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캐릭터에 전념하고 싶었다
<타짜> 시사회 때 최동훈 감독은 탈진 직전이었을 것이다. 4개월 동안의 촬영을 끝낸 뒤에도 그는 후반작업에 매달리느라 숨돌릴 틈이 없었다. 시사회 이튿날 인터뷰 때도 컨디션은 마찬가지였다. 밀렸던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밀린 숙제하듯 임하느라 파김치 상태였다. 밤 9시가 되어서야 얼굴을 마주한 최 감독은 “바람 좀 쐬고 시작하자”면서 행복한 피곤을 호소했다.
-촬영을 진행한 도시만 15곳이라 들었다. 스탭이나 배우나 다들 힘들었겠다.
=주인공들이 떠도니까. 광양에서 아침까지 찍고 밤새고 서울 올라와서 또 찍고. 그런 날이 많았다. <범죄의 재구성>은 널널하게 찍었는데, 그때보다 분량도 많고. 도박장면은 하루 14시간, 15시간씩 찍고 나면 배우들이고 스탭들이고 다들 탈진할 정도였다. 인사 대신 도박장면이 얼마나 남았죠 그랬었고. 내일 하루 쉰다고 하면 너무들 좋아했으니까. 5일 동안 일한 것은 까마득히 모르고.
-이태원에서 도박장면 촬영할 때 잠깐 들렀더니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던데. 데뷔작 찍을 때보다 여유롭군, 속은 모르고 그랬었다.
=<범죄의 재구성> 때는 현장에 1시간씩 일찍 갔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밖에 못했다. 이태원 장면 같은 경우는 하루에 몰아서 찍어야 했고, 가구창고나 화투 치는 배 촬영 또한 일정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고. 찍어야 할 분량이 많다보니 전날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상영시간이 2시간19분이다. 애초 상영 버전은 이보다 짧았는데 투자사에서 그냥 139분 버전으로 가자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욕심대로라면 4시간짜리였다. (웃음) 크레딧 빼고 2시간7분 정도까지 줄였는데, 투자사에서 140분짜리 가편집본 보고 그대로 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15세 관람가를 받을 수 있지 않나 해서 뺐던 장면들을 다시 넣었다. 돈 잃은 교수가 여자 가슴 만지는 장면이랑 초반의 고니집 장면이랑 고광렬이 고니 엄마에게 너스레 떠는 장면이 다시 추가됐지.
-원작자이자 영화에서도 카메오로 나오는 허영만 선생은 영화를 봤나.
=캐나다 가셔서 못 보셨을 거다.
-이번엔 카메오 출연 안 했나. <범죄의 재구성>에서도 책방 손님으로 나왔는데.
=영화에 나오는 건 밑장 빼는 손뿐이다. 밑장 빼는 건 (조)승우도 잘하는데, 서로 누가누가 잘하나, 앉아서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그럴 때는 승우가 감독하고 내가 배우하고 그랬다.
-영화 속 손기술, 대단하다. <범죄의 재구성> DVD를 보면 5인방이 거사를 앞두고 도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도 손 대역을 했잖나. 타짜까진 아니어도 선수였던 것 같다.
=다들 내 과거를 오해하지만 순전히 학습 때문이다. 콘티 짜면서 혼자서 여러 번 해봤다. 거울 놓고서 이 숏을 어떻게 찍어야 하나. 이렇게 찍을까, 저렇게 찍을까 하다가 실력이 늘게 된 거지. 나도 신기하다.
-<범죄의 재구성> 끝내고 난 뒤 <타짜> 연출제의를 거절했었다. 확신이 섰기 때문에 다시 받아들였을 텐데.
=그때도 찍을 수는 있었지만, 찍으면 무조건 망할 거라고 본 거지. 만화보다 재미없을 것이고. 방대한 원작을 줄이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어쨌든 나 안 한다, 였다. 그런데 그 뒤로 <범죄의 재구성>을 다시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의 반 정도를 했구나 싶더라.
-하고 싶었던 게 뭔가.
=<범죄의 재구성>은 드라마 위주다. 굉장히 빠르다. 찍을 때도 그런 맘이었다. 기차에서 잠시 내려와 우동을 먹고 있는데 기차가 떠나버리는 그런 다급한 심정. 관객이 그런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정이입을 시키려고 하는 대신 이야기는 돌진한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게 모토였다. 그런데 찍고 나서 다시 보니까 캐릭터에 더 전념하는 영화를 찍고 싶었던 거지. 잘 찍으면 전작보다 점프할 수 있겠구나 기대도 하게 됐고.
