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천하장사 마돈나> 류덕환과 씨름부 3인방 [3]
2006-09-04
글 : 김현정 (객원기자)
글 : 최하나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꿈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

류덕환_동구

-어떻게 출연했나.
=<웰컴 투 동막골>이 관객 500만명을 동원하고 있을 즈음 <천하장사 마돈나>의 시나리오를 받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너무 하고 싶어서 두달 안에 몸무게 25kg을 찌우겠다고 이해영, 이해준 감독에게 약속을 해버렸다. 동구는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캐릭터였으니까, 지금 놓치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체중을 늘리는 데 실패한다면 영화 자체를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달 동안 정말 열심히 먹었다. 20kg까지는 순조롭게 늘어나다가 몸무게가 정체돼서 정말 5분만 빼고 하루 종일 먹다가 밤에 피자를 토한 적도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는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을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흔히 남자가 여자를 연기할 때 어머, 한다든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곤 하는데, 자칫 비호감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신 포크를 입에 물거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면서 어깨를 살짝 올리는 것처럼 여성적인 디테일을 만들었다.

-무슨 역할이기에.
=영화에도 나오는 말인데, 동구는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고 싶어하는,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아이다. 그리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집안 환경이 어려운데도 그걸 이기고 산다. 큰아들이니까 엄마 앞에선 무게를 잡기도 하지만 속마음은 여린 아이다. 누군가 내게 동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아이라고 답하고 싶다.

-네 꿈을 말해줘!
=아직 꿈을 정하지 못했다. 나는 지금까지 연기를 해왔고 앞으로도 하고 싶지만, 연기 말고도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일단 지금 나의 본업은 대학 1학년 학생이니까 공부를 해야겠다. 오래전부터 도전해보고 싶었던 직업은 감독인데 너무 어렵다. 혼자 시나리오도 써봤는데 30신을 넘기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웃음) 요즘은 건축에 관심이 많아져서 집에서 혼자 프라모델 조립하면서 놀고 있다.

무게 잡아도 너무 귀여워

문세윤_덩치1

-어떻게 출연했나.
=사실 연기는 계속 하고 있었다. 2000년 성대모사 대회에서 입상하면서 코미디언이 됐고, <웃찾사> 무대에 선 지도 2년이 넘었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오디션 당일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씨름영화라 상의 탈의가 많은데, 노출하는 걸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한다. 의외인 것 같지만, 원래 코미디언들이 낯을 많이 가린다. 일주일 내내 똑같은 사람들이랑 회의하고 생활하다 보니까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그런 자신을 깨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영화 작업을 하면서 너무 즐거웠고, 또 완성된 영화도 좋았기 때문에 후회는 전혀 없다.

-무슨 역할이기에.
=덩치 트리오 중에 덩치1로 씨름부에서 제일 무게를 잡으려고 하는 인물이다. 동구에게 씨름을 가르쳐주고, 대신 춤을 배운다. 때로는 형처럼 때로는 엄한 선배처럼 행동하려 하지만, 결국은 동구 앞에서 맥을 못 추고 무너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 “헷갈리려 그런다”는 말을 던지며 동구를 사랑하게 되는… 그게 어떤 사랑인지는 관객이 평가해야 할 문제고. (웃음) 크고 투박한 덩치임에도 마음이 여린, 무서운 선배인 척하지만 귀여운 매력이 있다. 눈에 확 띄진 않지만, 은은하게 계속 향을 풍기는 방향제 같은 캐릭터다.

-네 꿈을 말해줘!
=내 역량이 닿는 한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 영화쪽 목표는 나중에 연기상을 받아서 수상 소감으로 “코미디언 문세윤입니다”라고 말하는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정관념, 코미디언은 개그 연기밖에 못한다는 인식을 바꾸고, 코미디언도 똑같은 배우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무대에서 연기도 하고, 작가처럼 이야기도 구상하는 코미디언은 어쩌면 영화배우들보다 더 큰 폭의 감성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연기자들이 편견으로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 아닌가. 내 밑의 후배들과 코미디계의 모든 분들이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무표정이 대박!

