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크리스천 베일] 딸이 내가 진짜 배트맨이라고 믿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2008-07-31
글 : 황수진 (LA 통신원)
배트맨 역의 크리스천 베일 인터뷰

-다시 배트맨 캐릭터를 맡게 된 이유는.
=이전까지 같은 캐릭터를 다시 맡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지,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배우로서도 기쁜 일이다. 크리스(감독)와는 이번이 세 번째 공동 작업이고, 스탭 중엔 다섯 번째 함께하는 경우도 있다. 늘 익숙한 얼굴들과 함께 작업하다 보니 참 편하고 좋았다.

-어두운 면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어떤가.
=몇번 선한 캐릭터를 연기해보았는데, 그때에는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에 반해 어둡거나 악한 면이 있는 캐릭터를 맡았을 때는 언제나 주의를 끌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모두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사회화, 문명화 아래 스스로의 동물적 욕구를 억제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규칙을 깨뜨리는 악인들에 대해 비밀스럽게 공감하고 동경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악인이 매력적인 것 같다.

-특별히 매력을 느끼는 분야나 역할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모든 장르에 출연해보고 싶다. 단, 로맨틱코미디만 빼고. 그 장르는 한번도 재미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언젠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작품을 볼 수 있었으면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에 임하는 조건들이 달랐을 것 같은데.
=그렇다. <배트맨 비긴즈>를 시작할 때 내 몸은 그야말로 허술해서 몸을 키우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육체적 훈련을 해야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미 몸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였기 때문에 단순히 몸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좀더 다듬어진 선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몸관리를 하는 비법이 있다면.
=특별한 것 없다. 지겹게 운동하는 것뿐이다. 덜 먹고, 더 움직이고.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도 배트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무법 상태에서 누군가가 나서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준다는 의미에서는 배트맨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배트맨을 필요로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사회가 실패했다는 말이다.

-아버지로서의 삶과 배우로서의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있는가.
=할 수 있는 만큼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한다. 딸이 배트맨을 무척 좋아한다. 지금 우리 딸은 내가 진짜 배트맨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좋아한다. 언젠가 때가 되면 실제 멋진 액션장면은 스턴트맨들이 했고, 나는 그냥 배트맨인 척하는 배우일 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될 때가 올 텐데…. 딸이 내가 진짜 배트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홍콩에서의 촬영은 어땠는가.
=홍콩에서 그리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모건 프리먼과 다리 위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찍을 때 다리 아래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데, 카메라가 돌아가면 놀랍게도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숨을 죽이고 조용히 촬영에 협조해주더라. (웃음) 원래 낯선 도시에 가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여곡절 끝에 돌아오는 경험을 곧잘 즐겨서 아내와 이번에도 그러고 돌아다녔다.

-2008년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배우로 꼽히는데.
=지금 입고 있는 재킷은 <머시니스트> 때 사서 5년 내내 계속 입고 다니는 것이다. 쇼핑하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옷을 하나 사면 구멍이 날 때까지 입는다. 한번 산 옷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입어야 한다는 주의다. 운이 좋아 아르마니 같은 디자이너가 내게 정장을 협찬해주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히스 레저와 촬영하면서 개인적 친분을 쌓았다고 들었다. 그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그와의 개인적인 기억은 그냥 내가 혼자 간직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들자면, 우리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특히 히스는 딸을 끔찍이 여겨서 딸 이야기를 거의 매일 꺼냈다. 아, 그리고 히스는 운전에 있어서 정말 대단했다. 스턴트맨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운전 실력을 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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