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할리우드 서머 빅5 [1]
2006-04-13
글 : 박혜명

지난해 할리우드의 최고 이슈 중 하나는 박스오피스 침체였다. 가뭄은 2005년 2월부터 시작됐다. ‘주말 박스오피스 성적, 전년대비 하락’이라는 각종 언론의 헤드카피 앞에 연속 5주, 연속 10주, 연속 17주가 수식어로 붙었다. 5월20일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가 개봉주말에만 1억840만달러를 벌어들여 해갈해주는 듯했으나 다음 주말 도로 내려앉기 시작한 곡선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비연속 22주째 지속된 하락세는 극장가 대목 시즌인 여름이 끝나고서야 물러갔다. 2005년 여름은 ‘블록버스터 시즌’이란 말이 무색했다.

2006년 또다시 블록버스터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할리우드는 시즌의 1번 주자 <미션 임파서블3>에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5월5일 전세계 동시개봉 예정인 <미션 임파서블3>는 1편을 찍은 지 10년이 지나 올해로 44살이 된 톰 크루즈가 100% 직접 액션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며 감독과 작가, 주변 캐스팅을 여러 번 갈아치우는 지난한 과정 끝에 출산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많은 업적을 남기고 간 파라마운트의 CEO 셰리 랜싱의 후임으로 들어온 브래드 그레이의 입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모든 점들은 제쳐두고라도 업계 관계자들은 ‘히트가 더 많은 히트를 부른다’(A hit begets more hits)는 속설을 여전히 믿으며 부디 <미션 임파서블3>가 지난해 선발주자였던 <킹덤 오브 헤븐>의 흥행 참패를 반복하지 않고 모두에게 힘이 돼주길 기대한다고 <버라이어티>는 썼다.

이런 맥락이라면 2006년 할리우드 여름 프로젝트가 지게 되는 부담은 더욱 커 보인다. 시즌에 참여하는 감독들의 리스트는 일단 기대를 부른다.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 장르적인 연출감각을 과시한 매력적인 아웃사이더 브라이언 싱어, 픽사스튜디오의 핵심 브레인 존 래세터, 로맨티시즘을 지닌 호러메이커 M. 나이트 샤말란, 선 굵고 냉철한 장르감독 마이클 만, 꿋꿋하게 정치적 비타협 노선을 걷는 올리버 스톤 등이 2006년 여름 시즌에 가세해 있다. 소재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다빈치 코드>는 전세계 4천만부 이상을 팔아치운 원작을 버팀목 삼은 기대작 중 하나이며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제리 브룩하이머와 고어 버빈스키가 3년 전 1편의 예상외 흥행을 목도하고선 야심차게 진행한 속편 프로젝트다. 볼프강 페터슨이 “나의 사적인 물 3부작 최종편”이라 일컬은 <포세이돈>은 1970년대 최고의 재난영화로 기억될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리메이크작. 몇년 전부터 뚜렷하게 지속돼오고 있는 할리우드 빅 시즌의 경향은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주제의식과 장르 연출력을 동시에 가진 감독들이 책임지는 ‘반(semi)예술적’ 프로젝트들이 한축을 이루는 가운데, 원작이나 속편 등 안전장치를 두고 심플한 상업영화를 지향하는 작품들이 다른 한축을 이루고 있다.

이 두 가지 축을 다 고려하여 2006년 할리우드 여름 시즌의 다크호스 5편을 추렸다. 이른바 할리우드 섬머 빅 파이브다.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를 필두로 매력적인 악당 잭 스패로우의 두 번째 모험담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스타워즈> 때 그랬던 것처럼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대히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이십세기 폭스사의 야심 <엑스맨: 최후의 전쟁>, 이견의 여지없는 전세계 베스트셀러 원작의 톰 행크스 주연작 <다빈치 코드>, 마지막으로 톰 크루즈의 끈질긴 액션 프로젝트 <미션 임파서블3>까지. 이들 다섯편이 2006년 할리우드를 침체에서 구원해낼 절대 구세주는 아니겠지만 먼 나라 한국에서도 좀더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들이 아닐까 싶어 선택했다. 폴 지아매티와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가 연기 조화를 이룬 샤말란의 무섭고 슬픈 동화 <레이디 인 더 워터>,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하는 올리버 스톤의 9·11 프로젝트 <월드 트레이드센터>, 동명 TV시리즈물의 리메이크로 콜린 파렐, 제이미 폭스 두 남자를 내세운 마이클 만의 경찰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 <토이 스토리2>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존 래세터의 <카> 등을 소개하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부족하더라도 여기 마련된 5편의 프로파일을 통해 올해 할리우드 여름 시즌의 승자는 누가 될지 점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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