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한석규가 주최하고, CJ엔터테인먼트와 힘픽처스가 주관, <씨네21>이 후원하는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의 수상작이 가려졌다. 올해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는 전년과 비슷한 588편이 출품되어 열띤 경쟁을 벌였다. 그중 김정훈의 <탐정>이 당선작, 인석현의 <파트너>가 가작의 영예를 안았다. <탐정>은 도서대여점을 운영하며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주인공 대만이 우연히 마주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탐정>은 로맨틱코미디를 연상시키는 대사와 캐릭터, 빠른 사건 전개가 인상적인 미스터리물. <파트너>는 강력계 형사 태촌과 순기가 살인사건을 수사하며 겪는 인간적 애환과 고통을 그려냈다. <파트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포착하는 정통파 형사물이다. 심사를 담당했던 박정우 감독은 소재가 다양해진 점에 주목하며, “장르적으로는 스릴러를 기반으로 한 복합 장르의 재기발랄한 작품이 많았다”고 올해 공모작들의 경향을 평했다.
심사평: 맛깔나는 캐릭터에 웃음이
올해로 8회를 맞이한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은 총 588편의 시나리오가 접수되었고, 가능성있는 신예 작가들의 작품들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올해 작품들은 기성영화와는 차별되는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많이 선보였고, 장르적으로는 스릴러를 바탕으로 한 복합장르의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많았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김정현(훈?)의 <탐정>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흥미롭게 살아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어설프지만 문득문득 예리함을 발휘하기도 하는 추리력을 밑천 삼아 현직 형사들의 작업에 염치없이 끼어들어 훈수까지 두다가 면박을 당하더니 종내엔 그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마는 주인공 강대만의 캐릭터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게 이끌어준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가 신선함이 없다는 것이 흠이지만, 나름대로 각각의 개성들이 변별력있게 발휘되며, 주인공 강대만과 유기적으로 잘 어울려 극의 흥미로운 전개에 보탬을 준다. 감히 첨언을 하자면, 대사의 장황스러움이 좀더 절제되고, 진범의 범죄행위가 좀더 치밀하게 짜여지고, 그 범죄를 밝히려는 강대만의 노력이 좀더 절실해지고, 그 과정에서 야기되는 아이러니가 좀더 확실히 살아나고, 그 모든 이야기를 통해 가정의 소중함이 좀더 무게있게 전달된다면, 작가 스스로 표방한 대로 미스터리이자 코미디이자 드라마라는 이 작품의 장르가 훨씬 더 성공적으로 부합되지 않을까 싶다.
가작인 인석현의 <파트너>는 일단 제목처럼 두 형사의 이야기이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덤벙거리는 형사 순기와 베테랑 형사 태촌이 공원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파트너>는 두 형사와 주변의 범인 혹은 범인으로 지목되는 인간 군상의 캐릭터를 잘 표현하면서 끝까지 지루함없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특히 벼랑 끝에 몰린 캐릭터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사건과 맞물려 보여줌으로써 보는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부분이 강점이었다. 다만, 소재 면에서 기존 상업영화에서 많이 봤던 형사물이라는 점에서 신선함이 부족했고, 태촌이 순기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지 못해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졌다. 또한 두 형사의 역할을 구성에 맞추어 배치하다 보니 주인공이 따로 분리된 느낌이고 스릴러가 가지고 있는 서스펜스가 무너지고 감정적 이야기로 끝을 맺는 것이 아쉬웠다.
이번 공모전 심사기준은 영화화의 가능성, 소재의 참신성과 시나리오의 완결성이었고, 당선작 <탐정>과 가작 <파트너> 두 작품 모두 당장 영화화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은 만족감에서가 아니라,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라는 것이 선택의 기준이 됐다는 것이 일면 아쉬운 점이다.
박정우/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