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일본 젊은 영화의 힘! [1]
2006-08-09
글 : 박혜명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단계적 개방으로 1999년 겨울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가 개봉했다. 서울 67만명, 전국 140만명이라는 기록적인 흥행 스코어를 남긴 <러브레터>는 이미 4년 전 일본에서 개봉해 한국의 일본영화 마니아들과 대학가 사이에서 엄청난 입소문을 몰고 다닌 전설의 영화였다. 지직거리는 VHS로 20만 한국인이 보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러브레터>의 국내 흥행기록을 깨는 일본영화는 2002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개봉 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세운 200만명의 흥행기록은 2년 뒤 겨울 미야자키의 또 다른 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밑에 깔렸다. <하울의…>는 전국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동안 <러브레터> 뒤를 이어 흥행 3위에 머무른 영화는 공포영화 <주온>이다. 복고적 감성의 일본 멜로, 애니메이션 또는 공포영화. 이 세 가지가 한국의 관객이 오랫동안 이해해온 일본영화의 모습이었다.

2004년 10월 이누도 잇신이란 낯선 감독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조용히 개봉했다. 그해 부천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했던 <조제…>는 5개 스크린에서 5만여명의 전국 관객을 모았다. 2달 뒤 서울에서만 65개 스크린을 잡고 활개친 <하울의…>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도 못 미쳤다. 그런데 <조제…>는 연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1달 연장상영을 했고 1년 뒤 재상영까지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조제…>와 출신이 비슷한 일본의 작은 영화들이 한국의 소수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규모는 전국 5만~10만 정도로 아주 미약하지만 이런 만남에서 우리는 작은 것들끼리 다양하게 공존하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왜, 어떻게, 지금 한국에 일본 인디영화의 고요한 바람이 불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바람의 중심에 있는 일본 청춘스타들의 면면을 훑어보고, 국내에서 반향을 일으킨 일본 인디작품간에 나타난 공통점을 텍스트 중심으로 분석해보았다. 올해 안에 개봉예정인 또 다른 작은 일본영화들도 간략히 소개해 담는다.

서울 종로의 스폰지하우스(옛 시네코아)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이 최근 두 번째 앙코르 상영에 들어갔다. 이 영화제를 주최한 수입·배급사 스폰지의 애초 상영 계획은 이러했다. 7월1일부터 12일까지 12일간 서울에서의 상영이 끝나면 이어서 CGV인천 인디영화관, 대전 아트시네마, 광주극장, 대구 동성아트홀을 차례로 거쳐 CGV서면 인디영화관을 마지막으로 8월16일 영화제 종료. 지방 상영은 일정대로 진행 중에 있다. 관객의 호응이 유독 열렬했던 서울에서만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그러니까 본 상영기간보다도 2일을 더 추가해 인기작 5편만으로 앙코르 상영을 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성황을 이룬 것이다. 스폰지는 25일,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홈페이지(www.spongehouse.com/japanmovie)를 통해 2차 앙코르 상영 계획을 공지했다. <좋아해> <녹차의 맛>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스크랩 헤븐> <박사가 사랑한 수식> 등 1차 앙코르 상영작 5편 가운데 <박사가…>를 제외한 네편이 27일부터 곧바로 연장 상영에 들어간다.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의 이 같은 롱런은 행사를 주최한 스폰지조차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다. 조성규 스폰지 대표는 “10편의 영화를 묶어 영화제 형식으로 개봉하다보니 시너지가 생겼다”고 설명하면서도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23일까지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을 다녀간 관객은 총 2만3천여명. 이중 가장 성황을 이루는 서울 지역 관객 수는 25일까지 1만7천여명이다. 스폰지하우스 종로 1관의 좌석 수가 350석이고 상영 횟수는 5회이므로 좌석 점유율은 80.5%에 달한다.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스폰지하우스 종로(옛 시네코아)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의 롱런이 보여주는 것은 조성규 대표의 설명대로 “한국에 일본 인디영화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일본 인디영화 시장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된 계기는 2004년 10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개봉과 맞물린다고 할 수 있다. 전국 5개관에서 소규모 개봉한 <조제…>는 당시 5만여명의 관객을 모으고 1년 뒤 관객의 요청에 의해 재상영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나와 앨리스> <박치기!> <린다 린다 린다> 그리고 최근 9만2천여 관객을 동원한 <메종 드 히미코>까지 <조제…>의 뒤를 이어 조용히 관객몰이를 한 일본 인디영화들이 늘고 있다. 물론 여기 언급된 모든 작품들이 수입·배급사의 수지를 딱딱 맞출 만큼 장사가 된 것은 아니지만 <링> <주온> 등으로 대표되던 일본 공포물과 지브리 스튜디오로 대표되던 일본 애니메이션 외에 또 다른 범주의 일본영화, 그것도 그 나라의 주류가 아닌 인디 계열에 대한 기호가 한국에 자리잡았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점이다.

