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할리우드 서머 빅5 [2] - <슈퍼맨 리턴즈>
2006-04-13
글 : 박혜명
슈퍼 히어로의 슬픈 귀환, 그리고 분노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브랜든 라우스, 케이트 보스워스, 케빈 스페이시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개봉예정 7월14일

줄거리 | 슈퍼맨(브랜든 라우스)은 크립톤 행성으로 돌아갔다. 그의 고향은 황폐한 땅이 되어 있었다. 갈 곳을 잃고 지구로 돌아오는 동안 흐른 시간은 6년. 연인 로이스 레인(케이트 보스워스)은 4살 된 아들과 약혼자를 두고 있다. <데일리 플래닛> 기자이기도 한 레인은 “세계는 더이상 슈퍼 히어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써서 명성을 얻고 있다. 연인도, 세상도 모두 변했다. 브라이언 싱어는 <슈퍼맨 리턴즈>를 이렇게 말했다. “현대화된 세상에 홀로 떨어진 구식 영웅의 이야기” 또는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저버렸을 때 갖게 되는 분노에 대한 영화”. 이는 싱어의 또 다른 영웅전설 <엑스맨>을 연상시킨다. 그의 영웅들은 초능력에 따뜻한 이상까지 지니고도 자기가 믿음을 준 세상으로부터 배신과 소외를 당했다. <슈퍼맨 리턴즈> 역시 “완전한 이방인”(the ultimate immigrant)에 관한 이야기다.

브라이언 싱어는 <슈퍼맨 리턴즈>를 <엑스맨2> 두배의 예산과 촬영 스케줄로 찍을 수 있었다. 촬영일은 118일, 예산은 1억8450만달러였다. 워너의 11년 묵은 <슈퍼맨 리턴즈>에서 팀 버튼, 브렛 래트너에 이어 세 번째로 감독 자리를 넘겨받았던 맥지는 유난히 로케이션에 까탈을 부렸다. 그는 <슈퍼맨>의 도시 메트로폴리스를 뉴욕에서 꼭 찍어야겠다고 우겼다. 워너 직원들과 호주로 헌팅가기로 한 날 맥지는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달 뒤 감독이 교체됐다. 브라이언 싱어는 워너브러더스 엔터테인먼트 사장 앨런 혼과 새로운 시놉시스를 3일 만에 합의보고 호주로 날아갔다.

가상도시 메트로폴리스, 렉스 루터의 호화 맨션, 폐허가 된 크립톤 행성, 켄트 농장까지 모든 세트가 호주에 지어졌다. 스탭들은 12주간 옥수수를 직접 길러 켄트 농장을 밭으로 조성했다. 이곳은 클라크 켄트의 어린 시절 장면과 슈퍼맨이 크립톤에서 돌아오는 장면에 등장한다. 크립톤에서 돌아온 슈퍼맨의 우주선이 불타는 장면을 위해 200피트(약 61m)짜리 실제 모형이 제작됐고 바다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 선실이 딸린 렉스 루터의 4층짜리 호화 요트도 직접 제작됐다.

<슈퍼맨 리턴즈>의 프로덕션 컨셉은 복고 지향적이다. 감독은 지난해 말 1분30초짜리 티저 예고편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영화가 리처드 도너-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1978)의 속편임을 뚜렷이 밝혔다. 존 오트먼은 존 윌리엄스의 1978년 메인 테마를 예의바르게 편곡했고 슈퍼맨의 아버지 칼 엘 역이었던 말론 브랜도의 내레이션은 티저 전체에 흐른다(이는 원작에서 사운드 소스를 따와 덧입힌 것이다). 프로덕션디자이너 가이 다이어스는 1930년대 코믹북과 맨해튼 지도를 참조해 아르데코 스타일의 메트로폴리스를 디자인했다. “고전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도시가 될 것이며, 슈퍼맨이 자유의 여신상 곁을 태연히 날아가는 옥에 티는 없을 것이라 한다. 비주얼의 질감은 40년대 멜로드라마풍을 따른다. 싱어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레베카>를 예로 들었다. 슈퍼맨은 70년간 미국인들의 우상이었다. 전능한 파워와 건전한 이상을 동시에 가진 슈퍼 히어로. 너무나도 미국적인 영웅의 귀환이 과거 전성기를 닮아 있어야 함은 당연했다.

싱어 자신도 슈퍼맨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는 슈퍼맨과 자신을 이렇게 동일시했다. “미국인이면서도 이방인이며 홀로 자랐다는 점이 나와 같다.” 싱어는 입양아로 자랐으며 게이다. 싱어는 자신의 슈퍼맨이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한 전능한 슈퍼 히어로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슈퍼 히어로영화가 살고 죽고는 악당 캐릭터의 질에 달렸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를 증명할 악역 렉스 루터는 “생전처음 블록버스터에 출연해본다”는 케빈 스페이시가 맡았다. 두 캐릭터는 극중에서 단 한번 대면한다. 슈퍼 히어로물의 악당은 주인공의 균열과 모순을 비추는 거울이다. 싱어는 렉스 루터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지극히 미국적인 슈퍼 히어로의 외롭고 서글픈 귀환. 그리고 돌아온 영웅의 분노.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를 기대하는 진짜 이유를 들라면 이것이다.

감독 한마디 | “이상주의자에게 닥친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돌아온 옛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분노와 외로움이 담겨 있지만 내가 만들었던 모든 영화를 통틀어 가장 유머러스하고 가장 로맨틱하고 가장 밝은 영화임에도 틀림없다. 소년, 소녀들이 좋아할 부분도 많다.”

7개의 숫자로 보는 <슈퍼맨 리턴즈>

1683/ 1940년부터 1949년까지 <ABC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라디오극 <슈퍼맨의 모험> 에피소드 개수. 슈퍼맨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클레이튼 버드 콜리어는 이 시리즈 덕에 60년대 말까지 인기 연예인으로 활동.

19/ 리처드 도너 감독,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첫 ‘슈퍼맨’ 영화 <슈퍼맨>의 촬영 개월 수. 제작비는 5500만달러 투입.

134,000,000/ <슈퍼맨>(1978)의 흥행수익(달러). 1980년까지 미 역대 흥행순위 8위 기록.

40,000,000/ 워너가 다섯 번째 <슈퍼맨> 프리 프로덕션에 들인 개발비(달러).

1995/ 워너가 다섯 번째 <슈퍼맨>을 제작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감독 및 작가를 기용한 첫해.

9/ 그동안 갈린 감독과 작가 수. 감독 넷, 작가 다섯.

60/ 배우 브랜든 라우스가 입게 될 태극 색깔의 슈퍼맨 타이츠 가짓수. 실크망토와 프랑스산 울소재 팬츠, 고무장화 포함.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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