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들이여 바다로 가라
<서핑업> Surf’s Up
감독 애시 브래넌, 크리스 벅 목소리 출연 시아 라뵈프, 제프 브리지스, 제임스 우즈, 존 헤더, 주이 디샤넬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개봉예정 8월9일
남극 쉬버풀이란 마을에 키 작은 락호퍼종 펭귄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그중 우리가 주목할 주인공, 코디 매버릭(시아 라뵈프)이 있다. 그는 서핑에 일가견이 있는 펭귄으로, 승리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그런 코디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은 햇볕 좋고 물 좋은 펭구섬에서 열릴 메모리얼 서핑대회. 코디는 서핑계의 영웅, 빅 지(제프 브리지스)의 전설을 마음에 품은 채 펭구섬으로 먼 여행을 떠난다. 여행길에서 서핑광 치킨 조(존 헤더), 서핑 프로모터 레지 벨라폰테(제임스 우즈) 등 여러 친구들을 만난 코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우상 빅 지를 만나는데, 그는 “1등하는 게 삶의 전부가 아니”란 말을 해준다. 그때부터 승리만 꿈꿔온 열혈청년 코디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상은 <서핑업>의 스토리라인. 이런,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이건 마치 픽사 애니메이션 <카>의 펭귄 버전이 아닌가. 코디와 빅 지의 관계는 <카>의 팔팔한 스포츠카 라이트닝 매퀸(오언 윌슨)과 연륜있는 자동차 닥 허드슨(폴 뉴먼)으로 대체해도 무리없을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무엇을 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담느냐다. <서핑업>의 장르가 평범한 3D애니메이션이 아니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것은 모큐멘터리(mockumentary) 즉, 다큐멘터리로 가장한 픽션이다. 이를테면 로브 라이너의 가짜 다큐멘터리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와 <폭풍 속으로>를 합친 뒤, 배우들을 펭귄으로 대체한 것이 <서핑업>이 되는 격. 예고편에서부터 <서핑업>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린다. 뉴스릴을 보는 듯 거친 질감의 자료화면으로 문을 열면, 성우의 똑 부러진 내레이션과 캐릭터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놀랍게도 이들은 “서핑은 펭귄들이 개발한 스포츠”라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고는 ‘실화’(True Story)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대기 위해 보이지 않는 취재진은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다큐멘터리를 완성해나가는 것이다.
2006년 <몬스터 하우스>로 문을 연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드림웍스나 디즈니에 한참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애니메이션 후발주자인 소니 입장에선 새로운 전략을 구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리얼리티쇼에 길들여진 관객을 공략하라!’ 프로듀서 크리스토퍼 젠킨스는 ‘직설적인 판타지보다는 가상의 라이브 인터뷰처럼 구상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며,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에 실사영화의 사실주의를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서핑업>에선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광경들이 펼쳐질 것이다. 다큐멘터리 같은 투박한 질감의 화면이나 여러 캐릭터들의 즉흥적인 대화가 오가는 식으로 말이다. 일찌감치 픽사는 <벅스 라이프>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NG장면을 보여줬고, <인크레더블>에서는 아예 캐릭터들의 인터뷰로 영화를 시작했다. 더 나아가 이제 <서핑업>은 장르를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영역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누가 만드나?
<서핑업>은 애니메이션계에서 잔뼈가 굵은 두 감독, 애시 브래넌과 크리스 벅이 연출을 맡았다. 애시 브래넌은 픽사 스튜디오에서 경력을 쌓았고 <토이 스토리2>를 공동 연출한 경력이 있다. 크리스 벅은 월트 디즈니가 낳은 인재. <인어공주> <포카혼타스> 등에 참여했고 1999년 <타잔>으로 장편영화 감독 데뷔를 했다. 여기에 월트 디즈니에서 시각효과 및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던 크리스토퍼 젠킨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디즈니와 픽사의 노하우가 만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