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가이드 소단을 따라 나선 극장 탐방 [2]
2006-11-28
글 : 장미

COURSE 3. <프레리 홈 컴패니언>의 피츠제럴드극장

마지막 쇼는 우리와 함께

<프레리 홈 컴패니언>

이곳은 피츠제럴드극장이야. 건물 밖에 걸린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 극장은 바로 그를 기리는 장소라고 할 수 있지. 오늘은 이 극장의 역사에 있어 무척 중요한 날이야. 극장을 사들인 재벌이 바로 내일 이 건물을 허물고 주차장을 짓기로 결정했거든. 그러니까 오늘부로 피츠제럴드극장은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질 운명인 거지. 이곳의 마지막 밤을 목격하게 된 기분은 어때? 비극은 그것만이 아니야. 극장 폐쇄로 이곳에서 30년 넘게 진행돼온 라디오 생방송 쇼 역시 목숨이 다할 지경에 이르렀거든. 쇼의 이름은 ‘프레리 홈 컴패니언’. 쇼의 진행자 G. K.부터 자매중창단 론다(릴리 톰린)와 욜란다(메릴 스티립), 욜란다의 딸 롤라(린제이 로한), 카우보이 듀엣 더스티(우디 해럴슨)와 레프티(존 C. 라일리), 늙은 가수 척(L. Q. 존스)까지 오래도록 이곳을 지킨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쇼를 위해 극장에 모여들었지. 이제야 밝히건대 사실 방금 척은 조용히 숨을 거두고 말았어. 이 극장에 깊은 애정을 쏟은 사람인 만큼 영원히 이곳에서 잠들고 싶었는지 모르지.

여러분들이 두려워할까봐 쉬쉬했지만 지금 이 극장에선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 아까 묘한 말을 남기는 흰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버지니아 매드슨)를 본 사람이 있다고 했지? 자신을 천사라고 소개하는 이 여자는 기실 이 방송을 듣고 웃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야.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고? 낡은 장소에는 그동안의 시간만큼 다채로운 사연이 깃드는 법. 이곳의 사람들이 슬퍼하는 중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 이유는, 그럼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야. 자, 이제부터 론다와 욜란다부터 시작해 더스티와 레프티, 그리고 롤라의 노래를 들어볼까? 론다와 욜란다가 옛 기억을 더듬으며 여러분의 눈물샘을 자극하겠지만 곧 더스티와 레프티가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들먹이며 쇼의 분위기를 돋울 거야. 나이도 어린 주제에 자살 운운하는 롤라의 노래솜씨는 어떻냐고? 제 엄마를 닮아 목소리만은 맑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참, 출연진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날 따라오도록. 잠깐 대기실에 들어가 인사할 기회를 줄 테니 말야.

즐길 거리_피츠제럴드극장과 마지막 라디오 생방송 쇼.
포함된 옵션_라디오 생방송 쇼 관람, 출연진들과의 만남.
선택 옵션_노래에 자신있는 분이라면 직접 쇼 출연도 가능.
관람시 주의사항_론다와 욜란다의 끝없는 수다나 더스티와 레프티의 저질 개그에 당황할 수 있음.

COURSE 4. <야반가성>의 오페라극장

비극적 사랑의 은신처

삼거리극장보다 더 으스스한 곳이라고? 지금은 이래도 한땐 이 근방에서 제일가는 오페라극장이었다고. 원인 모를 화재 때문에 무너지기 전까지 이웃 도시에서까지 관객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있는 극장이었지. 이곳의 간판 공연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이었어. 로즈극장이 정극에 가까운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사했다면 이곳에선 뮤지컬 형식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주로 공연됐다는 게 차이점이랄까.