개인적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는 일본 인디영화의 감수성

‘인디’라는 용어를 썼지만 일본영화에서 ‘인디’는 한국에서 곧잘 통용되는 ‘인디=예술’의 공식과 무관하다. 역설적이게도 일본영화는 1년에 300여편이나 제작되면서도 자국 내에서는 마이너 선수다. 일본의 대중문화 시장의 주류는 알다시피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소설 등이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영화의 다작이 가능한 까닭은 메이저 스튜디오 바깥에서 제작되는 비교적 적은 규모의 영화들과 그런 영화를 배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일본의 영화산업은 스타 파워와 거대 예산, 대규모 개봉과 마케팅으로 큰 수익을 목표 삼는 주류 상업영화의 힘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주류영화가 힘을 잃은 90년대 이후 스펙트럼을 확장해온 쪽은 저예산 인디영화다. “박스오피스를 집계하더라도 ‘단관영화’라고 해서 차트가 따로 만들어질”(김봉석 영화평론가) 정도로 일본에서 인디영화의 영역은 매우 크다. 야마구치 유다이 감독(<지옥갑자원>)은 “제작비 등 프로덕션 규모 면에서 메이저영화와 큰 차이가 없다”는 말도 하고 있다. 거기엔 난해한 실험영화나 자의식 강한 예술영화, 묵직한 세계관을 담는 영화들도 존재하지만 그와 정반대로 ‘소규모 개봉이되 롱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날렵하고 대중적인 화법으로 상업적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들이 상당하다.

<조제…> <박치기!> <린다 린다 린다> <메종 드 히미코> <좋아해> <거북이는…> 등은 후자에 속한다.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에서 이상일 감독의 <스크랩 헤븐>을 보러온 20대 중반의 여성 관객은 “한국에서 도저히 영화화할 수 없을 것 같은 소재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영화가 전혀 안 될 것 같은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놀라운 건 그게 단지 신선하기만 한 게 아니라 영화적으로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다는 점”이라고 자신이 일본 인디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밝혔다. <거북이는…>을 보고 나온 20대 후반의 남성 관객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시놉을 보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예매하고 왔다”고 영화를 보러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객도 일본 인디영화가 가진 개성에 대해 비슷한 감상을 말했다. “과장된 점도 있지만 아이디어나 이미지, 소재 등이 아무것도 아닌 데서 시작하는데 보다보면 재미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관객의 이런 감상문이 과연 일본의 인디영화에만 한정지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일본 주류영화와 인디영화의 감수성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적인 정서란 기본적으로 개인의 문제나 개인간의 문제에 치중하면서도 그것을 쿨하게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걸 그려내는 방식이 굉장히 치밀하다. 근데 주류영화로 가면 어느 나라에서나 다 그렇듯 이야기가 좀더 보편성을 띠게 되고 허술한 구조를 갖게 된다. 일본인에게는 그것이 그들의 이야기니까 먹히지만 한국에서는 통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와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 등 두편의 일본 상업 멜로영화다. <세상의…>는 일본 내에서 300만부가 팔린 가타야마 교이치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그해 일본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지금…> 역시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인데 개봉 당시 10주간 박스오피스 톱10 안에 머물렀고 최종 40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세상의…>과 <지금…>은 한국에서 150개관 규모로 개봉했다. <세상의…>가 모은 관객은 47만여명, <지금…>은 25만여명에 그쳤다. <메종 드 히미코>의 경우 일본에서는 약 3개월간 15만여명 관객을 모았고, 비슷한 기간 한국에서는 10만여명의 관객 동원을 기록했다. “<메종 드 히미코>는 처음 5개 프린트에서 시작해 2개 프린트를 추가했다. 인구 수 대비로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더 잘된 케이스”라고 조성규 대표는 설명한다.

