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타이의 스릴러영화 <13>
2007-07-15
글 : 김민경

<13> 13
추키아트 사크위라쿨/ 타이/ 2006년/ 116분/ 부천 초이스: 장편

선택받은 당신에게 누군가가 게임을 제시한다. 13개의 임무를 모두 완수하면 상상도 못할 거액이 계좌에 들어온다. 한 단계씩 성공시킬 때마다 상금 액수는 조금씩 올라가지만, 임무는 갈수록 가혹해진다. 파멸을 감지하면서도 발을 뺄 수 없게 되는 건, 인간의 어리석은 탐욕 때문일까 게임의 잔인한 속성 때문일까. 악기회사의 세일즈맨인 푸칫은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소심한 직장인이다. 직장에서 해고되고 빚독촉에 쫓기던 어느 날 이상한 전화가 걸려와 게임을 제안한다. 수행할 임무들은 역겹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파리를 삼키고 지나가던 아이들을 울리는 정도였던 그의 임무는 인분을 먹고 우물의 시체를 건져올리는 수준에 이르고, 약간의 굴욕만 감내하면 될 줄 알았던 게임은 그를 지독한 폭력과 살인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그런 푸칫의 몰락을 즐겁게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

타이의 스릴러영화 <13>은 핀치에 몰린 샐러리맨이 위험한 유혹에 빠져드는 과정을 현실감있게 따라간다. 심장을 조이는 치밀한 스릴러라고는 부를 수 없지만 13단계에 걸쳐 서서히 강도를 높이는 <13>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 허술한 특수분장은 틈틈이 등장하는 유머 코드의 하나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 그런데 영화 속에서 푸칫의 치욕을 생중계로 감상하며 즐기는 청중의 잔인함은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있는 관객의 그것과 얼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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