-각색에 1년이 걸렸다. 캐릭터를 줄이는 것 말고 변형하고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하겠다고 해놓고 보니까 또 갑갑하더라. 원작을 앉은 자리에서 서너번 연달아 읽고 3개월 동안 쳐다도 안 봤다. 원작을 보면서 쭉 적어놨던 메모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일목요연하게 이 모든 일이 한순간에 벌어지는 것처럼 꾸밀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영화란 게 숏 게임이니까. 그러다 2004년 크리스마스 때 안톤 체호프 원작의 연극 <세자매>를 봤는데 그게 얼개의 힌트가 됐다. 연극 보러 가서 세란 역의 김정난을 캐스팅하기도 했고. <세자매>의 1부는 한집에 한명씩 등장하면서 드라마가 풀리고, 그 손님들이 한 사람씩 빠지면서 정리된다. 저걸 <타짜>의 플롯으로 취하면 어떨까 싶었다. 고니가 이 세계에 들어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후반부에 한명씩 고니에게서 멀어져가는 식으로. 10개의 장으로 나눠놓고 보니까 마치 장마다 새로운 드라마가 생겨나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더라. 물론 그거 정하고 나니까 3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원작에도 그런 플롯의 요소가 있다. 영화에서 각장을 나누어 고니가 만나는 인물들을 차례로 소개하는 건 원작에서 따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작은 선형적이다.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고, 어디 가서 털어먹고, 어디로 이동하고, 그러다 뺏겨먹고, 방랑하는 로드무비 형식인데. 그 구조를 바꿔놓은 거다. <세자매>를 보면서 영화 플롯을 원작과 다른 동심원처럼 만들어보고 싶었다.
-형식을 정한 뒤에 가지치기가 훨씬 용이했나.
=화투장면만 해도 그렇다. 영화에선 통틀어 7번 치는데. 고니는 화투를 쳐야 누군가를 만난다. 다시 말하면, 서사적 즐거움을 위한 화투판은 안 나온다.
-캐릭터를 놓고 보면, 원작과 가장 다른 건 정 마담이다. 정 마담 캐릭터를 늘려서 “욕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길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정 마담의 캐릭터가 달라졌고, 커졌다. 고니에게 가장 위협적이자 가장 달콤한 존재가 된 거지.
-정 마담의 포악한 모습을 좀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포악한 여자는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동물원에 가면 포악한 사자보다 제 꼬리 갖고 장난치는 표범 보길 좋아한다. 그리고 또 예쁜 게 얼마나 큰 무긴데. 도박판에서 살아남아 세력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가 갖고 있는 술책이 남자들의 그것보다 훨씬 우월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영화를 보면, 정 마담은 착한 짓을 한번도 안 한다. 정 마담을 그리는 데 있어 그어놓은 심리적 저지선이 그거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 마담을 미워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중요했다. 예를 들면 롭 라이너가 <미저리>를 만들면서 케시 베이츠를 계속 싫어하게 만들진 않는다. 동정을 담갔다가 쓱 빼는 거지. 그런 것과 비슷한 느낌을 가져가려 했다.
-<범죄의 재구성>은 진짜인지 아닌지 모를 인물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진실이 연기되고, 유예된다. 그 방식이 흥미로웠다. 이에 비해 <타짜>는 정 마담의 내레이션으로 열고 닫는다.
=애초에는 다른 결말 때문에 설정해뒀는데, 결말을 바꾼 다음에도 괜찮더라. 정 마담으로선 잘살고 있다가 고니를 만나 이꼴이 됐다는 심정일 테니까. 정 마담의 내레이션과 이야기의 진행이 묘한 충돌을 일으키는 것 같아서 내버려뒀다.
-사실 다른 결말을 예상했다. 고니가 아귀와 붙는 장면 전의 독백을 감안하면 다른 결말이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찍긴 했다. 그런데 요즘 한국영화에서 다들 너무 그렇게 끝내잖아. 그래서 반대로 갔다. (웃음)
-내러티브 흐름이 다소 중단되더라도 영화는 캐릭터에 대한 매혹을 보여주려고 한다.
