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을 보면 마치 다음 편을 염두에 두고 쓴 것 같다.
=데이비드 S. 고이어: 그렇지 않다. 그건 크리스(감독)가 일하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는 이 자체만으로도 가장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자 했다.
=조너선 놀란: 영화는 코믹북과는 달리 그 자체로 완결된 엔딩을 필요로 한다.
-조커라는 캐릭터가 특히 인상적이다. 어떻게 디자인했나.
=데이비드 S. 고이어: 원작으로 돌아가서 그가 시리즈에서 어떻게 처음 등장했는지,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조커는 이른바 혼란의 전도사다. 그는 어떤 대의명분도, 어떤 행동의 이유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배트맨에게 곤혹스럽기 그지 없는 상대다.
=조너선 놀란: 그런 까닭에 작가로서 조커만큼 쓰기 쉬운 캐릭터도 없지 않았나 싶다. 그의 행동을 일일이 정당화할 필요도 없고, 다른 캐릭터들에서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감정 포물선을 따로 설계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데이비드 S. 고이어: 조커는 그의 행동에 대해 설명이나 정당화를 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매력이 반감돼버리는 감이 있다.
=조너선 놀란: 조커를 작업하는 데 있어 실제 재미는 조커에 대해 알 듯 말 듯하지만 결국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라는 데 있다. 영화가 사실상 조커라는 캐릭터의 등장으로 시작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지 않나.
-조커에게 약점이 있다면.
=데이비드 S. 고이어: 약점이라. 조커는 약점 같은 것이 없는 존재다. 조커는 죽음에 당면해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서도 말이다.
=조너선 놀란: 약점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하나 든다면 배트맨에 대한 애정이라고 할까.
=데이비드 S. 고이어: 아, 그건 동감이다. 그리고 조커는 쉽게 질려 한다는 점. 어느 시점에 가면 조커에게는 모든 것이 다 재미없고 시들해진다고 하면 맞을 것 같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보여준 시선과 이번 작품의 시선은 어떻게 다른가.
=데이비드 S. 고이어: <배트맨 비긴즈>가 배트맨의 과거, 그 영웅의 기원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배트맨이라는 존재가 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들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다. 배트맨이 더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의 적들도 더 강해지고, 그 둘 사이의 대립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이 모든 것이 과연 끝나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조너선 놀란: 전작에서 성공적으로 구축해놓은 세계와 캐릭터를 이번 작품에서 더 깊이, 크게 발전시켜나가고자 했다.
-영웅과 악당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데이비드 S. 고이어: 이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엄격한 법의 시각에서 보면 배트맨도 조커와 마찬가지로 악당이니까.
=조너선 놀란: 하비 덴트의 영화 속 대사처럼 이 모든 것은 어느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있다. 그 시각에 따라 영웅이 되기도, 악당이 되기도 한다. 모든 캐릭터들은 다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선택의 근거와 행동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작품이 유난히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은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회색의 영역이 두터웠다는 점이었다.
-코믹북을 원작으로 하지만 갱스터 범죄물에 더 가깝다는 인상이다. 처음부터 범죄물쪽으로 방향을 잡고 작업했나.
=데이비드 S. 고이어: 그렇다. 범죄물에 가깝다는 편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은 <배트맨>이란 원작 자체가 갱스터물, 범죄물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트맨이나 그 세계 속 악당은 초능력을 지닌 다른 슈퍼히어로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조너선 놀란: 마이클 만 영화나 <HBO>에서 방영된 TV시리즈 <와이어드> 같은 작품들을 참조했다.
=데이비드 S. 고이어: 사실 <배트맨 비긴즈>나 <다크 나이트>는 둘 다 서구의 전통적인 3막 서사 구조를 따르고 있지 않다. <배트맨 비긴즈>는 4막 구조에 가깝고, <다크 나이트>는 5막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변형된 서사 구조라고 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