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는 개교 이후 충무로에 감독과 현장인력을 가장 많이 배출한 단일 교육기관이다. 연출, 프로듀서, 촬영을 전공하는 아카데미 22기 재학생 19명 전원에게 설문을 청했다. 아카데미 학생들이 가장 높이 평가한 감독은 홍상수다. 다른 설문 그룹에서 박찬욱과 봉준호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던 것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결과다. 홍상수를 최고로 꼽은 응답자들은 “영화언어에 대해 가장 정확한 해석을 내린다”고 평가했다. 최고의 한국영화에 대한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두 그룹과 달리 흥행작 위주가 아닌 작가의 개성이 두드러진 작품들이 다수 포진됐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수위를 차지했고, 박찬욱 감독 작품 중에도 <복수는 나의 것>이 선택됐다. <살인의 추억>을 제외한 작품들은 역대 흥행순위와는 거리가 멀다. 상업적 감각과 대중영화의 성취에 대한 응답은 다른 설문 그룹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김기덕과 홍상수가 차례로 선정됐다. 그들을 지지한 응답은 적은 촬영회차와 제작비를 근거로 들었다. 김기덕에 대해서는 “가장 적은 제작비로 가장 많은 작품을 찍으면서도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라고 했고, 홍상수의 효율성에 대해선 “감독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택하고 이를 운반할 수 있는 스탭과 배우를 택한다”거나 “석달의 시간을 정확한 목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접근한다”고.
최고의 남녀 배우에선 오랜만에 복귀한 한석규가 2위에 포진한 것이 다른 그룹과 차별된다. “안정감을 주는 기존 이미지가 있고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 시스템에 함몰되지 않는 배우”라는 이유가 달렸다. 응답자들이 관객으로서 한석규의 전성기를 고스란히 체험한 세대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데뷔감독 중 가장 주목받을 인물로는 봉준호가 선택됐다. 12명이 몰표를 던지며 그를 차세대의 주역으로 지목했다. 이는 앞서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영화를 묻는 문항에서도 예상된 결과이다. 한국영화 베스트5에서도 <살인의 추억>이 수위를 차지했다. 또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극장전>이 모두 포함됐다. 데뷔하지 않은 인물 중 기대되는 감독으로는 <신성일의 행방불명>을 만든 신재인이 선정됐다.
외국영화에 대한 설문결과는 공통된 답변이 3개가 넘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다양하게 전개됐다. 허우샤오시엔과 함께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현존 감독에 뽑힌 라스 폰 트리에는 동시에 가장 과대평가된 감독으로도 꼽혔다. 영향을 끼친 거장으로 꼽힌 앨프리드 히치콕과 오즈 야스지로가 소장 DVD 목록에서도 나란히 1, 2위를 기록한 것도 존경하는 감독에 대한 학생들의 일관된 취향을 엿보게 한다. 외국영화 베스트5는 예술영화에 대한 응답자들의 애착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영화제나 단관개봉을 통하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작품들이 대거 들어 있다. 특히 다르덴 형제의 칸영화제 첫 그랑프리 수상작 <로제타>에 대한 학생들의 애정은 대단했다. <더 차일드> <아들>도 소수의견으로 제시될 정도였다. 한 응답자가 “구스 반 산트의 모든 것이자 새로운 시작”이라고 평한 <엘리펀트>가 <로제타>의 뒤를 이었다.
현존 한국영화 감독 중 가장 높게 평가하는 인물은?
홍상수 (5)
봉준호 (4)
박찬욱 (3)
임권택 (3)
-한국에서 유일하게 영화형식, 그 자체를 가지고 사유하는 감독.
-자기만의 영화세계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질서를 부여한다.
최고의 한국영화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3)
<살인의 추억> (2)
<복수는 나의 것> (2)
<8월의 크리스마스> (2)
-이제까지 만들어진 어떤 한국영화보다 가장 새로운 데뷔작)
-한국영화의 국지성을 뛰어넘었고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영화)
상업적 감각이 가장 뛰어난 감독은?
강제규 (5)
봉준호 (4)
박찬욱 (3)
강우석, 김지운, 곽경택 (각 2)
-매번 다른 영화적 소재를 정확히 포착해 대중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의 심리를 전략적으로 읽어내는 흥행사.
대중영화로서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룬 영화는?
