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문세윤: 원석이 형은 영화에서 많이 봤지만, 실제로 보니까… 참 어떻게 저렇게 생겼나, 난 정말 예쁘게 뚱뚱한 거구구나 싶었어요. (웃음) 용훈씨는 전에 게임TV에서 프로그램 진행할 때 봤고, 서로 동갑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뻘쭘해하다가, 영화로 다시 만나서 친해졌죠. 덕환이는 딱 봤는데 일단 착하더라고요. 생긴 거 자체가 착하잖아요? 그리고 주연배우로서의 스타성이 있을 것 같지만, 그런 게 없고. (웃음)
김용훈: 세윤씨는 워낙 TV에 자주 나오기 때문에 그냥 연예인 보는 것 같았어요. 어, 간호사 왔구나. “으흐응~~”, 이거 할까봐 좀 겁이 났죠.
문세윤: 제가 이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에게 보여준 개그가 2억4천만원어치는 될 겁니다.
김용훈: 메이킹 필름 빨리 보고 싶어요. 이건 위험한 발언이지만 영화보다 메이킹 필름이 더 웃길지도 몰라요.
-동구와 덩치 셋은 독특한 캐릭터들입니다.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가 되어가는 모습을 서로 지켜보면서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요.
윤원석: 상당히 놀랐어요. 나는 형이고, 영화를 많이 찍었는데도, 내가 느껴보지 못했던 진지함이 있더라고요. 특히 용훈씨는 대사 한마디 없는데도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연구를 했으니까. 이래서 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류덕환: 대본 리딩을 하려고 모였는데 용훈이 형이 정말 안쓰러워 보였어요. 대사가 한마디도 없는데 리딩할 때 항상 와서 대본 얘기 같이 해주고.
김용훈: 과자만 먹었어. 결정적으로 감독님이 “넌 왜 왔냐. 올 필요없다”는 말을 안 했고. (일동 폭소) 나는 당연히 가야 한다고만 생각했죠.
윤원석: 세윤씨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밤에 잠을 못 자서 “맥주 한잔 할까?” 하고 나한테 전화를 해요. 그렇게 통닭이랑 맥주를 먹으면서 술기운이 오르는데도 대사를 치는 거예요. “형, 이게 더 나아? 아님 아까 그게 더 나아?”
류덕환: 세윤 형은 단지 영화쪽에서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나한테 슬쩍 물어보시더라고요. 이거 대사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동생한테 그런 말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처음에 형이 그렇게 자문을 구했을 때는 ‘정말 열심히 하시는구나’ 싶어서 놀랐고, 솔직히 위기감도 느꼈어요. 제가 주연이긴 하지만, 형들이 각자 캐릭터를 너무나 잘 살리니까, 내가 죽어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문세윤: 결국은 안 죽었다는 거네. (일동 폭소)
“우리는 ‘컷’ 하고 난 다음이 더 웃겼어요”
-서로가 가장 사랑스러웠던 순간을 꼽아본다면요.
김용훈: 동구가 “나 장만옥 같아” 하는 장면. 그리고 일어 선생님과 사랑에 빠진 모든 장면은 하나하나가 압권이에요. 원석 형은 무조건 떡볶이신이지. 그 부분에서 다 죽었잖아. 현장에서는 형이 좀 오버한다 싶었는데, 화면으로 보니까 그게 웃긴 거였어요.
윤원석: 촬영부 퍼스트 형이 촬영 도중에 그런 얘기를 했어요. 넌 연기가 너무 오버 아니냐.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연기는 내가 하는 거니까 내 기준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으로 내 느낌대로 갔어요. 시사회 하기 전에 그 형님이랑 맥주를 한잔 했는데, “오버가 아니었다”라고 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저는 세윤씨가 정말 재밌었던 게 동구 향수 냄새 맡으면서 “너 냄새 난다” 하는 장면.
문세윤: 개인적으로는 동구하고 춤추는 장면이 마음에 들어요.
류덕환: 세윤 형은 애드리브가 매우 좋아요. 형이 동구에게 “너는 시베리안 허스키 닮았다. 너 때문에 헷갈리려 그런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마무리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원래 헛웃음으로 끝나는 거였는데, 형이 “우리 그냥 장난치는 분위기로 가볼까?” 하더라고요. 감독님들도 너희들이 알아서 짜보라고 했고. 그래서 형이 헤드록을 걸고 툭닥대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컷을 넘겼어요.
