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천하장사 마돈나> 류덕환과 씨름부 3인방 [1]
2006-09-04
글 : 김현정 (객원기자)
글 : 최하나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오, 깨물어주고 싶은 덩치들!

<천하장사 마돈나>의 씨름부는 바깥에서 보기엔 보잘것없을지 몰라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부원 한명 한명이 빛을 내는 동아리다. 전국대회 우승은 멀기만 하지만 그들은 모두 꿈이 있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덩치만큼이나 넉넉한 관용이 있다. 그러기에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 동구는 모여 앉아 떡볶이 10인분쯤 간식으로 해치우는 씨름부원들 틈에서 행복으로 향하는 험한 길을 계속 걸어갈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학금에 눈이 멀어 씨름을 시작했지만 이내 씨름을 좋아하게 되어버린 동구, 동구의 향수 냄새를 뿌리치지 않고 약간 헷갈려하기까지 하면서 음미하는 덩치1, 말 한마디 없지만 풍경으로 사라지지 않고 웃음을 주는 덩치2, 간지럼을 너무 타서 상대방과 맞붙기만 하면 혼자 나가떨어지는 덩치3, 그리고 그들 모두가 섞여 빚어진 씨름부라는 또 하나의 존재. 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함께 영화를 찍었던 시간까지 궁금해졌기에, 늦은 저녁 스튜디오로 초대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됐다.

‘덩치들’을 맡은 문세윤과 김용훈과 윤원석은 몇달 사이 몸무게 25kg을 감쪽같이 덜어내고 나온 동구 류덕환이 못마땅하다며 만나자마자 연신 놀려대고 있었다. “마른 것들은 원래 더위를 안 타!”라는 구박에 에어컨 바람이 미치지 않는 구석자리 의자에 쪼그린 류덕환. 그러나 ‘형’이 아니라 ‘형아’라며 귀엽게 부르는 류덕환을 동실동실한 동구가 아니라고 끝내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반바지와 씨름부 티셔츠의 잠옷 차림으로 베개를 껴안고 베개 싸움을 시작한 씨름부원들은 2 대 2로 혹은 1 대 3으로 서로를 두들겨 패면서 “이러다가 속옷이나 잠옷 CF 들어오는 거 아니야?”라며 지금껏 스튜디오를 찾아온 어느 팀보다도 다정하고도 모질게 베개 싸움을 했고, 편안하게 누워달라고 주문하자 아주 편안하게 서로를 깔아뭉개고 밟아주기도 했다. 개그맨으로, 힙합 가수로, 혹은 영화배우로, 서로 다른 모래판을 누벼온 네 젊은이. 배달온 치킨을 놀랍도록 깨끗한 뼈만 남기고 뜯으면서 이들은 영화만큼이나 귀엽고 행복했던 <천하장사 마돈나>의 촬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니 반갑겠어요.

김용훈: 예전에는 반가웠어요. 이제는 동구(류덕환)가 얄미울 뿐이에요. 시사회 때 봤는데, 너무 말라가지고 나타나서…. 독.한.놈.

류덕환: (웃으며) 형들이 영화 촬영할 때는 정말 예뻐해주셨거든요. 그런데 시사회 때부터 다들 살빠졌다고 구박을 하더라고요.

문세윤: 너무 비교되니까 그렇지. 너무하잖아.

류덕환: 뭘 비교된다고….

문세윤: 거울을 봐, 이 자식아. (웃음)

김용훈: 우리는 살을 안 빼려고 안 뺀 게 아니에요. 영화 나오고 나서 빼려고. 사람들이 못 알아볼까봐….

-네 사람 모두 씨름을 배워야 했을 텐데, 연습할 때는 어땠나요.

문세윤: 덕환이가 제일 고생을 많이 해서 할 얘기가 많을 겁니다.

류덕환: 형들은 영화에서 쓰일 기술 위주로 많이 배웠어요. 저는 언이 형(주장 역의 이언)이랑 결승전 장면이 있어서, 영화에 나오지 않는 기술까지 여러 가지를 두루 배웠고요.

문세윤: 뭐, 씨름부니까 일반적인 상식은 갖고 있어야 했어요. 진짜 씨름부 학생들에게 배웠기 때문에 부원끼리 어울리는 모습도 많이 봤죠.

윤원석: 씨름장 분위기를 익히는 거예요.

