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할리우드 서머 빅5 [4] - <엑스맨: 최후의 전쟁>
2006-04-13
글 : 김도훈
돌연변이들의 마지막 전쟁이 시작된다

감독 브렛 래트너 출연 휴 잭맨, 할리 베리, 팜케 얀센, 패트릭 스튜어트, 이안 매켈런, 안나 파킨, 벤 포스터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개봉예정 5월25일

줄거리 | 돌연변이들의 운명은 이제 선택의 문제로 접어들었다. 보통의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치유법이 등장한 것이다. 특별한 힘을 간직한 채로 인간에게 탄압받느냐 아니면 힘을 제거하고 평범한 삶으로 회귀할 것이냐. 그들은 양자택일을 해야만 한다. 이같은 혼돈의 상황에서 자비에르 교수(패트릭 스튜어트)와 마그네토(이안 매켈런)의 상반된 의견은 끝내 돌연변이들간의 전쟁을 불러오고야 만다. 물론 전편에서 모두를 구원하고 차가운 물속으로 사라진 진 그레이(팜케 얀센)를 잊어서는 안 된다. 운명을 다한 듯했던 그녀는 무시무시한 힘을 통제하지 못하는 괴물 ‘다크 피닉스’로 부활해 두 세력을 모두 공포로 몰아넣는다. 세상의 운명을 건 최후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운명은 차가운 호수에 가라앉은 진 그레이의 운명이었다. 브라이언 싱어는 <슈퍼맨 리턴즈>를 연출하기 위해 작가와 프로덕션디자이너를 위시한 주요 스탭들을 데리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버렸다. 워너브러더스가 백지수표를 내밀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십세기 폭스가 대안으로 선택한 <레이어 케이크>의 매튜 본마저 “가족을 떠날 수 없다”며 영국으로 돌아갔다. 급기야 촬영 개시 8주 전에 황급히 브렛 래트너가 영입되자 극렬하기로 유명한 <엑스맨> 팬들은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러시아워> 시리즈의 감독이 싱어가 남긴 유산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신경증적인 팬들이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이십세기폭스의 대표 톰 로스먼은 “우리가 첫번째 <엑스맨>의 감독으로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의 싱어를 내정했을 때와 비교한다면 이런 불평들은 연애편지나 마찬가지”라며 미래를 낙관했고, 싱어는 직접 래트너를 만나 “절대로 팬들의 비난에 낙담하지 말라”는 신경외과 카운슬링에 가까운 충고를 보내야만 했다. 어쨌든 싱어는 떠났고, 매튜 본도 떠났고, 브렛 래트너에게 촬영을 마칠 시간이라곤 단 6주밖에 없었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이 다크 피닉스처럼 부활한 것은 첫 번째 트레일러가 공개되면서다. 금문교가 파괴되는 스펙터클은 겨우 자동차 몇대를 날리는 정도에 그쳤던 이전 작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한 규모였다. 코믹스 팬들을 위로할 돌연변이들의 수도 늘었다. 트레일러에서 가장 명징한 각인을 남긴 엔젤과 푸른 털의 괴물 유전학자 비스트를 비롯, 단단한 물체를 통과하는 섀도 캣, 다른 돌연변이들의 능력을 조율하는 칼리스토, 자신의 복제를 만들어낼 줄 아는 멀티플맨, 매튜 본이 영국에서 데려온 비니 존스가 “무시무시하게 연기했다”고 전해지는 괴인 저그넛 등이 추가되었다. 눈이 시린 CG와 늘어난 캐릭터에 현혹되지 않은 팬들도 의외로 전작의 기운을 잘 간직하고 있는 트레일러를 보며 접었던 기대를 다시 펼치기 시작한 듯하다.

물론 문제는 이야기다. <엑스맨2>의 작 펜과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사이먼 킨버그가 합심해서 엮어놓은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이야기는 규모에서만은 마지막 무용담에 더없이 어울리는 편이다. 자비에르와 마그네토의 젊은 시절로부터 막을 열 영화는 (<엑스맨> 코믹스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반전이었던) 다크 피닉스의 부활과 묵시록적인 치유법의 등장, 거기에 캐릭터들의 감정을 테피스트리처럼 엮어내는 로맨스까지 포괄하고 있다. 마블 코믹스 대표 아비 아라드의 말처럼 “3부작의 끝을 다크 피닉스의 이야기만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충분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제작진의 욕심이 모조리 담겨 있는 셈이다. 과연 브렛 래트너는 거대한 스펙터클과 방대한 이야기를 아우르는 동시에 싱어가 <엑스맨> 시리즈에 불어넣은 이야기의 숨결, 세상의 모든 외롭고 고통받는 존재들에 대한 위로를 제대로 살려냈을까. 래트너는 이미 “나는 조엘 슈마허가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말하며 싱어가 남긴 유산을 잊지 않았음을 천명한 상태다. 그것 또한 의심스럽다면 현명한 자비에르 교수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당신은 <엑스맨: 최후의 전쟁>이 브라이언 싱어의 작품들과 얼마나 다른지 나에게 묻고 싶을 것이다. 글쎄, 나에게 이 영화는, 훨씬 더 격정적이다.”

감독 한마디 | <엑스맨: 최후의 전쟁>은 정말로 거대하다. 액션장면 또한 이전 작들보다 훨씬 거대하다. 그러나 액션을 위한 액션은 여기에 없다. 이전 작들처럼 수많은 캐릭터의 감정들이 모두 실려 있다. 물론 약간의 성적인 매력과 로맨스도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전작들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뿐만 아니라) 영역을 지닌 영화다.”

7개의 숫자로 보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

3/ 거쳐간 감독의 수.

21/ 1편부터 3편까지 등장한 주요 돌연변이들의 수.

70/ 인터넷 위키 백과사전(Wikipedia)에 언급된 코믹스 주요 돌연변이들의 수.

2,500피트(762m)/ 금문교 파괴장면을 위해 만든 금문교 모형의 길이.

185,000,000/ 1편과 2편을 모두 합친 제작비 규모.

150,000,000/ 소문 속의 <엑스맨: 최후의 전쟁> 제작비 규모.

100,000,000/ (배우들의 출연료를 제한) 소문 속의 <엑스맨: 최후의 전쟁> 제작비 규모.

사진제공 이십세기 폭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