청춘물과 젊은 배우군, 한국영화의 취약한 부분에 대한 대리만족

물론 모든 인디영화가 국내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일본 인디영화 중에서도 한국 관객이 편식하는 장르는 청춘물이다. 편의상 ‘청춘물’의 정의를 학원물과 멜로, 성장담을 포함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하면 <조제…> <하나와 앨리스> <불량공주 모모코> <69 식스티 나인> <박치기!> <린다 린다 린다> <메종 드 히미코>까지 근 2년간의 일본영화 화제작들 그리고 <좋아해> <핑퐁> <사랑의 문> <스크랩 헤븐> <거북이는…> 등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상영작 절반이 청춘물의 범주에 들어간다. 일본에서 청춘물은 장르의 역사나 발전 양상에서 이 나라의 대중문화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 청춘물의 소재 다양성과 아이디어의 힘은 영화보다도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분야에서 훨씬 강하다. 우리가 오랫동안 소비해온 일본만화 대부분이 학원물과 로맨스물이었고, 케이블 및 온갖 P2P 사이트에서 접하는 드라마들 태반이 청춘물이며 최근 몇년 사이 국내 출판계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포스트 무라카미 하루키’ 세대들의 소설들도 청춘물이 다수다. 반면 한국에서는 장르적으로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가 청춘물이다. 따라서 청춘물로 대표되는 일본 인디영화의 조용한 붐은 한국영화가 장르적으로 가지는 공백에 대한 갈증이라 볼 수도 있다. 한국영화에서 청춘물이라고 하면 상업영화에서는 지극히 이상적인 멜로나 고교생 조폭물, 열등생의 학창일기 정도가 소재의 전부이고 <마이 제너레이션>이나 <내 청춘에게 고함> 등 독립영화에서 볼 수 있는 청춘의 초상은 지극히 어둡고 진지하다. 따라서 새로운 청춘물을 기대하는 국내 관객의 갈증을 채워주기에 재치와 유머, 결코 가볍지 않은 통찰과 섬세한 감성을 가진 다양한 소재의 일본 청춘물은 더없이 매력적인 콘텐츠가 된다. 또 국내에 일고 있는 일본 소설의 흥행은 베스트셀러 소설 중 열의 아홉이 영화화되는 일본 영화계의 현실과 맞물려 국내 개봉되는 일본영화들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자극제가 된다. 조성규 스폰지 대표는 일본 인디영화 시장의 작은 붐과 관련해 “일본 소설이 한국에 자리잡은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치기!>
<불량공주 모모코>

여기에 또 맞물리는 것이 일본의 젊은 배우군이다. 청춘물의 토양이 비옥하고 넓은 만큼 일본에는 우리나라에 없는 연령대, 즉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어린 배우층이 두텁게 존재한다. 10대 시절에도 주연을 할 수 있는 드라마들이 워낙 많다보니 일본에서는 어린 배우들이 일찌감치 스타가 된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일본 주류영화계와 인디영화계를 넘나들며 활동의 폭을 넓힌다. 아오이 유우, 우에노 주리, 사와지리 에리카, 미야자키 아오이, 쓰마부키 사토시, 마쓰다 류헤이, 오다기리 조, 구보즈카 요스케 등이 모두 이런 환경에서 탄생한 스타 배우들이다. 물론 일본 내 스타와 국내에서 티켓 파워를 가지는 배우들은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배우는 여전히 영화를 선택하는 주요한 기준이다. ‘일본영화 콜렉션’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운영 중인 손준성(30)씨는 1만3천여명의 회원들이 “영화를 평소 많이 보는 경우에나 감독을 찾지, 대부분은 배우를 좇아가는 편”이라고 말한다. 스타성 있는 10대 배우라고는 문근영이 유일해서 20대 후반 배우들이 10살 가까이 어린 배역을 무리해 맡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 비한다면, 일본의 청춘물은 배우들만 놓고 보아도 신선하고 역동적이다.