문세윤: 사실 진짜로 하면 덕환이가 제 상대가 안 돼요. 체중이 123kg 나가는 씨름부 학생을 제가 이겼으니까요. 씨름부 감독님이 저한테 직접 씨름 해보지 않겠냐고 진지하게 말을….

류덕환: (말 가로채며) 고등학생 이기고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일동 폭소)

문세윤: 씨름부 감독님이 “강호동은 씨름하다가 개그로 왔지만, 너는 개그하다 씨름해라. 넌 된다”고 했어요. 제 허벅지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웃음)

“평발용훈, 거봉세윤, 두껍원석, 독한덕환?”

-남자들끼리 어울려 촬영을 하면서 힘든 일은 없었는지요.

윤원석: 같이 사우나에 가거나 옷을 갈아입는데 세윤씨가 은근히 부끄럼이 많더라고요. 알고보니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유두가 남들보다 커요. (웃음) 저희가 별명을 하나하나 정했거든요. 주장은 웃으면 <맨발의 기봉이>를 닮아서 기봉이언. 용훈씨는 평발이어서 평발용훈. 세윤씨는 거봉세윤(웃음), 저는 두껍원석이고. 제일 무난한 별명은 덕환이에요. 동구덕환.

김용훈: 독한덕환으로 바뀌었어요. 완전 독해요. 저는 얘가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온 앤 줄도 몰랐어요. 너무 다르니까. 쟤는 배우 맞아요. 저는 때려죽여도 저렇게 못해요. 있는 대로 살아야죠.

문세윤: 저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빼겠습니다. (웃음)

-이해영과 이해준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했습니다. 감독이 두명이어서 곤란한 경우도 있었을 것 같은데.

김용훈: 해 브러더스. 처음엔 둘이 형제인 줄 알았어.

윤원석: 두분 사이에선 다툼이 있었는지 몰라도 우리한테는 그런 모습을 안 보였어요. 모니터 앞에서 의견을 정리하고 하나의 질문으로 만든 다음 말해주었으니까요. 하지만 한 장면을 여러 번 찍은 경우는 많았죠.

류덕환: 저는 좀 달랐어요. 해준 감독님은 ‘난 1번을 원해’, 해영 감독님은 ‘난 2번을 원해’ 하면서 ‘네가 알아서 결정해라’ 그러더라고요. 결국 1.5번 정도로 만들었는데(웃음) 그렇게 연기의 수위를 조절할 때가 힘들었어요.

김용훈: (느닷없이 류덕환을 가리키며) 동구 다리 꼬고 앉는다. (일동 폭소)

류덕환: 제가 원래는 다리를 꼬고 앉는데, 살찌고 나서는 다리가 안 꼬아지더라고요.

문세윤: 그만해~. 세상에서 다리 꼬고 앉는 애들이 제일 싫어. (웃음)

-진짜 씨름부처럼 다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촬영장 밖에서 친해지는 시간도 필요했을 텐데요.

김용훈: 술을 먹었죠. 계속.

문세윤: 그리고 치킨을 메이커별로 다 먹었어요. 이서방, 처갓집, 페리카나, 교촌…. 한번은 밤새 치킨을 먹은 다음날 점심이 닭도리탕인 거예요. 나는 딱 세 조각 먹었는데, 원석이 형 저 인간은 열다섯 조각을 먹었어요. (웃음)

김용훈: 잊을 수 없는 건, 부산에 오래 있다가 대천으로 옮겼는데 (윤원석 보며) 어떻게 숙소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어요? (일동 폭소)

윤원석: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숙소 앞이 바다인데 비도 오고 마음도 울적하더라고요. 제가 영화 찍을 때 항상 막내였다가 여기선 맏형이 되니까, 애들한테 외롭다 이런 말 하기도 주책인 것 같고. 매니저랑 “우리 울적한데 맥주나 시켜먹을까?” 했는데 냉장고에 삼겹살 배달 광고가 붙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켰는데, 양이 일단 좀 적었고요.

김용훈: 방에서 연기가 나는데도 자기는 삼겹살 먹은 적이 없다고 딱 잡아떼다가 결국엔 들켰어요. 촬영감독이 나 어젯밤에 원석이 방에서 삼겹살 먹었다고 자랑했거든요.

문세윤: 사기꾼은 못 될 머리예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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