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11회 <씨네21> 영화평론상 [1]
2006-05-3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제11회 <씨네21> 평론상의 당선작이 결정됐다. 총 72편의 작품이 응모했고, 그중 리안에 대한 이론비평과 <왕의 남자>의 작품비평을 제출한 이현경씨가 최우수상, 장이모 영화의 시각 이미지에 대한 이론비평과 <혈의 누>의 작품비평을 제출한 이창우씨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심사평: 남다른 시각과 치열함 돋보여

영화평론상 심사를 하다보면 궁금할 때가 있다. 라캉을 언급하지 않고서 이론비평을 쓰는 것은 불가능한가, 라는 궁금증. 이번 공모에도 라캉을 인용한 이론비평이 많았다. 현대비평에서 라캉이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인용하되 자신의 언어로 소화하지 못한 흔적이 역력한 것은 끝까지 읽기가 곤혹스럽다(경우에 따라선 고문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문장으로 남과 대화한다는 것은 무모하거나 용감한 일일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흥미로운 문제의식을 지녔으나 글 자체가 문제의식을 못 따라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평론도 결국 글쓰기의 영역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우수상과 우수상으로 뽑힌 두편은 이런 측면에서 돋보이는 글이다. 라캉 혹은 푸코를 배경에 깔고 있지만 자기 언어로 말하고 있기에 쉽게 설득력을 발휘하고 글 자체의 긴장도 흩어지지 않는다. 두편 모두 남다른 시각으로 문제의식을 설정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것도 좋은 점수를 얻은 요인이다. 예를 들어 이현경씨는 리안의 영화세계를 종횡으로 넘나들며 리안의 영화가 보여주는 성숙한 태도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입증한다. 일반적인 작가론으로 쉽게 포섭되지 않는 리안의 영화세계를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꿰뚫는 이 글은 통쾌하다는 느낌까지 준다. 더불어 <왕의 남자> 작품평까지 읽고나면 텍스트를 성실하게 읽는 평론가가 되리라 기대하게 된다. 반면 이창우씨의 글은 우선 신선하다. 장이모 영화의 시각이미지를 꼼꼼히 분석함으로써 그는 장이모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내러티브와 이미지의 상관관계가 한눈에 들어오는 글이며 <혈의 누> 작품평 또한 시각이미지에 깃든 의미망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남다른 시각으로 설득력있는 글을 쓰는 두 사람을 수상자로 결정하니 <씨네21>의 자산이 불어난 것 같다. 앞으로 두 평론가의 활약을 함께 지켜보시길.

남동철/ <씨네21> 편집장

사진 <매거진T> 이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