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1세기 쇼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 패리스 힐튼, 그녀는 누구인가? [2]
2007-11-20
글 : 박혜명

셀레브리티, 미디어, 대중의 삼각 공생

<뉴욕타임스>는 힐튼의 출소를 다룬 2007년 6월28일자 기사에서 이런 말을 썼다. “패리스 힐튼 현상에 관한 기이한 소급효과(counter-effect)가 하나 있다. 엉터리이기만 한 그녀의 명성이 확인시켜주는 것은 그 바보 같은 명성을 더럽히려고 하는 사람이 더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바버라 월터스가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신디 애덤스에게 했던 말을 인용했다. “나는 패리스 힐튼을 정식으로 인터뷰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선 그 모든 것이 내 밑바닥에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패리스 힐튼의 이름을 더럽히는 자, 더욱 더러워질 것이다. 패리스 힐튼은 파파라치를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해보일 만큼 관심받는 게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여자다. 그런 그녀가 어디선가 또 멍청한 짓을 하면 틀림없이 미디어는 그쪽에 몰리고 대중이 그 뒤를 좇는다. 미디어 노출증을 의심받기 충분한 허구의 셀레브리티에 매여 사는 미디어도 영리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을 심통맞게 비판하는 쪽도 결국 실체가 없는 비판의 대상 앞에서 우스워지긴 마찬가지다.

각종 행사에 참여한 패리스 힐튼
리믹스 앨범

대신 자본주의 사회의 연예산업은 그렇게 바보가 된 미디어한테도 돈을 돌려준다. 그리고 그 돈은 패리스 힐튼이란 이미지 상품의 가격을 다시 올린다. 오락과 돈을 맞바꾸는 경제구조 안에서 셀레브리티와 미디어, 대중의 삼각 공생은 연예산업에 지속적인 인플레를 가져온다. 린제이 로한이나 브리트니 스피어스처럼 스타로서 최후에 보존해야 할 커리어 본질도 없는 패리스 힐튼에게 있어 그 인플레의 한계는 더욱 끝없어 보인다. 패리스 힐튼은 LA지법의 명령으로 재수감되던 6월8일, 2005년부터 함께해온 자신의 에이전시로부터 버림받았다. 6월25일 <피플>은 ‘당신이 갖고 있는 모든 궁금증에 대한 답’이라는 타이틀로 패리스 힐튼의 출소를 다루면서 “이 모든 것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라는 소제 아래 이미지 컨설턴트 래리 카머의 말을 인용했다. “최근에 벌어진 이 드라마는 (힐튼의) 꺼져가던 커리어에 주어진 선물이다. 전보다 더 그녀를 돈이 되게 만들어줄 뿐이다.” 찢어진 망사스타킹에 마릴린 맨슨 타입의 기괴한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스냅숏이 돌아다니면서 반미치광이로까지 묘사됐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미국 팝신의 최정상 프로듀서들을 모아 새 앨범을 내고 재기에 성공하는 동안, 패리스 힐튼은 또 하나의 가십만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연말파티 출연료를 올려받은 게 그 때문인가보다.

쇼비즈니스의 속살 드러낸 패리스 힐튼 현상

세계적인 뉴스·가십메이커의 출소 뒤, 래리 킹이 그를 독점 인터뷰하게 된 진짜 사연을 아는가. 애초 이런 독점 인터뷰로 미친 듯이 경쟁을 벌였던 건 <NBC>와 <ABC>다. 이를 지켜본 힐튼 가가 단독 인터뷰 대가로 100만달러를 요구하자 둘 다 물러나면서 <CNN>이 떡밥을 물었던 것이다. 덧붙이면 이건 루머다. 자, 이제 답해보자. 패리스 힐튼은 누구인가. 왜 사람들은 패리스 힐튼을 원하는가. 세계적인 호텔 설립자 힐튼 가의 상속녀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닌 그의 이름으로 왜 책이 팔리고, 향수가 팔리고, 노래가 만들어지고, 옷이 만들어지는가. 쇼비즈니스를 확장시키는 부수적인 물적 사업들의 토대는 어디에 있는가. 수많은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결정적인 꼬리표가 없는 스타 패리스 힐튼의 이름을 끝까지 쫓아가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건 한 여자의 실체가 아니라 쇼비즈니스계의 가장 적나라한 ‘쌩얼’이다. 패리스 힐튼이란 이름에 딸린 유효한 진실이 있다면 그것이다.

체포, 또 체포, 감옥행에서 출소까지

패리스 힐튼의 교통법 위반 관련 뉴스 일지

최근 가장 뜨거웠던 패리스 힐튼 관련 뉴스라면 뭐니뭐니해도 올 여름 캘리포니아주 도로교통법 위반 사건이다. 미국의 형벌제도를 포함한 별의별 관련 논쟁을 왕창 쏟아낸 이 사건은 패리스 힐튼의 지난 교통법 위반 역사를 모두 들추어냈다. 알겠지만 이 불명예는 패리스 힐튼의 명예를 더욱 ‘명예롭게’ 했다.

2006년 9월, 혈중알코올농도 0.08%의 수치로 체포, 기소됨. 2006년 11월까지 면허정지.

2007년 1월, 벌금 1500달러와 함께 36개월의 집행유예기간 선고.

2007년 1월15일, 면허정지 상태에서 운전한 사유로 인해 다시 경찰서로 연행됨. 운전이 금지되어 있음을 인정하는 서류에 서명함.

2007년 2월27일, 시속 35마일 운전 구간에서 시속 70마일로 운전하다가 붙잡힘. 면허정지 상태였으며 야간운전 중임에도 불구하고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은 상태였음. LA지검은 그가 법원이 명령한 알코올교육프로그램에 등록하지 않은 것과 더불어서 집행유예기간 중에 행한 범법행위로 간주함.

2007년 5월7일, 집행유예기간 중 범법행위를 사유로 LA지법 마이클 사워 판사가 힐튼에게 45일의 징역 선고. 힐튼은 항소를 진행함과 동시에 ‘45일의 징역 선고는 부당하다’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임. 동시에, 이것이 타당하다는 서명운동도 벌어짐.

사워 판사의 소환 명령으로 재수감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오는 패리스 힐튼

2007년 6월3일, MTV무비어워드 시상식 참여 뒤 자신이 수감될 교도소(the Century Regional Detention Facility)로 가서 수감자 등록을 함.

2007년 6월7일, LA지방보안관 리 바카가 패리스 힐튼의 남은 40일 복역기간을 자택구금으로 해도 좋다는 명령을 내림. 바카의 입장, “보통의 사안이었으면 그만큼 장기복역할 일이 아니다. 힐튼이 유명인사라는 것 때문에 ‘특별조치’가 취해진 것.” 같은 날 사워 판사가 힐튼을 소환, 이튿날부터 교도소로 복귀할 것을 명령. 사워 판사의 입장, “지방 보안관이 힐튼을 출소시킨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패리스 힐튼의 변호사의 판사 개인 면담 거절당함.

2007년 6월8일, 건강상의 이유로 이전 교도소가 아닌 다른 곳의 의료동으로 옮겨짐. 6월13일 그곳을 퇴원해 원래 교도소로 돌아감. 진료 사유는 폐소공포증. 익명을 요청한 힐튼쪽 내부인의 제보에 따르면 “화장실 공포증”이라 함.

2007년 6월26일, 출소. 취재진들에게 2007년 11월 르완다를 방문할 것을 공표함.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겠다고 공언.

2007년 10월25일, 보도에 따르면 패리스 힐튼의 르완다 방문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던 자원봉사단체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힐튼의 르완다 방문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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