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 시리즈의 탄생 비화
네편의 원작부터 브루스 윌리스의 캐스팅까지
<다이하드>의 탄생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폭스는 미국 작가 로드릭 소프의 <형사>(The Detective)라는 소설을 원작 삼아 동명의 영화를 제작했다. 프랭크 시내트라가 주인공 형사 조 리랜드로 출연했던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폭스는 소프에게 속편을 쓸 것을 제안한다. 훗날 <다이하드>의 원작이 된 <영원한 것은 없다>(Nothing Lasts Forever)는 그렇게 쓰여졌다. 뉴욕의 노형사 리랜드가 오래전부터 연락을 끊고 살아온 딸을 만나기 위해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고 있는 LA의 고층빌딩을 방문하는데, 이때 독일 테러리스트들이 이 빌딩을 점거한다는 내용은 <다이하드> 1편의 큰 골격이 됐다. 소프는 영화 <타워링>의 원작이 된 소설 <글래스 타워>와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독일 적군파의 테러를 결합해 이 소설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소설이 완성된 뒤 폭스는 시내트라에게 이 소설을 바탕으로 <형사>의 속편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시내트라는 거절했고 이로써 영화화 계획은 백지화되는 듯 보였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폭스의 아카이브에서 이 소설을 발견한 것은 프로듀서 조엘 실버였다. 그는 다시 시내트라에게 출연 제안을 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한다. 이어 로버트 미첨에게도 제의했지만, 미첨은 자신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달리고 뛰어내리고 하는 장면이 많다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결국 조엘 실버는 부녀라는 설정을 부부로 바꿔 젊은 배우를 캐스팅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한편, <코만도2>를 준비하고 있던 존 맥티어넌 감독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속편 출연을 거부해 제작을 포기한 채 <다이하드>에 결합했다. 그가 <다이하드>에서 존 맥클레인의 1순위로 슈워제네거를 생각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슈워제네거는 다시 그의 제안을 거절했고, 그 뒤로 실베스터 스탤론, 버트 레이놀즈, 그리고 리처드 기어가 차례로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고개를 돌렸다. 결국 맥클레인 역할은 당시 TV시리즈 <블루문 특급>에서 탐정 데이빕드 데디슨을 연기하며 인기를 누리기 시작하던 브루스 윌리스에게 돌아갔고, 그는 일생일대의 행운을 잡게 됐다. 앞서 후보로 거론됐던 네명 중 한명이 맥클레인을 연기했으면 어땠을지 생각해보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다이하드2>는 월터 웨거의 소설 <58분>을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58분>은 아내가 탄 비행기가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 공항을 장악하고 있는 테러리스트들과 맞서는 형사의 이야기다. ‘58분’이라는 제목은 아내가 탄 비행기가 버틸 수 있는 한계 시간을 의미한다. <다이하드3>는 조너선 헨슬리의 <사이먼이 말하길>(Simon Says)이라는 오리지널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애초 시나리오에서 테러리스트들은 연방준비은행(FRB)의 금괴가 아니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털게 돼 있었지만 <다이하드3>의 시나리오로 채택되면서 바뀌게 됐다. 제작진은 한때 카리브해의 유람선을 장악한 테러리스트들과 주인공의 대결을 그리는 소설 <트러블슈터>를 원작으로 삼을 계획도 갖고 있었다.
<다이하드4.0>은 따지고 보면, 1997년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의 영국 특파원 존 칼린이 잡지 <와이어드>에 ‘무기여 잘 있거라’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면서 시작됐다. 탈냉전·디지털 시대를 맞아 사이버 테러의 위협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정보 전쟁을 준비 중이라고 적은 이 글은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를 쓴 시나리오작가 데이비드 마르코니의 <WW3>라는 시나리오와 결합되면서 사이버 테러리스트가 미국을 공격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시나리오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9·11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무기한 연기됐고, 수년 뒤에 이르러서야 <다이하드4.0>으로 탈바꿈했다. 한편, 존 맥클레인의 딸인 루시 역으로는 상당히 많은 인물이 거론됐는데, 제시카 심슨과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오디션을 봤지만 낙방했다. 한때는 패리스 힐튼도 후보였고, 브루스 윌리스와 데미 무어의 딸 루머(<나우 앤 덴> <나인야드> 등)도 강력한 후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