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강우석의 <한반도> 촬영현장 [3]
2006-05-18
글 : 문석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한반도> 촬영 끝내고 후반작업 중인 강우석 감독 인터뷰

"이 영화는 축구를 응원하는 마음과 같다"

4월26일 K&J 사무실에서 만난 강우석 감독은 2개월 전 현장에서와 달리 평화로운 표정이었다. 여전히 후반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홀가분한 듯한 인상이 역력했다. 막바지까지 결말 부분의 시나리오를 완성하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이 과정을 끝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 모양이었다.

-<한반도>는 어느 정도 완성됐나.
=이제 편집을 다 마치고 녹음실로 넘어갔다. 문제는 CG인데, 분량은 많지 않은데 고난이도 작업이 많아서 6월 말에나 끝날 것 같다.

-고난이도 CG라면 어떤 것인가.
=해상 전투신 CG다. 해군의 협조를 받아서 구축함을 띄워 찍긴 했는데, 대수를 늘리는 작업이 쉽지 않은 것이더라.

-<한반도>에 담은 내용이 현실과 유사하다. 한·일관계가 긴장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게 말이다. 애초엔 가상드라마였는데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겠다. 애초 구상은 가상이지만 영화적으로는 리얼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마치 현실처럼 다가오니까 좀 당황스럽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흥행에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현실에서 본 듯한 상황을 영화로 다시 보는 것이니까.

-조금 홀가분해 보인다.
=이번에는 정말 편하다. 이건 정말인데, 흥행도 두렵지 않고, 매스컴이나 관객도 무섭지 않다. 무슨 뜻이냐면 이 영화를 보고 내용에 대해서 ‘나는 저걸 수용 못해’라는 소리는 나올지 몰라도 ‘영화가 나쁘다, 못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안 나올 것 같다는 말이다. 미술이나 촬영에 너무 많은 공을 들였고, 하도 마음고생과 머리고생을 심하게 해서 그런지 ‘나는 최선을 다했다’란 생각을 한다. 이상한 게 <실미도> 때는 웃으면서 영화를 찍었지만 개봉 때까지는 불안했다. 흥행은 잘될 줄 알았지만 평가는 상당히 갈리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경우엔 끝나는 날부터 계속 웃고 돌아다니니까 스탭이나 회사 직원들이 이상하게 본다.

-애초 어떤 생각에서 이 영화를 구상했나.
=외세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지금의 상황은 110여년 전 외세가 우리를 갖고 놀면서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고종황제를 독살하던 때와 대동소이하다. 외세에 대해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영화로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있었다. 툭하면 독도 내놔라, 뭘 해라 이러는데 그런 점에서 경의선을 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시나리오가 처음 나왔을 때 이준익이나 몇몇 감독은 ‘책은 참 재미있는데, 일본이 경의선이 우리 것이라고 억지주장하는 게 가슴에 다가올까’라고 걱정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이 하는 짓거리로 볼 때 관객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봐줄 것 같다.

-굉장히 큰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알다시피 나는 옛날부터 정치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이후 언제 한번 다시 만든다면 코미디로 정치권에 ‘야지’를 놓거나 정극으로 “제발 그러지 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한반도>는 우리와 일본의 대결구도 느낌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영화긴 하지만, 이 속에 ‘우리 얘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화두를 한번 꺼내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하나는 반일이 아닌 극일에 대한 것이고, 또 다른 것은 우리 내부의 이야기다.

-편집본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다양한 층에 보여줬다. CJ배급팀, 시네마서비스 배급팀과 마케팅팀, 그리고 아는 여자 제작자들과 남자 제작자들을 따로 불렀다. 또 내가 좀 아는 아줌마들에게도 보여줬다. 오버를 좀 하자면 이 영화 러닝타임이 2시간24분인데, 개봉하면 지루하다는 얘기는 한명도 안 할 것 같다. 또 조용히 영화 찍는 분위기였는데 이렇게 대작인 줄은 몰랐다는 반응도 즐거웠다. 고생해서 찍은 보람이 있는 거지.

-국수주의적이라는 반응도 있더라.
=국수주의나 과잉민족주의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민족주의는 수용할 수 있다. 사실 우리 환경이 민족주의라는 것은 기본 아닌가. 민족이 갈라져 있는 나라에서는 더욱 말이다. 하여간 과거에 친일했던 사람들, 그들의 자손도 용서할 수 있지만, 기분 나쁘지 않나. 그런데… 아, 그만하자. 영화 보고 더 이야기하자.