문세윤: (박수치며) 덕환이는 최고의 연기잡니다. 국가대표죠.
류덕환: 용훈이 형은 말 그대로 쇼트트랙 자세였죠. 그거 말고는 안 했으니까. (웃음)
김용훈: 저는 영화 찍으면서 주로 모래밭을 제 평발로 다듬었어요. 조감독이 시키더라고요. 넌 연기를 하지 마라, 모래를 다듬어라~.
문세윤: 사실 우리가 장애있는 사람들끼리 모였거든요. 용훈이는 평발, 나는 거봉, (윤원석 가리키며) 여기는 얼굴. (일동 폭소)
-이제 헤어져서 각자 자기의 길을 걸어갈 텐데, 서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류덕환: 용훈이 형은 이번에 앨범을 냈어요. SQUARE 1집, <Rookie Of The Year>. 대박이 났으면 좋겠어요.
김용훈: 감사합니다. 저는 덕환이가 훗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요. (웃음) 솔직히 개그맨이 연기를 해서 잘되는 경우가 별로 없잖아요. 세윤이가 임하룡 선생님 다음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그렇게 될 것 같아요.
문세윤: 윤원석씨는 제가 볼 때 주연을 긴장시키는 조연입니다. 언젠가 이분이 주연을 맡을 때 이분을 긴장하게 만드는 조연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윤원석: 눈물나려고 그래. 아~.
문세윤: 그만큼 색깔이 있는 연기자라, 제가 안 되라고 기도를 해도 잘될 겁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김용훈: <괴물2>에 섭외됐다는 소문도 있어.
류덕환: 오달수 선배님의 뒤를 이어서….
문세윤: 윤원석씨는 사람부터 동물연기까지 모두 가능하거든요. 영화 보시면 알겠지만 간지럼 탈 때 목소리 있잖아요. 크허허헉~~. 이 연기는 전생에 멧돼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봉준호 감독님이 괴물로 캐스팅을 했어야 했는데, 참 안타까움이 많아요. 혹시 애니메이션 더빙할 일이 있으시다면 무조건 마왕 돼지 역할로 섭외해주셔야 합니다. 레이저 3천방 맞아도 안 죽는 그런 역할 있잖아요.
김용훈: 나중에 <천하장사 마돈나>에 나온 배우들이 다 잘돼서, 나이가 들었을 때 ‘저 사람들이 다 나온 작품이 있다. 이건 고전이다’ 해서 극장에서 한번 더 개봉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일동: 캬~ 최고다 최고.
김용훈: 근데 재개봉하면 돈 좀더 받나?
문세윤: 우리는 항상 마무리가 안 좋아요. (웃음)
류덕환: 음… 형한테 얘기해도 되나? (문세윤: 해봐, 괜찮아) 살을 좀 뺐으면 좋겠어요. 건강상의 이유로. 그리고 세윤 형이 살이 빠지면 잘생긴 얼굴이거든요.
윤원석: (문세윤 보며) 너 오늘 잠 못 자겠다?
류덕환: 원석 형은 이미 영화를 많이 했고, 벌써 열여섯 번째 영화니까….
김용훈: 이제 그만하세요? (웃음)
류덕환: 지금까지는 비중이 적은 역도 있었고, 단역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모두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런 모습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문세윤: 개념없이 하라 이거지. (웃음) 나는 더 열심히 하고, 원석 형은 개념없이 하고, 용훈씨는 하던 거나 하고. (일동 폭소)
김용훈: 우리는 ‘컷’ 하고 난 다음이 더 웃겼어요. 서로 웃음을 못 참아서 NG난 적도 많고.
문세윤: 관객도 즐거워야 하지만 영화 찍는 우리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현장이 편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류덕환: 세윤 형이 가끔씩 이런 말을 해요. 영화 홍보 때문에 TV프로그램에 나간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일하러 간다 생각하지 말고 함께 즐기러 갔다 오는 거라고 생각하자고.
문세윤: 혼자 나가면 벙어리 됩니다. 같이 나가야 합니다. 허허허. 에,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웃음) 다같이 파이팅 외치면서 마무리할까요?
일동: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