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궁금한 건 못 참아! <원스>의 수수께끼
2007-09-26
글 : 오정연

킬리언 머피가 출연할 뻔?

카니 감독이 애초에 남자주인공으로 점찍었던 배우가 아일랜드 출신의 신성, 킬리언 머피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그가 연출했던 TV시리즈의 파일럿 버전을 찍을 때, 킬리언 머피를 캐스팅했던 것이 인연이었다. 머피의 노래 실력이 수준급이었던 것도 중요한 이유였지만, 당시에는 20대 중·후반의 아일랜드 남자와 30대 초반의 동유럽 이민 여성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음악감독 정도로 점찍었던 글렌 한사드가 직접 출연하고 노래해야 함을 깨닫기 전의 이야기다. 하나마나한 이야기지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 남자의 낡은 기타

눈썰미가 있는 관객이라면 그 남자가 노상 끼고 사는 기타의 과격한 상처에 얽힌 사연이 궁금할 것이다. 그것은 촬영기간 내내 자신의 의상과 자신의 악기를 들었던 한사드가 13살에 학교를 때려치고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를 때부터, 25년을 함께 한 주인공. 카리스마 넘치는 음악가였던 외삼촌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암스테르담의 감옥에서 몇년을 지냈고, 어린 한사드는 엄마의 옷장에서 찾아낸 삼촌의 기타로 연주법을 익혔다. 귀국하는 삼촌을 마중하러 나간 공항에서 이뤄졌던 연주는, 그가 대중을 상대로 했던 최초의 공연이었다고.

그 남자의 옛 여자친구는 누구?

작곡에 열중한 그 남자가 노트북에 담긴 옛 여자친구의 영상을 보며 감상에 젖는다. 시종일관 카메라를 향해 지극한 친밀감을 표시하는 그녀의 다양한 모습으로 미루어, 그 주인공이 단순한 배우가 아님이 분명하다. 그녀는 바로 카니 감독이 7년째 사귀고 있는 배우지망생 약혼녀. 그는 또한 런던과 더블린에서 원거리 연애 중인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나리오에 반영하기도 했다. 영화 속 영상은, 여자친구에게 미리 허락을 구한 카니 감독이 몇몇 포르노(?)에 가까운 장면을 제외한 채 만천하에 공개한 사적 기록들이다.

숨은 카메오들

<원스>의 곳곳에는 감독과 그 주변에서 동원된 사적인(?) 카메오가 수두룩하다. 데모음반을 녹음할 때의 세션맨들이며, 남자와 소녀가 참석한 파티장을 가득 메운 이들은 무료로 동원된 친구들. 마지막에야 등장하는 소녀의 별거 중인 남편은, 영화 속 소녀의 어린 딸의 실제 아버지다. 파티장에서 벌어지는 노래 공연의 묵직한 포문을 여는, 예사롭지 않은 풍채의 중년 부인은 한사드의 친어머니. 다섯살난 아들에게 <Bird on the Wire>를 가르칠 정도로 레너드 코언의 광팬이었다는 그 어머니는, 음유시인에 가까운 한사드의 작사 실력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독 카니와 한사드와의 우정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오늘날의 카니 감독을 있게 한, 한사드의 진심어린 선물들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카니 감독이 밴드를 그만두고 영화계에 뛰어들겠다는 “어처구니없이 용감무쌍한 결정”을 내릴 때, 밴드 리더였던 한사드는 8mm카메라를 선사했다. 그로부터 15년 뒤, 한사드는 <원스>의 기나긴 미국 프로모션 기간 중 이글로바와 함께 카니 감독과 나이가 같은 어여쁜 베이스를 선물했다. 둘이서만 볼일이 있다며 자신을 ‘왕따’시킨 줄 알았던 카니 감독이, ‘형님’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 얼마나 감동했을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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