=시시콜콜 등장인물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인물의 등장만으로도 딱 저런 사람이다, 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게끔 신경을 썼다. <범죄의 재구성> 때는 인물들의 역할만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캐릭터들의 기질이 드러나도록 했다. 그 기질이야말로 도박하는 사람들의 방법론이기도 하고. 이야기 진행이 다소 느리더라도 서로 다른 인물들이 충돌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다. 왜 박진표 감독의 영화 보면 느려터졌잖나. 느리지만 그러나 심적으로는 긴박하고. <8월의 크리스마스>도 그렇고. 캐릭터를 좀더 자세히 보여주면서 느리지만 목에서 촥 하고 뭔가 올라오는 그런 느낌이 나면 좋겠군 했던 거지.
-한번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10개 장을 보여주는 데 있어 의도했던 리듬이 있을 것 같다.
=다가올 사건을 조금씩 예견하면서 한발씩 진행하는 이야기다. 이제 뭔가가 시작될 거야 하는 기대감을 주는 식이지. 다만 초반의 화투치는 장면은 어차피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화면분할도 빠르고 거칠게 했다. 빠르게 시작해서 점점 더 느리게 가는 식이었다.
-<범죄의 재구성>에 비하면 평이한 구성이지만, 복수극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등장하는 플래시백이 감정이입을 방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단선적인 이야기를 싫어하긴 한데 좀 다른 이유와 계산이 있었다. 고니한테는 이 판에 뛰어들게 된 이유가 있다. 고니가 처음 만나서 이기고 싶고 깨고 싶은 인물은 박무석이다. 그런데 순서대로 가게 되면 아귀가 박무석보다 먼저 등장하게 된다. 평경장이 죽게 되고, 아귀를 쫓다보면, 박무석을 쫓을 틈이 없는 거다. 그러다 보니 긴 플래시백을 통해서 다른 인물들도 있습니다, 라고 일러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구조 자체를 꼬고 싶어서라기보다 드라마적인 필요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심하게 꼰 것은 아니고. 머릿속에서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최종적으로는 똑같은 결말이고.
-고니가 타짜가 되기 전,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 중 어느 하나에 방점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나. 상영시간이 다소 긴 것도 모두 가져가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일 텐데.
=원작을 2시간19분 안에 넣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우리가 <벤허>를 찍고 있는 것 아닌가 착각할 때도 있었다. 물론 배우들이 힘들어할 때는 찰턴 헤스턴처럼 우린 경주장면을 안 찍는 게 얼마나 해피하냐고 농담하기도 했지만.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벽에다 써붙여놓고 나중에 생략 가능한 게 뭔가 그걸 따져서 제하는 편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시나리오 쓰는 시간도 길어지고. 사실 욕심없는 영화가 어딨겠나. 언젠가는 심플한 이야기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때가 오지 않겠나.
-접시 돌리는 사기꾼에 이어서 화투 쪼며 인생 태우는 노름꾼들 세계를 그려보였다. 원작만화에 보면, 사기꾼과 노름꾼의 차이에 대해서 잠깐 짝귀가 말하는 장면이 있다. 뜬금없는 질문을 하나 하자면, 사기꾼과 노름꾼을 묘사하는 방식도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기본적으로 사기는 판타지가 있는 게임이다. 사람들은 사기꾼을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자신이 사기를 당하지 않는 한. 사기꾼의 이야기를 무협지처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잖나. 김선달 같은 인물이 저지르는 건 심각한 범죄행위인데도 불구하고 골릴 수 없는 누군가를 대신 골려주는 행위라고 생각을 하는 거지. 전해듣고 전해들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거고. 당하면 지독하지만, 충분히 즐길 만한 거다. 반면 노름은 그 자체로 광적인 거다. 이기느냐, 지느냐의 승부다. 게임이라고 부르기엔 처절하다. 폭력도 동반되고, 언제나 비극이 존재하고.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는 연작 같다. 특히 평경장은 김 선생의 늙은 모습 같기도 하다. 이를테면 <타짜>에서 평경장은 우리 같은 사람은 총을 멀리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대사 들으면서 <범죄의 재구성>에서 총질하다가 자존심 구긴 김 선생이 떠오르더라.
=백 선생님이 했으니까 더 그랬을 거다. 연작을 찍으려고 했던 건 아니고. 영화란 게 의식적으로 노력한 어떤 결과물이라기보다 무의식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반영하기도 한다. 싫어하는 것은 하려고 해도 안 되고. 취향이 드러나는 거지. 영화 두편 보면 어쩌다 내 취향은 저렇게 됐을까 싶다.
-죽어도 싫은 건 뭔가.
=신파. 뉴웨이브라는 뜻이니까 신파는 원래는 좋은 건데.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의 골이 깊은 것은 좀 싫다. 무성의한 투숏, 망령 같은 리얼리즘도 싫다.