<살인의 추억> (6)
<태극기 휘날리며> (4)
<쉬리> (2)
-희극적인 코드를 한국인의 일상과 사회의 이면에 녹여낸다.
-내가 생각하는 대중영화의 전형.
가장 효율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김기덕 (7.5)
홍상수 (3.5)
박찬욱 (2)
강우석 (2)
-장편영화를 20회 이내로 찍어낸다.
-상업영화 작업을 매년 2편 이상 하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 게다가 자기 색깔을 유지하면서 진화한다.
과대 또는 과소평가된 한국 감독은?
과대평가_ 박찬욱, 김기덕 (각 3)
김지운 (2.5)
곽경택 (2)
장준환 (2)
이창동 (2)
-영화적으로 현재처럼 평가받을 정도는 아니다.(박찬욱)
-작품의 내용이 유사하게 반복되고 유치하다.(김기덕)과소평가_ 김기덕(2)
김상진 (2)
임상수 (2)
-영화 외적인 배경이 아닌 영화 자체로 평가되어야 한다.
과대 또는 과소평가받은 한국영화는?
과대평가_ <친절한 금자씨> (3)
<올드보이> (2)
-도상만 난무하고, 그 도상의 해석에만 매달린다.과소평가_ <지구를 지켜라!> (3)
-저널과 평단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평가했어야 했다.
최고의 남자배우는?
황정민 (5)
한석규 (4)
설경구 (2)
안성기 (2)
정재영 (2)
-맡은 배역마다 그 사람처럼 연기한다.
-대세는 황정민.
최고의 여자배우는?
전도연 (7)
문소리 (5)
배두나 (2)
-넓은 연기의 폭을 가졌고 내면 심리의 측면에서 배역에 접근한다.
-모든 배역을 소화하는 평범한(?) 얼굴.
과대 또는 과소평가받은 한국 배우는?
과대평가_ 배용준 (2.8)
이영애 (2)
설경구 (1.8)
이병헌 (1.5)
-한류의 영향으로 없는 연기력마저 포장되고 있다.
과소평가_ 정우성 (2)
이정재 (2)
전지현 (2)
-얼굴이 죄다. 지나치게 분위기 있는 마스크 때문에 조금씩 노력하는 연기가 완전히 매도당한다.
2000년 이후 데뷔한 감독 중 가장 기대되는 감독은?
봉준호 (12)
정지우 (3)
정윤철 (2)
-철저히 계산된 영화를 만들지만 그것이 눈에 띄지 않고 이야기의 힘은 미묘하게 관객을 움직인다.
-세 작품째를 찍는 아직 피지 않은 꽃. 향후 (10년간 그의 작품을 기대한다.
충무로에 데뷔하지 않은 감독 중 가장 기대되는 인물은?
신재인 (3)
-그녀가 세상을 보는 시선은 한국영화에 필요한 부분이다.
1990년 이후 한국영화 베스트5?
<살인의 추억> (11)
<복수는 나의 것> (10)
<인정사정 볼 것 없다> (7)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5)
<강원도의 힘> (4)
<극장전> (4)
<8월의 크리스마스> (4)
-발군의 연출력, 완벽한 앙상블.
-꽉 짜여진 구성, 입체적인 캐릭터, 한 군데도 가벼이 찍은 곳이 없다.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외국 감독은?
허우샤오시엔 (3)
라스 폰 트리에 (3)
왕가위 (2.5)
기타노 다케시 (2)
-영화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삶과 사람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준 감독.
-화면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조하도록 만든다.
과대 또는 과소평가받은 외국 감독은?
과대평가_ 라스 폰 트리에 (3)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2)
-도그마 95는 거짓이다.과소평가_ 2표 이상 없음
거장들 가운데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앨프리드 히치콕 (4.5)
스탠리 큐브릭 (3)
오즈 야스지로 (3)
-경제적 영화문법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 그리고 실내촬영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가장 많이 소장한 영화타이틀(DVD, 비디오)의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 (2.5)
앨프리드 히치콕 (2)
기타노 다케시 (1.5)
-영화를 만드는 기본인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알려준다.
-영화와 인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1990년 이후 외국영화 베스트5?
<로제타> (6.5)
<엘리펀트> (6)
<아무도 모른다> (4)
<화양연화> (4)
<아비정전> (3)
<열대병> (3)
<멀홀랜드 드라이브> (3)
-소녀잔혹물어.
-철학과 영화가 한몸임을 알려주는 다르덴 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