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9회 코닥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1]
2006-03-14
글 : 씨네21 취재팀

<씨네21>과 한국 코닥, 부산국제영화제가 주최하는 ‘코닥 단편영화 제작지원 프로그램’이 9번째 당선작을 발표했다. 46편의 응모작 중 선정된 세편은 민용근 감독의 <도둑소년>, 강원석 감독의 <준비된 인생>, 그리고 이인의 감독의 <Gift>로, 예년에 비해 응모작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전언이다. 심사위원으로는 정지우(영화감독), 박도신(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실 실장), 김조광수(청년필름 대표), 문석(<씨네21> 기자) 등 네명이 참여했다. 심사는 30분 이내의 단편 시나리오들을 제작기획서와 일정표, 포트폴리오와 함께 검토하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진행됐다. 한국코닥으로부터 35mm필름 1만 피트를 제공받고, 무료 현상 및 인화, 카메라 장비 대여, 편집 작업료 할인 등의 지원을 받게 될 이 작품들은 올해 8월31일까지 완성할 경우 부산국제영화제의 심사를 받아 와이드앵글 부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심사평: 정말 이 영화들이 보고 싶다

심사를 한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내게 무슨 자격이 있어 다른 이 혹은 그의 작품을 평가한단 말인가? 심사를 하다보면 나 자신을 향해 “너나 잘하세요”라고 내뱉고 싶어진다.

심사를 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다른 이 혹은 그의 작품이 때때로 내 뒤통수를 가격하며 “넌 나처럼 못할걸?” 하기도 한다. 그 강도가 셀수록 즐겁다. 난 변태인가?

제9회 코닥 단편영화 제작지원 신청작 46편을 보는 것도 그랬다. 즐거움과 고역 사이에서 우리(4명의 심사위원)는 3편의 영화를 골랐고 1편의 영화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기로 했다.

민용근 감독의 <도둑소년>은 죽은 엄마의 시신과 함께 사는 소년이 먹고살기 위해 도둑질하는 이야기다. 지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소년의 실화에 감독 자신의 경험을 결합한 이야기가 힘이 넘치는 독특한 영화다. 감독의 계산대로 인물의 표정을 잘 끌어내고 편집 호흡을 짧게 해 집중력을 높인다면 오랜만의 수확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강원석 감독의 <준비된 인생>은 칠순 노인의 짧은 사랑영화다. 한여름, 노인이 겪는 사랑과 사별(死別)을 담담하게 들여다보는 영화로 노인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드러날 감독의 진심이 얼마나 표현이 될지 궁금한 작품이다. 또 ‘발품을 많이 팔고 있다’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공간이 어떻게 형상화될지도 궁금하다.

이인의 감독의 <Gift>는 귀여운 판타지영화다.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로 다분히 장르적인 시나리오에 실험영화에 가까운 전작들을 연출했던 감독의 색깔이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기대되는 작품이다. 감독을 인터뷰한 뒤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위의 세 작품 외에 심사위원들은 손영성 감독의 <약탈자들>을 특별히 언급하고 있다. <약탈자들>은 지원작 중에서 가장 개성있는 시나리오라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영화가 결국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며 모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은 한 가지. 이 영화들이 정말 보고 싶다.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일러스트레이션 이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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