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묵공> 촬영현장 [2] - 제이콥 쳉 감독 인터뷰
2005-12-13
글 : 김수경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무사>의 안성기 선생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함께 모니터를 보고 있는 유덕화, 안성기, 제이콥 쳉 감독(왼쪽부터).

<묵공>은 제이콥 쳉(장즈량, 본인이 제이콥 쳉으로 불리기를 원했다)이 10년을 기다린 숙명의 프로젝트다. 1995년 캐나다에서 원작 만화를 읽고, 2년 뒤 소학관으로부터 판권을 구입한 제이콥 쳉은 수십 군데 제작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스케일이 너무 크고, 당신은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핀잔뿐이었다. <케이지맨>과 <자소>로 예술영화에 관한 재능을 평단에서 입증받았고 UFO프로덕션의 일원으로 중국 독립영화 제작에 힘썼던 제이콥 쳉 감독이 <묵공>이라는 필생의 대작으로 돌아왔다. 중국 옌상호텔 206호에서 그와 단독으로 인터뷰한 <묵공>에 관한 이야기들.

-당신은 주로 200만달러 이하의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1600만달러에 달하는 큰 규모의 예산이 부담이 되지는 않는가.

=분명히 부담은 있다. 세 가지 측면의 두려움이 있다. 첫째, 1억2천만위안에 달하는 제작비 자체가 그렇다. 이러한 대규모 예산으로 어떻게 관객을 만족시킬까 하는 흥행을 위한 대중성이 부담이다. 둘째, 외국인들은 보통 내가 예술적 감성을 다루는 것에 치중했던 감독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묵공>은 상업과 예술 사이에서 이것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대중에 대한 설득과 함께 내 영화적 색깔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3개국 4개 지구의 스탭들이 모인 현장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다. 그들은 이제까지 다른 문화와 작업방식으로 일했고, 내적으로는 각국의 평화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다. 우리는 이를 묶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장에서는 어떤 팀은 빠르다고, 어떤 팀은 느리다고 느낄 것이다. 상대방의 언어와 습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최근 중화권에서는 역사를 소재로 한 대작에 대한 제작과 흥행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다른 작품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생각인가.

=<킹 아더> <알렉산더> <킹덤 오브 헤븐> 같은 할리우드의 서사시나 전쟁영화와 비교했을 때 다른 관점과 색채를 보여줘야 한다. 가깝게는 <태극기 휘날리며>나 중국의 무수한 해방군영화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쟁영화의 경험을 가진 한국, 중국, 홍콩, 일본의 스탭들이 참여하는 점은 안심이 되지만 이 작품 자체의 개성을 만들어내야 한다. 혁리와 항엄중의 심리 변화와 두뇌싸움에 집중하는 것이 <묵공>의 특화된 요소이자 승부처가 될 것이다.

제이콥 쳉 감독과 배우들

-당신의 전작들은 섬세하고 여성적인 색채의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작무협이나 서사시는 남성성이 강조되는 경우가 흔하다.

=원래 나는 영화학교에서 배운 것보다는 생활에서 얻은 영감으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래서 어떤 영화이든 인간이 가진 관계, 교감, 행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전쟁영화이건 부모의 사랑을 다루건 동성애를 다루건 정치를 다루건 영화 속 캐릭터의 감정변화 없이는 아무 것도 전달될 수 없다. <묵공>을 예로 들면 공격하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공격하기 전까지의 심리적 배경이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 전쟁에서 <묵공>의 등장인물들은 왕과 장군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그들은 실패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실패자의 눈으로 우리가 얼마나 동일한 역사를 반복해왔는가를 반추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누구를 죽여야 평화가 얻어진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니까. 이런 모순을 기점으로 영화를 서술할 생각이다. 감성적인 예술영화와 마찬가지로 <묵공> 같은 전쟁영화도 그러한 인간의 감정을 바탕으로 풀어갈 계획이다.

-유덕화와 안성기를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실제 촬영을 진행하며 두 배우에게 어떤 느낌을 받는가.

=유덕화는 오래전 학교를 같이 다녔다. 전부터 천진난만하고 명랑하며 활달한 사람이었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다. 안성기 선생은 <무사>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 이런 배우구나’ 하고 감탄했는데 시나리오 미팅에서 만나보니 그것을 넘어서는 분석력도 가졌더라. 그리고 그는 대사가 아닌 몸동작, 얼굴 표정, 눈빛만으로 매컷을 풀어내는 노련한 배우다. 현장과 생활에서 매번 느끼는 안성기 선생에 대한 고마움과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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