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해피피트>의 캐릭터 vs 목소리 연기배우
2006-12-26
글 : 오정연
이보다 더 찰떡궁합일 순 없다

유명 배우가 애니메이션 캐릭터에게 목소리를 빌려주고 그 외모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해피피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미 익숙한 영화 속 캐릭터를 끌어들여 주요 등장 ‘펭귄’을 만들고, 이를 최고로 표현해줄 배우를 찾은 것.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고 보면 더욱 흥미진진한 캐릭터, 그리고 캐스팅 배경을 짐작해본다.

멈블 vs 프로도 혹은 엘리야 우드

“아빠를 만나면 이렇게 전해줘. 난 노력했다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남들이 말려도 포기하지 않는다. 타고난 천성으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가장 무시당하던 존재였지만 자신을 포함한 인류를 구원하고 희망한다. ‘미운 오리새끼’ 멈블과 미약하기에 희망이 된 프로도의 공통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호기심 어린 파란 눈, 마지막까지 간직한 동심의 증거와도 같은 뽀송뽀송한 솜털 등 프로도의 외향까지 빼닮은 멈블을 ‘천생 호빗’ 엘리야 우드가 연기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노마 진 vs 마릴린 먼로 vs 니콜 키드먼

“내가 원하는 건 날 위한 시간과 달콤한 키스뿐.” 최고의 섹시펭귄 노마 진의 이름은 마릴린 먼로의 본명과 같다. 속살대는 목소리에 녹아내리는 말투,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폼새, 하얀 털에 선명하게 자리한 애교점까지, 황제펭귄 세계의 마돈나에게 이보다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그녀와 가장 어울리는 인물로는 니콜 키드먼이 캐스팅됐다. 거짓말처럼 빛나는 금발에 새하얀 피부, 뇌쇄적인 눈빛으로 여신의 경지에 오른 샤틴(<물랑루즈>)을 연기한 경력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노아 vs 엘론드 혹은 휴고 위빙

“이 힘들고 불확실한 시기를 선조 펭귄들의 지혜의 힘으로 함께 극복해냅시다.” 보수적이고, 영적인 황제펭귄 집단의 우두머리답게 노아의 얼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깊게 팬 주름과 단호한 입매다. 펭귄의 표정이 그처럼 완고해 보일 수 있음에 대한 놀라움을 가라앉히고 살펴보면 그의 외모는 <반지의 제왕> 속 위엄있는 요정 왕 엘론드와 매우 흡사하다. 엘론드의 비장한 신념을 지배자의 고집으로 바꾸고, 후세를 향한 애틋한 사랑을 뺀 결과가 노아라고 보면 될 듯.

러브레이스, 라몬 vs 로빈 윌리엄스

“여자한테 관심없어? 농담하냐?”(라몬) “여자분들은 눈을 돌리세요. 내 살인적 매력에 기절할지 몰라요.”(러브레이스) 목소리 연기로 로빈 윌리엄스를 능가할 영화배우, 지구별에는 없다. <알라딘> <로봇> 등 그가 출연한 애니메이션은 몽땅 잊어도 좋다. 시끄럽고 낙천적인 아델리 펭귄 라몬, 점잖은 말씨의 내레이터로도 모자라 허풍스러운 예언자 러브레이스까지, 제작진이 그에게 ‘우연찮게’ 1인3역을 맡긴 것은 본능에 충실한 선택 아니었을까. 더빙을 위해 자가분열하며 대사를 주고받았을 그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수다스러운 라티노 억양의 라몬도 인상적이지만, 기름진 창법의 대명사 배리 화이트를 염두한 듯한 러브레이스의 외모, 목소리도 일품.

해피피트 vs 사비온 글로버

뭐니뭐니해도 멈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영혼을 표현하는 ‘해피피트’. 이 행복한 발짓을 제공한 주인공은 12살 때 브로드웨이에 데뷔하고 16살 때 배우로서 토니상 최연소 노미네이션을 기록했으며 23살 때 안무가로 토니상을 수상한 사비온 글로버다. 전설적인 탭댄서 그레고리 하인즈의 수제자였고, 스파이크 리의 <뱀부즐드>(Bamboozled) 등에 배우 겸 안무가로 합류한 바 있다. 첨단 모션 캡처 방식으로 그의 현란한 춤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조지 밀러 감독은 그가 즉석에서 헬리콥터 소리를 발로 그대로 흉내낸 순간, 미처 컴퓨터가 포착할 수 없는 미묘한 리듬의 그의 발소리를 말하며 혀를 내두른다. 그의 발이 너무 빨라 첨단 장비가 미처 따라가기 힘들었다는 후문도 있다. 내로라하는 가수가 바글거리는 브로드웨이에서 살아남은 글로버와 멈블은 사실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저는 노래에는 그닥 소질이 없어요. 노력은 했죠. 결국 발을 통해 나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임을 깨달았죠. 멈블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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