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할리우드 서머 빅5 [3] -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2006-04-13
글 : 김나형
잭 스패로우, 다시 유령선을 만나다

감독 고어 버빈스키 출연 조니 뎁, 빌 나이, 올랜도 블룸, 키라 나이틀리 수입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 코리아 개봉 2006년 7월7일

줄거리 | “자, 이제 저 수평선을 내게 다오.” 전편에서 물이 콸콸 새는 돛단배를 타고 포트 로열에 입성한 잭 스패로우(조니 뎁)는 영화 말미 자신의 배 블랙 펄을 되찾아 포트 로열을 떠난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수평선만이 아니었다.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Flying Dutchmen)의 선장 데이비 존스는 잭이 자신에게 피로 진 빚이 있다면서 빚을 갚거나 영혼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불행 중 다행한 것은 잭에게 피의 빚 외에도 중매의 은총이 있었다는 것. 결혼을 앞둔 윌 터너(올랜도 블룸)와 엘리자베스 스완(키라 나이틀리)은 만사를 재쳐두고 옛 친구를 도우러 온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의 전세계적 흥행에 힘입어 속편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감독과 주연배우들 역시 모험과 활극이 넘치는 해적 이야기를 잊지 못했던 터라 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테드 엘리엇과 테리 로시오가 전편에 이어 시나리오를 맡고, 케빈 맥널리, 잭 데이븐포트 같은 조연들도 흔쾌히 계약에 응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새 악당 두목 역에 빌 나이, 윌의 아버지 역에 스텔란 스카스가드, 원주민 주술사 역에 나오미 해리스를 새로 승선시키고 2005년 2월 촬영을 시작했다. 케빈 맥널리의 귓병 때문에 두달여 동안 촬영이 중단된 것, <캐리비안의 해적3>를 동시에 준비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낸 것을 제하면 촬영은 순조로웠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가장 큰 숙제는 새로운 악당과 모험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 답으로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 거대한 문어를 닮은 바다괴물 크라켄 그리고 카니발리즘을 불러냈다. 플라잉 더치맨은 바닷속을 떠돌아다니다 100년 만에 망자의 영혼을 수집하러 올라오는 유령선이다. 선체는 심하게 썩었고, 거기엔 피부가 점점 떨어져나가면서 온몸이 따개비로 덮여가는 유령 선원들이 타고 있다. 선장 데이비 존스는 얼굴이 문어로 덮이고 한손이 게의 집게로 변한 캐릭터다. 그로테스크한 특수분장은 CG로 처리됐다. 배우들은 이를 위해 센서가 달린 타이츠를 입고 연기했다. 디즈니 세트장에는 원주민 섬 세트가 지어졌다. 악어, 도마뱀, 뱀, 향료로 장식된 주술사의 오두막과 거대한 늪지는 영화의 기괴한 분위기를 한층 더할 듯하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1편보다 더 음침한 비주얼을 준비한 듯 보인다.

프로덕션디자인이 무겁다 해서 웃음과 활력이 사라진 것 같진 않다. 음울한 풍경으로 시작하는 티저 예고편에서 잭은 여전히 산만하고 유머러스한 면모를 보여준다. 올랜도 블룸이 맡은 점잖은 캐릭터 윌도 일부 코미디를 책임지고 있다. 주인공들의 화려한 개인기도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빠르게 구르는 제분소 바퀴 위에서 격렬한 검투신을 찍은 올랜도 블룸은 “정말 미친 짓이었다”면서도 실제 자신이 그에 고무되었음을 고백했다. 가녀린 키라 나이틀리 역시 쌍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롤링 스톤스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조니 뎁이 그의 열렬한 팬이다)를 잭 스패로우의 아버지로 특별출연시킨다는 깜찍한 계획도 있다. 어디까지나 계획이지만, 밴드 투어 일정과 <캐리비안의 해적…>팀의 일정이 맞기만 한다면 시리즈 3편에서 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제작진들은 입모아 귀띔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캐릭터들의 발전이다. 해적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을 놓고 고뇌했던 윌은 갈수록 해적을 닮은 어두운 인물이 되어간다. “3년이 지났으니 그녀는 좀 더 자랐을 것”이라는 키라 나이틀리의 말에서 엘리자베스의 성숙해진 모습도 기대할 수 있겠다. 특히 잭과 중요한 갈등 구도를 이루게 되는 캐릭터 데이비 존스는 배우 빌 나이의 말에 따르면 “사랑 때문에 몹시 상처입어서 자기 마음을 깊은 곳에 묻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연약함과 잔인함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는 1편에서 잭 스패로우가 화끈하게 보여줬던 터. 버빈스키 감독과 제작진은 오락영화의 단순함을 넘어서는 캐릭터의 생명력을 이제 스패로우 주변으로 확장시키려는 모양이다. “인물들의 성격과 서로의 관계가 더욱 밀도있게 그려질 예정”이라는 감독의 말도 설득력있어 보인다. 1편이 예상외 흥행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결국 캐릭터의 힘이었음을 <캐리비안의 해적…> 제작진은 알고 있다.

감독 한마디 | “두 번째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강하고 영리하고 엄청나게 재밌는 영화가 될 거다. 잭 스패로우는 여전히 자신의 길을 가면서, 이야기를 이리저리 엮고 그의 아젠다를 다른 이들에게 전파한다. 그러나 영화는 ‘잭 스패로우 영화’가 아니다. 그 점에 우리는 매우 주의를 기울였다.”

7개의 숫자로 보는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46,630,690/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의 2003년 미국 개봉주말 흥행수입(달러). 시작은 미약했으나 입소문에 힘입어 큰 드롭률 없이 미국 내 최종성적 약 3억600달러에 이름.

650,000,000/ 1편이 거둔 전세계 흥행 총수입(달러).

200,000,000/ 2편 제작비(달러).

39.6/ 영화 촬영을 위해 제작된 해적선 블랙 펄의 길이(m).

7,000/ 해적영화에 자원할 엑스트라를 모은다는 소식에 몰려든 지원자 수.

9/ 올랜도 블룸이 <킹덤 오브 헤븐>을 찍느라 불린 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을 찍느라 다시 뺀 살(kg).

22/ 조니 뎁과 키라 나이틀리의 나이 차.

사진제공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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