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차세대 대표배우 정재영·황정민 [1]
2005-10-19
사진 : 이혜정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것은 언론의 속성이다. 소위 ‘빅 쓰리’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한국영화계의 대들보인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를 가리키는 이 말은 가장 연기력이 출중한 탓에 가장 많은 캐스팅 제의를 받고, 가장 개성있고 난이도 높은 영화에 출연하며, 산업적 영향력 또한 가장 크게 발휘하는 이들 세 배우가 여타 배우들과는 다른 ‘지위’에 있음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그런 언론의 속성을 발휘해서 감히 이야기한다면, 정재영과 황정민은 ‘넥스트 빅 쓰리’로 포괄할 수 있는 배우들이다. 빈 자리 하나가 누구의 것이 될지 아직 징후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요 몇년새 <바람난 가족> <여자, 정혜> <달콤한 인생> <너는 내 운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의 황정민이나 <피도 눈물도 없이> <실미도> <귀여워> <아는 여자> <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를 연기한 정재영의 활약상은 이들이 조만간 최고의 배우 반열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 사람에게는 꽤 큰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둘 다 1970년생에 서울예대 연극과 90학번이라는 사실만도 신기한데, 대학 시절에는 ‘극장식구’라는 전문 스탭팀의 유일한 남자 동기생이었으며, 그 뒤로는 장진 감독이 회장이던 ‘만남의 시도’라는 연극 동아리에서 함께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졸업 뒤, 학전에서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연기했던 황정민과 정극과 영화를 병행했던 정재영은 그 장르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연기 노선을 걸어왔다. 황정민이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통해 영화계에 합류함으로써 다시 같은 장에 서게 됐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대조적인 연기관을 확립한 상태였다. 정재영이 자신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아낸 뒤 부단히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타입이라면, 황정민은 자신의 존재를 버리고 캐릭터와 한몸이 되는 연기론을 갖고 있다. 따라서 황정민이 투박하지만 뚝심있게 선 굵은 연기를 펼친다면, 정재영은 절묘한 호흡과 타이밍으로 흐름을 장악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에게 공통된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노력파라는 사실이다. 밤새도록 시나리오에 밑줄을 그으면서 메모하고 연습해가면서 준비하는 황정민이나,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해부하며 자신의 위치를 찾는 정재영이나, 감독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한 영화에서 차지하는 배우의 몫을 꾸준히 확장시키려 애쓰는 존재들이다. 언젠가 ‘넥스트’라는 한정어를 떼고 최정상에 서게 될 두 남자배우에 대한 심층 보고서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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