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은 어디까지나 불가능!
<프레스티지>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이 영화를 ‘반전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볼거리가 충분히 많고, 충분히 놀랍다. 하지만 <프레스티지>를 반전영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메멘토>나 <아이덴티티>만큼 ‘다시 보기’의 즐거움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프레스티지>는 페어플레이를 하고 있고, 영화를 보는 도중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모든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에 비밀이 밝혀져도 놀랍지 않다. 다시 보기를 할 만한 궁금증이 남아 있다면 어느 때 보든과 펄롱이 바꿔치기를 했을까를 풀어내는 데 있다. 두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의 여자관계에 있다. 보든과 펄롱이 수시로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한 것으로 보이는데, 좀더 온순한 쪽이 사라를(겉으로 드러나는 바로는 펄롱의 캐릭터), 좀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쪽이 올리비아를(겉으로 드러나는 바로는 보든의 캐릭터) 사랑한 것으로 보인다. 사라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은 보든은 “펄롱에게 알려야겠어”라고 하는데, 이때의 보든이 둘 중 어느 쪽인가는 분명해 보인다.
이 영화의 중심 트릭은 마술과 관계가 있다. 마술 자체가 트릭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헷갈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점은 영화 초반에 등장한다. 새가 새장 안에서 사라지고 다시 등장하는 마술 트릭은 새를 깔아뭉개 죽이는 데 있었다. 물체를 사라지게 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게 바로 트릭이다. 사라질 수 없다는 것. 마술에서 이용하는 트릭은 수많은 마술 트릭 해체 프로그램들에서 보여준 대로 사람들의 눈을 현혹해서 속이는 과정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있다. 혹은 보든의 트릭이 가능하다. 아주 닮은 사람이나 쌍둥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보든의 경우는 후자로, 그는 쌍둥이였다. 잘려나간 손가락이 똑같은 이유도 간단하다. 손가락을 잘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속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는 두개의 일기장은 어떻게 된 것일까? 두 일기장 모두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를 속이기 위해 일기장을 이용한다. 보든은 앤지어를 테슬라에게 보내지만 보든이 테슬라의 기계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은 아니다. 영화에서 드러나지만 테슬라가 만들어낸 기계는 그 자신이 생각한 기계와 다른 물건이었다. ‘이동’이 아니라 ‘복제’를 하는 기계기 때문이다. 보든이 앤지어를 따돌리기 위해 제시한 단서인 테슬라는 정말 앤지어에게 트릭을 제공했지만, 그 트릭은 인간복제였기 때문에 그는 매일 밤 마술을 할 때마다 죽어야 한다. 앤지어의 비극은 보든의 트릭이 ‘상상 가능하며 유일하게 가능한’ 간단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지만, 앤지어의 불신 덕에 <프레스티지>는 판타지로 뛰어올랐다. 그 역시도, 모자가 다량 ‘복사’된 중반의 장면을 보면 예측 가능한 반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