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묵공> 촬영현장 [3] - 안성기·유덕화 인터뷰
2005-12-13
글 : 김수경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묵공>의 촬영현장에서 10분 거리인 옌상호텔에서 배우들의 기자회견이 벌어졌다. 대회의장에서 제작진과 배우들이 함께한 공동 인터뷰 이후에 소회의장으로 옮겨 안성기, 유덕화와의 개별 인터뷰가 이어졌다. 함께 등장하는 첫 촬영을 마친 아시아의 두 대표배우에게 서로에 대한 감정과 <묵공>에 관해 물었다. 활기찬 유덕화와 여유로운 안성기가 전하는 <묵공> 현장.

“밤을 새워 대사를 외운 안 선생의 노력에 놀랐다”

유덕화 인터뷰

-안성기라는 한국 배우와 처음 작업하는 것이다. 어떤 느낌인가?

=<묵공>을 통해 처음 만났지만 작업을 할수록 존경스러워진다. 어제 처음 만나는 신을 찍었는데, 맞닥뜨리자마자 현실에서의 자상함은 간 곳이 없고 눈을 마주치니 완전히 적이더라. 그리고 중국어 더빙에 싱크와 입 모양을 맞추기 위해 안 선생은 거의 한달을 준비했는데 감독님이 어제 대사를 모조리 바꿔버렸다. (웃음) 그래서 그는 밤새도록 다시 준비를 해야 했다. 놀라운 건 오늘 그 대목을 연기하는데 마치 한달을 준비한 것처럼 태연스럽게 해내는 것이다.

-<천하무적>의 소매치기 왕보에 이어 <묵공>의 혁리도 상당히 독특한 인물이다.

=혁리는 전쟁이 있어야 존재하지만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는 내적 모순을 한 몸에 안고 살아간다. 안 선생이 맡은 항엄중도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일종의 반동인물이다. 반동인물이 있어야만 주동인물 혁리가 존재하는 것이니까. 반동인물의 매력만이 주동인물의 가치를 강화할 수 있다. <묵공>이라는 제목도 그러한 신비롭고 자유로운 느낌을 갖고 있다.

-한 작품을 하는 동료이기도 하지만 경쟁자 혹은 배우로서 상대를 평가한다면?

=안 선생은 자기 기준에 대해 만족도나 기준이 매우 높다. 손동작을 비롯한 미세한 동작에서 상당한 노력과 내공이 드러난다. 연기에서 적수임을 이미 실감했으니까 실생활에서도 그러한지 앞으로 느껴볼 생각이다. (웃음)

-액션신 때문에 부상을 당했다는 기사가 홍콩의 주요 신문을 도배했다. 지금은 괜찮아졌나?

=감독님이 좋은 의사를 소개해줬다. 홍콩의 유명한 운동선수들을 봐주는 전문의였다. 보통 대부분의 의사들은 내가 이런 치료는 싫다고 하면 곧바로 포기한다. (웃음) 그런데 이 사람은 치료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빨리 다 나았다.

“<묵공>은 인물 심리에 초점을 맞춘 전쟁영화다”

안성기 인터뷰

-유덕화라는 홍콩 배우와 처음 작업하는 것이다. 어떤 느낌인가?

=팬으로 치면 내가 훨씬 더 오래된 팬이 아닐까 싶다. 유덕화씨와 영화를 찍기로 결정한 뒤 마음이 설레었다. 혁리와 항엄중은 극 중에서 결정적으로 두번 만나고 그중 하나가 오늘 찍은 장면이었다. 유덕화씨는 한국에 관심이 많은 배우다. 조용필의 <친구여>라는 노래를 즐겨 부를 정도로. 아시아영화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서도 이런 프로젝트는 활성화돼야 한다.

-이번에 맡은 조나라 장군 항엄중은 어떤 인물인가? 파괴자나 악역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항엄중은 성을 침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악역으로 읽힐 수 있지만, 그는 그저 싸움 자체를 즐기는 인간이다. 그래서 같이 겨루는 상대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대하는 인물이다. 서로를 향한 증오나 적대적 감정보다는 그런 관점에서 항상 싸워나가는 캐릭터라고 설명할 수 있다. <묵공>도 무술영화가 아니고 전쟁영화다. 바둑을 두는 것 같은 지략 싸움이다. 사건 위주의 배열보다는 인간의 심리에 집중하는 구성이다. 전쟁의 스펙터클도 있지만 심리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는 영화가 되리라고 본다.

-한 작품을 하는 동료이기도 하지만 경쟁자 혹은 배우로서 상대를 평가한다면?

=어제 처음 말을 타고 와서 내가 유덕화씨를 내려보는 장면을 찍었다. 본능적인 힘이 워낙 좋은 배우라서 감정을 잡아가는 데 상대배우로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그런 긴장감 때문에 서로의 연기에 대단한 상승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

-<무사> 이후 오랜만의 중국 촬영이다. 음식이 맞지 않아서 고생하지는 않는가?

=(손을 내저으며) 촬영할 때 한국 음식이나 다른 음식을 가져와서 먹으면 딴 생각이 생겨서 안 된다. 현장에서 먹는 것만 있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즐겁고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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