타의 예술영화 <초커발리>에 출연한 바 있다. 발리우드 배우들의 도전 중 상당수는 감독 데뷔로 연결된다. 대표적인 사람은 4대에 걸쳐 사랑받아온 발리우드의 배우 가문, 카푸르가의 라지 카푸르. 발리우드의 채플린로 불리는 그는, 배우 겸 감독 겸 제작자로 40, 50년대 인도의 영화산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럭키>의 살만 칸
<라간>의 아미르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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