김용훈_덩치2

-어떻게 출연했나.
=본업은 힙합 가수고, SQUARE라는 듀오를 결성해 얼마 전 첫 앨범도 발매했다. <연애술사>에 잠깐 출연한 적이 있긴 했지만 솔직히 연기라고 할 것도 없었고, 연기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근데 오디션 보러 와달라며 전화가 왔다. 난 100% 떨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독님이 날 뽑아주셨다. 한마디로 내가 출연하게 된 건 전부 감독님의 선택 덕이다. 본업이 가수인데, 굳이 연기를 하겠다고 나선 이유? 내 성격이 그렇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일단 되건 안 되건 가서 뭔지 보자 하는 생각을 한다. 또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내 장래에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슨 역할이기에.
=덩치2로, 혼자 제3세계에 살고 있는 인물이다. 안 좋게 이야기하면 사회부적응자라고 할까.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어리버리하지 않고, 주관이 명확한 캐릭터다. 덩치2의 가장 큰 특징이 야한 충동을 느낄 때마다 쇼트트랙 자세를 취한다는 건데, 그게 다 자기 세계가 뚜렷하니까 그럴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웃음) 또 처음부터 끝까지 표정이 1mm도 안 변하고 똑같다. 무표정하고, 무덤덤한 표정.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지만, 그게 더 힘들었다. 상황은 웃긴데 혼자서 무표정을 유지해야 하는 것.

-네 꿈을 말해줘!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고 앞으로도 비슷한 일을 하지 않을까? 무대에 서는 입장이건 무대 뒤에서 무대 위의 사람을 도와주는 입장이건, 배우건 배우를 도와주는 사람이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완벽히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하는 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 생각해서 하는 건데 30대, 40대가 되면 새로운 걸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다 포기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할 거다. 아직 ‘나는 뭐가 될 거야’라 정해놓고 가기엔 난 너무 젊다. 지금 내 삶은 목적지를 안 정하고 떠나는 여행과 같다. 그러면 이곳저곳 많은 곳을 갈 수 있으니까.

인상을 써도 코믹?

윤원석_덩치3

-어떻게 출연했나.
=처음엔 CF로 시작했고 차츰 시트콤과 드라마에도 출연하게 됐다.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한 적 있지만, 그때 어떤 감독이 대본을 주며 이 배역은 네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설득을 하기에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찍은 영화가 <아 유 레디?>였다. 그 뒤 <마파도> <목포는 항구다> 등에 출연했는데, 오디션만 보면 주로 조폭 역할이 주어졌지만(웃음),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감독들이 내 연기를 보고 캐릭터에 코믹한 변화를 주곤 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 관심이 있었고, 이해영과 이해준 감독도 내가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 내 프로필 CD를 67번째로 봤는데 보자마자 고민이 사라졌다면서. (웃음) 처음엔 덩치1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천하장사 마돈나>는 씨름부가 조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실제 결과도 그렇게 나와 기쁘다.

-무슨 역할이기에.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덩치3이 덩치1과 동구가 연습하는 춤을 어깨너머로 익혀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덩치3이 언젠가 최홍만을 이기면 관중에게 보여주려고 춤을 연습한 것이었다. 원래 김성식이라는 이름도 있었던 덩치3이 그렇게 운동을 좋아하고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서 한번도 이겨본 적은 없지만. 나는 씨름부 아이들이 모두 운동을 포기한다고 해도 덩치3은 끝까지 남을 거라고 믿는다.

-네 꿈을 말해줘!
=배우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영화에 내 이름 석자를 내거는 것이 꿈이다. 아주 작은 배역도, 지금까지 영화를 해온 것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3년 뒤에는 내 이름을 거는 작품을 하고 싶다. 그 시간이 30년이 된다 하더라도 꿈은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언젠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감정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영화를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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