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카우보이 영화나 만들걸”
“프랑스 기자들은 질문이라기보다는 답변이 애초에 불가능하도록 과장된 수사학으로 가득한 논평만 던진다. 일본 기자들은 순진하다. 영국 기자들은 지적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적이라는 사실에 너무도 심취한 나머지 자신들의 지성을 망치고 만다. 동유럽 기자들은 철학적이거나 정말 멍청하다. 남미 기자들은 동유럽 기자들과 같다. 독일 기자들은 무개성하다. 미국 기자들은 게으르다. 특별히 나쁜 건 아니지만 정말 게으르다.” 루카스 무디손 감독은 신작 <컨테이너>의 보도자료에 세상의 기자들에 대한 쓴소리를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부끄럽지만 사실일는지도 모른다. 사실 국제영화제의 기자회견장은 1시간여 동안 겨우 대여섯개의 좋은 질문과 답변을 건질 수 있을 뿐, 게스트와 동료 기자들의 어안이 벙벙하게 하는 질문들이 쉴새없이 터져나온다(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관계로 기회를 놓친 동료 기자들의 원망 섞인 야유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우문현답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건져낸 유쾌하고 인상적인 질의응답을 모았다.
우문현답 유머공로상
이안 매켈런/ (공로상 시상식장에서 “인생에서 가장 큰 업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커밍아웃.”
조지 클루니/ (“체중을 어떻게 감량했냐”는 질문에) “코카인. 집에서 한번들 해보쇼. 효과 끝내준다.” (“오스카를 몇개나 수상하리라 짐작하느냐”는 질문에) “한개 부문도 수상할 것 같지 않다. 지금은 다들 <브로크백 마운틴> 이야기뿐이다. 우리도 카우보이 영화나 만들걸.”
율겐 포겔/ (출소한 강간범의 고통스런 상처를 다루는 <프리 윌>의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무엇이 남자를 진정한 남자로 만드냐”고 묻자) “그거 아는가. 남자가 이상적인 남성이 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점점 이상적인 남성에게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린제이 로한/ (“당신은 <허비:첫 시동을 걸다> 같은 영화들에 주로 출연해왔다. <프래리 홈 컴패니언>처럼 진지한 영화에서 작업하는 것은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에) “물론 허비랑 출연하는 것보다는 훨씬 흥미진진했다.”
메릴 스트립/ (“당신은 세상의 모든 캐릭터를 다 연기해본 것 같다. 이제 대체 뭐가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허비랑은 영화를 못 찍어봤다. 지금 제의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중이다.”
가장 고통스럽고 퉁명스런 발언상
마이클 윈터보텀/ (“미국인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리라 생각하냐”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관심없다.” (일동 박수)
루카스 무디손/ (“왜 이딴 실험영화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이건 실험영화가 아니다.” (왜 트랜스젠더를 이런 구역질나는 방식으로 이용했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싫다.” (아프리카 출신 기자가 “유일하게 본 두편의 스칸디나비아영화가 모두 트랜스젠더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그쪽에서는 큰 사회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하자) “문제. 그런 거 없다.”
심사위원인 야누스 카민스키/ (“카메라맨으로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심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카메라맨일 뿐만 아니라 감독이다.”
미셸 공드리/ (“공통점이 있는 배우와 일하는 것이 왜 편하냐”는 질문에) “지난번 영화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배우(짐 캐리를 이야기하는 것)랑 영화 만드느라 너무 고통스러웠다.”
미랴나 카라노빅/ (“왜 <그르바비카>에서 세르비아인이면서 보스니아 여인을 연기했냐”는 세르비아 기자의 질문에) “이것 봐라. 나는 지난 4년간 보스니아에서 살아왔다. 옛 유고 지역에는 아직도 속좁은 사람들이 넘치고 넘친다. 무슬림 여자는 무슬림이 연기해야 하고, 세르비아 여자는 세르비아 여자가 연기해야 하는가. 전쟁 이전에 나는 유고 전역에서 널리 알려진 배우였고, 여전히 세르비아든 보스니아든 관계없이 모든 옛 유고 국가들에서 연기할 것이다.”
조지 클루니와 여기자들
어느 독일 여기자/ (클루니에게 술병을 흔들며) “당신을 위해 마티니를 가져왔다. 원하신다면 베를린 관광을 개인적으로 시켜주고 싶다.”
뒤이어 이탈리아 여기자/ “나는 이탈리아 여행을 시켜줄 수도 있다.”
뒤이어 또 다른 독일 여기자/ (앞서 조지 클루니에게 술병을 흔든 독일 여기자에 대해) “같은 독일인으로서 여러분에게 깊이 사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