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해피피트> 프린스, 퀸 등의 주옥같은 명곡 퍼레이드
2006-12-26
글 : 오정연

명곡들이 내 어깨를 춤추게 해

세상엔 좋은 음악이 너무 많다. 팝 명곡을 재료로 하는 <해피피트>의 뮤지컬 장면은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프린스, 퀸,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등 훌륭한 소스를 제공한 전설적인 뮤지션들에게 일단 감사할 일이지만, 구구절절 어울리는 노래들을 골라 편집한 제작진의 센스도 만만찮다.

영화의 첫 장면, 황제펭귄 최고의 선남선녀 노마 진과 멤피스가 노래를 통해 서로를 알아본다. 여러 노래가 섞여든 혼란함 속에 노마 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멋지지 않아도 돼. 날 유혹해봐. 내 곁에만 있으면 돼.” 숨넘어가는 유혹의 노래, 프린스의 <키스>다. 숱한 수컷들이 그녀를 향해 몰려들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걸쭉하고 느끼한 멤피스의 목소리. “그녀한테 버림받곤 새로 살 곳을 찾았지. 그곳은 외로움의 거리 끝, 상심의 호텔.” 그의 하트송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트브레이크 호텔>. 그렇게 시작된 서로 다른 두 노래는 이내 하나로 합쳐진다. 애초 곡 사용을 반대했던 프린스가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위한 노래 <The Song of the Heart>까지 작곡할 만큼 마음에 들어한 심정이 이해가 간다. 펭귄학교를 졸업한 청소년 펭귄들의 파티장면에서 우수졸업생 글로리아가 열창하는 <Somebody to Love>는 현란한 오로라 쇼를 배경으로, 화려한 조명 속에서 진행되는 록스타의 콘서트를 연상시킨다. 샹그리라스의 <Leader of the Pack>을 고려하다가 퀸을 선택한 존 파웰은 “사랑하는 이를 찾고 싶은 글로리아의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 원곡에 비해서 중요한 단어를 부각시킬 수 있도록 편곡했다”고 말한다. 멈블이 춤을 추기 위한 리듬보다는 화음이 두드러지는 노래라는 점도 그의 고립감을 부각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Boogie Wonderland>는 돌아온 해피피트, 멈블이 일군의 젊은 황제펭귄들을 그루브로 몰아넣는 장면에서 사용됐고, 바다의 왕자 비치보이스의 <Do It Again>은 청소년 펭귄들의 첫 번째 바다유영의 흥을 돋운다. 로빈 윌리엄스가 <My Way>를 능청스럽게 불러젖힐 때 선보이는 기름진 라틴풍 안무는 웬만하면 놓치지 마시라.

다큐멘터리 <펭귄: 위대한 모험>을 통해본 남극의 생태

노래를 통한 구애법 진짜구나~

개와 고양이는 물론, 사자와 호랑이 등의 맹수부터 열대어, 곤충 등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이 주인공으로 택하지 않은 동물이 있을까. 여기에 주인공으로 선택된 뒤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기 위해 대대적인 성형과정을 거치지 않은 동물을 찾을 확률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주인공 황제펭귄은 물론 남극의 환경을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한 <해피피트> 제작진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이를 위해 사비온 글로버를 비롯한 안무가들은 조류학자를 초빙하여 펭귄의 신체적 조건에 어울리는 움직임을 배우는 펭귄학교에 입학했고, 주요 미술·기술 스탭 수십명은 남극으로 날아가 빛의 조건에 따라 달라 보이는 눈의 질감까지 연구했다.

<펭귄: 위대한 모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펭귄: 위대한 모험>과 비교해도 좋을 만한 사실성은 펭귄의 외모를 뛰어넘어 전체적인 극의 전개에까지 해당한다. 노래를 통해 구애하고, 철저한 일부일처제를 지키며, 하나뿐인 알과 새끼를 위해 부부가 바다를 향해 번갈아 위험한 여행을 떠나는 과정은 <해피피트>에서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다. 부모를 떠난 청소년 펭귄들이 자기들만의 무리를 형성한 채 생활하다가 짝짓기 철이 되면 다시 태어난 곳으로 모여드는 것도 마찬가지. 새끼들이 부모의 다리밑을 파고들어 추위를 이기고, 사냥에서 돌아온 부모가 먹이를 토해서 새끼에게 넘겨주는 습성 등은 영화 속에서 코믹한 방점으로 활용됐다. 새끼펭귄을 수시로 위협하는 큰도둑갈매기, 사냥 중인 펭귄을 노리는 바다표범, 범고래 등 천적들을 비중있는 단역으로 캐스팅한 것은 물론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사실적인 것은, 무지막지한 규모로 물고기를 포획하고, 각종 쓰레기를 버려두고 떠나는 인간을 정체불명의 무시무시한 악역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남극에서 만날 수 있는 황제펭귄과 <해피피트> 속 황제펭귄의 다른 점? 물론 남극의 녀석들에게 노래와 춤은 아무래도 무리일 테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그들만의 흥겨운 세계가 존재하리라는 즐거운 상상은 <해피피트>가 남긴 의미심장한 교훈 중 하나로 남겨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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