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가족,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심슨가족-더 무비> The Simpsons Movie
감독 데이비드 실버맨 목소리 출연 댄 카스텔라네타, 줄리 카브너, 낸시 카트라이트, 이어들리 스미스, 미니 드라이버, 앨버트 브룩스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개봉예정 8월9일
2003년 <BBC>에서 ‘위대한 미국인’을 뽑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결과는 2위 에이브러햄 링컨, 1위 호머 심슨. 영국인들이 주축으로 뽑은 설문이라 더 흥미로운 결과다. 이를 두고 <심슨가족>의 오랜 시나리오작가 알 진은 “호머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인이라면 이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표상”이라며 “호머에게 한표를 던지는 것은 ‘미국 꺼져’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간에 스프링필드의 노란 가족들이 전세계에 끼친 영향력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결과이리라. 1989년부터 방영된 <심슨가족>은 실제로 폭스의 효자 프로그램이다. 이제 18시즌에 접어든 이 시리즈는 미국 역사상 가장 장수한 시트콤일 뿐 아니라, 7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방영되면서 25억달러 수익을 훌쩍 넘긴 지 오래다. 원작이 워낙 탄탄하다보니 영화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아니, 굳이 왜?’라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사우스 파크>나 <야! 러그래츠> 정도를 제외하면, TV시리즈가 영화화됐을 때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제작진도 반신반의하던 사안. 원래 <심슨가족>의 영화화 계획은 1990년부터 거론됐는데, 수차례 번복되다 2003년에 이르러서야 진지하게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심슨가족: 더 무비>의 자세한 스토리라인은 전혀 알려진 바 없다. 공식 사이트(www.simpsonsmovie.com)에서조차 “호머 심슨(댄 카스텔라네타)의 멍청함을 풀 캡처하려면 와이드스크린이 필요하다. 그걸 <심슨가족: 더 무비>가 한다”란 단출한 설명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덧붙여서 호머 심슨이 재난으로부터 세상을 구해야만 하는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물론 그 재난은 호머의 한심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아마도 독극물 쓰레기로 야기된 환경문제인 듯). 공개된 예고편에 따르면, <심슨가족: 더 무비>는 재난블록버스터와 슬랩스틱코미디를 합쳐놓은 것처럼 보인다. 호머가 썰매개들에게 된통 당하고, 말썽쟁이 아들 바트(낸시 카트라이트)가 알몸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부조리한 장면들이 지나면, 곧 쑥대밭이 된 스프링필드 마을이 비쳐진다. 그리고 뭔가에 잔뜩 화가 난 마을 사람들의 습격. 인간인지 치즈덩어리인지 모를 이 이상한 가족에게 큰 위기가 대두했음이 틀림없다. 그 밖에 리사(이어들리 스미스)에게 환경운동가 남자친구가 생기고, 새로운 악역(앨버트 브룩스)과 스타 카메오 출연이 있을 것이며, 스프링필드 사람들이 총출동한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정도다. 제작진은 <심슨가족: 더 무비>를 대서사시(epic)라 표현한다. TV시리즈에서 엑기스를 뽑아 게으르게 짜깁기한 것이 아닌, 독립적으로도 완전한 작품임을 자신하는 것이다. 개봉일이 돼야 알 수 있을 테지만, 분명한 것은, 올 여름 우리는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본능적이고 멍청한 캐릭터를 거대 스크린으로 풀 캡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누가 만드나?
<심슨가족: 더 무비>의 기본정신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예전보다 무뎌졌다는 비판 때문인지, 프로듀서 맷 그로닝은 초기 시리즈에 참여했던 베테랑 스탭들을 대거 불러모았다. 연출은 <엘도라도> <몬스터 주식회사> 그리고 <심슨가족>의 23개 에피소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실버맨. 각본은 (IMDb에 따르면) 프로듀서 맷 그로닝을 비롯해 제임스 L. 브룩스, 샘 사이먼 등 원년 멤버를 비롯해 TV시리즈에 참여했던 작가 12명이 달라붙어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