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경과 박용우는 영화 <조용한 세상> 안에서 그리 자주 마주치지는 못했다. 두 남자는 어린 여자아이들만을 납치하여 살해하는 범인에게서 착하고 맑은 아이 수연을 지키고자 하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싸워야만 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고요한 세상에 머무는 사진작가 정호(김상경)는 위탁아동인 수연 곁에서 아이를 돌보고, 게으르고 허술해 보여도 반장 앞에서 부끄러움 없는 김 형사(박용우)는 비정한 도시를 헤매며 연쇄살인의 흔적을 추적하는 것이, 각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약속시간보다 10분 먼저 나란히 스튜디오에 도착한 김상경과 박용우는 정호와 김 형사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던 <조용한 세상>의 지난한 과정을 생략하고선 눈빛만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마지막 순간만을 가져온 듯 다정했다. 편안한 스웨터 차림으로 이어폰을 나누어 음악을 들으며 고등학생처럼 깔깔댔고, 역시 어른인지라 진지한 표정으로 술자리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비법을 논하고는 했다. 그들이 함께 있을 때면 세상은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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