5만 관객의 20가지 취향, 작지만 다양한 영화의 모범사례

다양한 종류의 청춘물과 텍스트를 더 풍성하게 해주는 젊은 스타 배우들의 존재. 일본 인디영화가 국내에서 일으키는 작은 붐의 실체는 이렇게 요약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바꿔 말하면 한국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에 대한 허기가 일본 인디영화의 붐을 통해 보여진다고도 할 수 있다. 이 붐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일본 내 한류만큼의 파워에 이를 수 있을까? “스크린 수 10개 규모에서 5만 내외의 관객을 끌면 상당한 성공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정도를 빼면 일본영화를 와이드로 100개관 가까이 개봉할 시장 자체는 작다고 본다.”(조성규 대표) 붐이라고는 해도 일본 인디영화의 시장은 절대 관객 수로서는 대단한 위력을 행사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도쿄 타워>를 수입한 스폰지나 <나나>를 수입한 대원C&A홀딩스, <스윙걸즈>를 수입한 데이지엔터테인먼트 등은 이들 영화가 일본 내에서 200~300개관 규모로 개봉한 것을 감안해 국내에서도 80~100개관 규모의 개봉을 시도했다. 나름의 시장성을 타진한 것이었는데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도쿄타워>의 경우 전국 80개 상영관에서 5만5천여명을 모았고, <나나>는 전국 100개 스크린에 8만여명을 동원하고 내렸다. 세편 모두 특정 관객층의 입소문을 타고 그들 사이에서 화제작이 됐지만 일본영화 자체에 대한 시장은 일정 수준 이상 커지지 않음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인디영화 위주로 수입하는 스폰지보다는 규모가 큰 일본영화를 주로 수입하는 동아수출공사(<지금, 만나러 갑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김용진 실장은 “일본영화 시장은 한계가 분명하다. 50만 이상 갈 영화는 간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지점을 넘어서지 못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69 식스티나인>

김용진 실장은 “그래도 저변은 있다고 생각한다. 10만이든 20만이든 꾸준히 봐주는 사람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이 한국에서 일본 인디영화를 소비하는 관객층이 일본 대중문화 마니아층과 일치한다는 뜻은 아니다. 두 부류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옳다. 조성규 대표는 “다른 영화들은 어떤 경우일지 몰라도 우리가 개봉한 영화들의 경우 일본문화 마니아들이 전체 관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많아야 30%, 일반적으로 20% 정도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가 파악하는 관객의 성향은 스폰지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의 회원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일반 카페인 ‘일본영화 콜렉션’의 경우도 운영자 손준성씨에 따르면 전체 회원 수 1만3천여명 가운데 열혈 관객층은 200~300명에 지나지 않는다. 청춘물과 스타 중심의 일본 인디영화 붐이 앞으로 얼마나 더 확대될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일본영화 수입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은 “고정적인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수요는 일본문화 ‘열혈광’이 아니라 색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소수의 취향이다. “꼭 일본 인디영화를 고집하는 관객이 아니라 제3의 영화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그룹이라고 생각한다. 관객 조사를 해보면 그들은 뮤지컬도 보고 공연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다. 영화를 연구하듯 보는 소수보다 중간 단계에서 끌어가는 그 사람들이 움직이면 인디영화는 된다.”

5만명씩 20편을 개봉하면 100만명이 된다. 조성규 대표는 이 말을 덧붙였다. 100만 관객이 동의하는 하나의 취향이 아니라 5만 관객이 동의할 수 있는 20가지의 취향을 제공하는 것. <조제…>에서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로 이어져온 일본 인디영화 붐은 이런 점에서 의미를 되새길 만하다. 지금 한국의 일본 인디영화 붐은, 일본 안의 한류처럼 소수의 스타로 엄청난 시장을 일군 희한한 문화현상이 아니다. 메이저 배급사들의 전략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어려웠던 작지만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과 어떻게 접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모범사례이자 성공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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