<야반가성>

당시 로미오 역할을 맡았던 송단평(장국영)은 신이 내린 목소리의 소유자로 유명했지. 아직도 그를 생각할 때면 단정한 얼굴과 멋진 무대매너, 깨끗하고도 힘있는 목소리, 그리고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함께 떠오르는걸.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던 그는 공연의 연출을 맡았을 뿐 아니라 이 건물을 직접 설계한 건축가이기도 했어. 예술적인 감성이 풍부한 다른 예술가들처럼, 하지만 그 역시 정열적인 사랑의 함정을 피해갈 수 없었지. 셰익스피어가 사랑 때문에 집필 활동에 몰두했던 것처럼 송단평은 두운언(오천련)과의 사랑으로 공연을 더욱 성공적인 경지로 이끌 수 있었어. 이루지 못할 사랑이었다는 점도 셰익스피어와 같았지. 두운언은 부유한 상인 집안의 딸로 고위층 관리인 조처장 아들과의 혼사를 앞두고 있었거든. 송단평의 운명은, 그러나 셰익스피어에 비해 한층 더 비극적이야. 송단평과 두운언의 사랑은 질투로 인해 처절하게 단죄받게 되고 이후 그는 화상으로 상처 입은 얼굴을 숨긴 채 음울하게 살아가지. 반면 가족에게 버려지고 사랑도 잃은 두운언은 마침내 미쳐버리고 말아. 연인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말이야. 덕분에 오래도록 이 극장은 폐허로 남겨져 온통 거미줄투성이었어. 성공을 위해 베이징을 찾은 청묘극단이 발을 들이기 이전까지 이 극장도, 송단평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상태였지. 현재 청묘극단에서 공연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옛 명성을 조금씩 되찾고 있는 중이지만. 그럼 잠시 그들과 만나볼까? 분장실은 이쪽이니 조심해서 따라오도록.

즐길 거리_복구되고 있는 극장 내부, 청묘극단 사람들.
포함된 옵션_청묘극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관람.
선택 옵션_송단평의 자서전 10% 할인된 가격에 구입.
관람시 주의사항_극장이 완벽히 복구되지 않은 관계로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사고를 당할 수 있음.

COURSE 5. <물랑루즈>의 물랑루즈

화려하지 않은 쇼는 가라

<물랑루즈>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니? 당시 물랑루즈 내부를 장식한 거울에게 이렇게 물었다면 망설임없이 샤틴(니콜 키드먼)을 꼽았을 거야. 깃털과 보석으로 장식된 의상을 입은 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샤틴은 어떤 남자의 영혼도 단숨에 앗아갈 정도로 매혹적인 존재였거든. 그렇다면 만인의 연인이었던 샤틴이 한 남자의 몫이 된다면 어떨까? 물랑루즈로선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지 않았을까? 산을 이룬 추종자 중에서 그녀가 선택한 이는 다름 아닌 시인 크리스티앙(이완 맥그리거)이었어. 부르주아의 삶을 거부하고 이상을 추종하는 철없는 풋내기 글쟁이었지. 물랑루즈의 다이아몬드가 그런 남자와 사랑에 빠지다니 참 묘하지 않아? 크리스티앙으로선 행운을 거머쥔 셈이었지만 샤틴에게 이 사랑은 불행과 비극의 시작이었지. 그 뒤부터 샤틴의 귀에는 수많은 남자들의 함성과 한숨, 속삭임 속에서도 오직 크리스티앙의 음성만 들리게 되니 말이야. 더군다나 그녀는 비운의 주인공답게 불치병을 앓고 있었거든. 주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간신히 사랑을 확인한다 해도 샤틴은 고스란히 죽음의 여신에게 넘어갈 운명이었어.

샤틴의 추종자 중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인사는 없었냐고? 혹시 툴루즈 로트렉(존 레기자모)이라고 들어본 적 있니? 그래, 불운의 화가 로트렉 역시 샤틴에게 빠져든 남자 가운데 하나였지. 로트렉 하면 물랑루즈의 무희를 즐겨 그린 걸로 유명하지 않겠어? 로트렉의 눈물겨운 순정에 박수를! 물랑루즈는 이처럼 눈이 멀 듯 화려하지만 사실 비루하고 서글픈 사랑담들이 숨겨진 아이로니컬한 장소야. 샤틴의 목숨이 다한 이후에도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던 크리스티앙은 홀로 살아남았듯이. 그렇지만 크리스티앙 역시 결국 자신의 몫을 했다고. 그는 샤틴의 노래에 힘입어 끝나지 않을 글을 썼거든. 그 어떤 비극과 두려움에도 꺾이지 않는 것은 노래와 펜뿐이란다. 자자, 숙연한 감정을 털어버리고 대망의 2박3일을 장식할 마지막 코스를 즐겨볼까? 넘쳐나는 관람객 때문에 극장 안을 자세히 구경하긴 힘들겠지만 무희들이 벌이는 다채로운 쇼만큼은 맘껏 즐기도록.

즐길 거리_화려한 물랑루즈와 멋진 무희들.
포함된 옵션_물랑루즈에서 벌어지는 각종 쇼.
선택 옵션_무희들이 득실거리는 대기실 구경.
관람시 주의사항_사람이 많은 장소이니만큼 소매치기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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