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크리스 카터, 프랭크 스파니츠] “우린 둘 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며 자란 세대다.”
2008-08-07
글 : 황수진 (LA 통신원)

지난 7월20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 호텔에서 데이비드 듀코브니, 질리언 앤더슨과 시리즈 원작자이자, 감독 및 각본을 맡은 크리스 카터와 함께 각본을 맡은 프랭크 스파니츠와의 라운드테이블이 이루어졌다.

크리스 카터 감독, 프랭크 스파니츠 공동 각본가 인터뷰

-당신도 믿고 싶은가.
크리스 카터: 그렇다. 믿고 싶다. ‘나는 믿고 싶다’는 시리즈 처음부터의 슬로건이기도 했고 믿음의, 믿음을 둘러싼 인간의 고뇌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믿느냐라는 것, 믿고 있는가라는 것은 내게 무척 개인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캐릭터에게도 마찬가지고. 프랭크가 회의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믿는 사람이다. 신이라든가, 영적인 무엇인가와 같은 더 큰 어떤 존재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93년에 첫 방영되기 시작했던 텔레비전 시리즈에는 정부와 권위에 대한 불신이 아래에 흐르고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한데 두 사람 중 누구의 시각에 기반한 것인가.
크리스 카터: 우리 둘 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며 자란 세대이다. 파일럿을 썼던 90년대 초반에도 그 시각이 여전히 유효했다. 우리 두 사람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보면 되겠다.

-영화와 텔레비젼 시리즈의 방향이 다르다.
프랭크 스파니츠: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파생되었지만, 그 연장선상에서 존재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마니아 팬뿐만이 아니라 <엑스파일>을 모르는 관객에게까지 소구력을 가지고 싶었다. 그게 스튜디오의 요구사항이기도 했고. 그래서 초과학적인 현상을 다루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에 더 집중했다. 이번 작품이 잘되면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시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윌리엄에 대해 다루기 시작하면 외계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은 가능한 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윌리엄이라는 존재는 이미 너무나 크기 때문에 그 부재를 느끼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크리스 카터: 그래서 두 사람의 대화에 윌리엄이 나온다. 스컬리의 환자인 크리스천 이야기는 어떤 의미에서 윌리엄의 변형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윌리엄 없이 윌리엄 이야기를 하는 식이니까. 프랭크가 잠시 언급했듯이 스튜디오가 마니아뿐만이 아니라 일반 관객도 고려한 작품을 원했기 때문에 윌리엄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이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로스트>와 같은 이후 드라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다. 텔레비전 시리즈가 가지는 위상을 의식하면 영화화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프랭크 스파니츠: 다 합하면 202시간 길이의 시리즈다. 언제나 지난 에피소드에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다보니 이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대체 어떤 이야기를 골라서 어떻게 풀어나갈 지 정하는 데만 해도 고민스러웠다. 어느 이야기를 끄집어내더라도 다양한 기대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지 않나.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 들어가기 전에 둘이 앉아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고 싶은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지라고 생각했으니까.

-외계인을 배제한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과감한 결정이다.
프랭크 스파니츠: <엑스파일>의 팬이라면, 우리가 선택한 이야기가 사실은 <엑스파일>의 가장 근본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받아들일 것이다. <엑스파일>은 처음부터 멀더와 스컬리의 이야기였다. 멀더와 스컬리가 어떤 사람이냐라는 것을 시리즈를 통해 겪어오지 않았나. 팬들이 분명히 이번 이야기에 반응할 것이라고 믿는다.

-시리즈가 종영한 지 6년이 지나서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 낯설지 않았나.
크리스 카터: 시리즈가 끝나고 나니까 질리언이 자신이 얼마나 지쳤는지 모를 정도로 지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더라. 우리 모두는 그때 몹시 지쳐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되고 나니 이제야 그간의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좀더 세련되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코미디 배우로 알려져 있는 영국 출신 빌리 커놀리를 어떻게 아동성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신부 역으로 캐스팅하게 되었나.
크리스 카터: 그가 출연한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데, 그냥 감이 왔다. 로스앤젤레스로 불러서 시나리오를 건네줬더니, 읽고 나서 단 한줄 적어놓았더라. “언제 촬영 들어가나요?”라고.

-프로젝트 내용과 관련해 스포일러가 유출되지 않도록 모든 것이 극비로 진행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크리스 카터: (프랭크를 보며 씨익 웃으며) 꽤나 애를 먹었지 아마?
프랭크 스파니츠: 웹에 스포일러가 떴다는 것이 확인되면 6시간 이내에 그를 상쇄할 만한 가짜 정보를 만들어내야 했다. 가짜 스크립트 페이지를 몇장 슬쩍 올려두기도 하고, 가짜 사진도 만들어 흘리고, 가짜 촬영 메모도 올리고, 스포일러도 흘리고.

-가짜 스포일러가 뭐였나.
크리스 카터: 늑대인간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웃음)
프랭크 스파니츠: 늑대인간이라면 스포일러가 거짓으로 밝혀지더라도 팬들이 별로 아쉬워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초창기 SF에 대한 오마주가 느껴진다.
크리스 카터: 그렇다.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작품이다. 특히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은 대단하다. 단순히 충격을 주기 위한 장치로서 SF적 요소를 넘어서 일종의 시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멀더와 스컬리가 왜 서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크리스 카터: 그러게. 내게도 미스터리다. (웃음) 그 둘은 서로 너무나 판이하게 다르다. 어느 한쪽의 치우침도 없이 둘 다 너무나 강한 캐릭터이다. 그래서 둘이 어울린다라기보다 서로 충돌하는 상반되는 두 에너지의 극렬한 대비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고나 할까. 서로 대등하게 맞서는 분명한 색깔의 두 에너지, 그게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를 정의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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