-그런 취향은 언제부터 생겼나.
=그러게. 국문과 다닐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다들 너무 고상한 걸 좋아하던 시대라서. SF문학도 없고, 추리소설 같은 장르도 없고. 그런 서사가 없어서 그런 영화도 잘 안 만들어졌던 것 같다. 그때는 모두들 리얼리즘에 매달렸는데 리얼리즘은 아주 위대한 화법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다들 그걸 이야기하니까 질리는 거지. 싸구려 이야기, 흔히 펄프라 부르는 것에 대한 혐오도 싫고.
-싸구려 취향에 대한 혐오는 당시 곧 싸구려 인간이라는 낙인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다들 <태백산맥> 읽고 있는데 추리소설 읽고 있었으니까. 국문과생이 이런 거 읽고 있느냐고 타박이었는데, 그때마다 난 임마, 클로드 샤브롤이 이거 갖고 영화를 찍은 거야 그랬었다. 실제로 히치콕이나 샤브롤이 만든 영화들의 원작은 굉장히 대중적인 소설들이다. 그때도 영화 보고 원작 찾아보고 혹시나 서점에 번역되어 출판되어 있으면 사보기도 하고 그런 재미로 살았다.
-궁극적으로 당신을 매혹시키는 캐릭터들은 뭔가. 그저 밑바닥 인물이라고 지칭하긴 좀 모호하고.
=밑바닥에 대한 환상 같은 거 없다. 자기 일을 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매혹당하는 것 같다. 한 사람으로 매혹시키는 건 어려운 일 같고. 그런 사람들이 만났을 때 생기는 긴장을 영화로 옮기고 싶어한다. 겉과 속이 다른 인물들도 좋아한다. 물론 영화에서만 그렇다. 일상에서는 싫어하지. 정 마담 같은 경우 겉과 속이 다른데, 관객이 속을 살짝 훔쳐볼 수 있는 인물이어서 좀 재밌고. 세상 물정에 어수룩했다가 거친 승부사가 되는 고니도 그렇고.
-1970년대 할리우드 범죄영화들의 느낌이 있다는 평도 있다.
=한때 진정성이라는 말, 그리고 그 이후에 디테일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진정성이라는 말이 구라라고 생각했지만. 1970년대 범죄영화들은 그런 진정성이나 디테일과는 거리가 좀 멀다. 드라마는 거칠고 힘차고 세고, 잔가지들이 별로 없고. 그런 것에 매료됐던 적이 있었고, 그런 희미한 기억들이 영향을 끼쳤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이번 영화 하면서는 다른 영화를 챙겨볼 만한 여유조차 없어서 잘 모르겠고. 다만, 그런 건 있다. 고니와 고광렬이 박무석의 방에서 위협하는 장면은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에서 리 마빈이 이발소에 앉아 있는 장면이 생각나서 비슷하게 찍었다.
-아귀와 정 마담과 고니가 맞붙는 장면. 고니가 어떻게 함정을 팠는지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화투짝과 관련한 설명을 갖다 붙이면 그 장면의 기가 빠진다. 관객이 추측을 하는 게 낫지. 분명 결핍은 아니다. 이를테면 <텔미썸딩> 전략인 셈이지. <범죄의 재구성>도 뜯어보면 허술한 게 있다. 그런데 영화가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면 재미없어진다. 전작에서 누가 경찰에 제보한 것인지 궁금한 것처럼 이번에도 어떻게 그런 함정이 가능한 것인지 호기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화투를 모르는 관객은 어떻게 반응할까. 시나리오와 달리 타짜들의 기술에 대한 설명은 뺐던데.
=화투를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골프영화랑 비슷하다. 이것이 티샷이고, 이때의 자세는 어떻고, 퍼팅은 어떻고. 그걸 다 설명하지는 않으니까. 기본적으로 관객은 영화를 즐기고 싶지, 영화를 통해서 교육받고 싶어하진 않는다. 물론 <타이타닉> 같은 영화라면 배의 제원에 대해서 이렇고저렇고 말을 하겠지. 이런 배도 부서진다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최영환 촬영감독을 비롯해 <범죄의 재구성> 스탭들이 대거 참여했다.
=촬영이 힘들었어도 사람 때문에 짜증나거나 실수 때문에 찡그린 적 없어 좋았다. 한번은 모니터 앞에서 조금만 틸(업), 틸 혼잣말로 그랬는데 주문처럼 카메라가 알아서 틸 하더라. 호흡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타짜2>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난 아니다. 정말.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