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7 여름 애니메이션] <슈렉3>
2007-05-09
글 : 신민경 (자유기고가)

어김없이 돌아온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 슈퍼히어로들만 바쁜 게 아니다. 잠자던 캐릭터를 깨우고, 막바지 옷을 입히느라 애니메이터들의 손놀림도 분주해졌다. 그 첫 주자는 예비 아빠가 된 녹색괴물, 슈렉의 세 번째 모험담 <슈렉3>. 이번엔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라푼젤 등 동화 속 손님들이 대거 등장해 겁나먼 왕국 수호에 앞장선다. 그 뒤를 이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가 성대한 프랑스 만찬을 선보이며, <서핑업>은 신나게 파도를 가르는 펭귄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다. 마지막으로 <심슨가족: 더 무비>가 호머 심슨의 멍청한 지구 수호기를 와이드스크린에 담게 된다. 소심하고 마음씨 고운 슈렉에서 스프링필드의 최고 말썽꾼 호머 심슨에 이르기까지, 올 여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미리 만나본다.


책임감을 등에 짊어진 슈렉?

<슈렉3> Shrek the Third
감독 크리스 밀러, 라만 후이 목소리 출연 마이크 마이어스, 카메론 디아즈, 에디 머피, 줄리 앤드루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루버트 에버렛 수입·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6월6일

늪지대에 서식하던 녹색괴물 슈렉(마이크 마이어스)이 한 나라를 책임질 운명에 이르렀다. 전편에서 개구리로 변신한 헤롤드 왕(존 클리즈)의 병세가 깊어지면서, 까딱하면 원치도 않을 왕 노릇을 해야 하는 것. 거기다 피오나 공주(카메론 디아즈)의 충격고백 “나 임신했어!” 유유자적 늪을 벗삼아 살고 싶은 슈렉에게 이중, 삼중의 책임감이 몰려온다. 슈렉의 모험담은 여기서 비롯된다. 슈렉은 왕위를 대신 물려받을 유일한 친척 아티(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찾아 동키(에디 머피), 장화 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그 사이 한동안 찌그러져 있던 프린스 차밍(루버트 에버렛)이 금발머리 휘날리며 나타나 쿠데타를 계획한다.

캐릭터와 함께 이야기도 성장한다. 이를 입증하듯 드림웍스의 수장 제프리 카첸버그는 “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았지만 전편보다 한층 진지해질 것”이라는 암시를 흘렸다. 자신감이 200% 부족했던 슈렉이 예비 아빠가 되었고, 한 나라를 지킬 위치에 올랐으니 이야기가 묵직해진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슈렉>은 동화 비틀기의 제왕이 아니던가. 제아무리 슈렉이 중간계를 지키는 프로도의 심정일지라도, 시끌벅적 요란한 에너지를 감출 순 없을 것이다. 게다가 캐릭터 면에서만 보자면, <슈렉3>는 시리즈 사상 가장 규모가 크다. 아더 왕에서부터 신데렐라, 백설공주, 후크 선장에 이르기까지 온갖 동화 캐릭터들이 겁나먼 왕국 주변을 포진해 있으니 말이다. 그중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슈렉이 애타게 찾아나선 아티. 중세고등학교에 다니는 이 철부지 10대는 장차 아더 왕이 될 인물이다. 그러니까 굳이 짜맞추자면 슈렉은 원탁의 기사 중 한명인 란슬롯이며, 동키는 아더 왕에게 명검 엑스칼리버를 선사하는 ‘호수의 여인’이 되는 셈이다.

한편 궁 안에서도 발랄한 전투가 벌어진다. 프린스 차밍이 후크 선장 및 동화 속 악당들을 이끌고 나타나자, 신데렐라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 라푼젤 등 공주 4인방이 피오나와 혈맹을 맺은 것. 여기서 제작진은 또 한차례 동화 비틀기를 시도한다. 이를테면 신데렐라가 대책없는 결벽증 환자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기면증 환자이며, 백설공주와 라푼젤은 까칠한 말투와 건방진 태도의 소유자라는 식이다. 이 터프한 공주들의 발차기가 통쾌하게 허공을 가르는 가운데, 슈렉의 아더 왕 설득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모든 미션이 성공하는 그때, 기다리던 슈렉 2세도 공개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팁. <슈렉> 4편은 녹색괴물 슈렉의 기원을 찾아가는 프리퀄 형식이 될 것이라고.

누가 만드나?
<슈렉> 1, 2편의 선장이었던 앤드루 애덤슨은, 아쉽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속편을 찍기 위해 월트 디즈니로 방향을 돌린 것. 대신 <슈렉> 전편에서 스토리 책임자와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던 크리스 밀러와 라만 후이가 의기투합했다. 그렇다고 지레 노파심을 드러내진 마시길. 크리스 밀러는 갓 데뷔한 신참 감독이지만 <슈렉>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끌어낸 재주꾼이며, 라만 후이는 15년 넘게 드림웍스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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