-끝까지 시나리오 때문에 고민한 것으로 안다.
=엔딩이 안 풀렸다. 결국 마지막 장면 촬영 사흘 전인가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반 시나리오대로 엔딩을 찍었다면 몰매를 맞을 뻔했다. 영화 잘 보다가 마지막 20∼30분에서 ‘뭐야 이거’ 하는 비판을 들을 뻔했다. 막판까지 엔딩을 고민하면서 결국 그걸 풀어내니까 ‘이제 드라마로 쪽팔리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종의 사망도 독살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 같다.
=난 독살이라 이거다. 대부분의 사학자가 그렇게 말한다. 만약에 사학계에서도 문제가 되고 그러면 나는 <다빈치 코드> 핑계를 댈 거다. (웃음)

-<실미도> <공공의 적2>에 이어 계속 계몽적이거나 주장이 강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번 주장은 <공공의 적2>의 주장과는 좀 다를 거다. 이번엔 드라마가 주장을 하지만, ‘저런 주장 나쁘지 않은데’, 그 정도까지는 갈 것 같다. 주장이 양쪽에서 나오니까. 과거엔 내가 한쪽 주장만을 옳다고 했다면, 이번에는 판단하라는 거다.

-일본시장은 거의 포기해야 하지 않겠나.
=일본에선 1만달러 정도나 받으려나. (웃음) 어쩌면 일본에서 반대여론이 생길 것 같다. 그래서 5월에 마지막 일본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웃음)

-캐스팅은 어떻게 했나.
=조재현, 차인표를 캐스팅한 것을 놓고 지난해 매니지먼트 파동과 연관시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적역을 찾은 것뿐이다. <목포는 항구다>를 보면서 “차인표, 조재현과 언제 한번 간다”, 이런 말도 했었다. 그리고 차인표의 이미지가 워낙 좋으니까. 실제로도 정말 진솔하고 예의바르다. 후배지만 나도 조심해야겠다, 잘해줘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조재현도 본격적으로 상업영화에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항상 조재현을 한국의 알 파치노라고 부르는데 무엇보다 연기를 잘하잖나.

-컷 수가 많다고 하던데.
=콘티에 컷이 많은데도 막상 찍으러 들어가면 컷 수가 1.5배 늘어난다. 아마 한국영화 사상 가장 많을지도 모른다. 원래 내 영화가 컷이 많은데, 현란한 느낌 때문이 아니라, 긴장감을 만들려는 것이기도 하고, 원래 사이즈 변화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 격정적인 대목이 많아서 별다른 방법이 없다.

-코미디는 없나.
=20분 정도 분량이 있다. 강신일, 이한위 등이 굉장히 웃겨준다. 편집본 본 사람들 중에는 ‘코미디가 없었으면 몸 아플 뻔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예고편 만드는 전문가도 ‘거기서 웃고 쉬니까 뒤에 너무 힘이 생긴다’며 좋아하더라.

-처음에는 월드컵 때 개봉하려 했다는데.
=가능만 하다면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축구에서 이기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이나 내가 영화 속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차이가 없다, 축구와 걸맞은 영화도 있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CG 때문에 6월 말이 되어도 완성될까 말까 하니까 포기할 수밖에 없다.

-CJ에서 배급하는 이유는 뭔가.
=일단 CJ가 메인 투자자다. 그리고 시네마서비스로부터 나를 좀 떼려고 한다. 시네마서비스가 내가 없어도 가능한지 테스트해본다는 의미가 있다. CJ도 양질의 자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응원해줄 필요도 있다. CJ에는 내가 기획하는 것, 장진이 찍는 영화를 주기로 했다. 대신 시네마서비스는 나없이 자생력 길러서 CJ, 쇼박스, 롯데의 4자 구도에 들어가라는 얘기다.

-올해 <씨네21> 한국 영화산업 파워 50에서 2위를 유지했다.
=나도 놀랐다. 굳이 해석해보면 영화인들이 내가 끝까지 살아남아주기를 바란다는 뜻 같다. 내가 감독만 한다고 했으면 추천하는 사람도 거기에 맞게 해줘야 하는데… 만약 <한반도>가 1천만명을 넘겼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2위를 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내가 시네마서비스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을 안 믿거나, 그러길 원하지 않는 거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시네마서비스 김인수 사장이 1∼2위를 왔다갔다하는 상황이 와야 한다. 그러려면 시네마서비스도 자본을 더 기르고 영화도 많이 만들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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